[치매②] “세계는 ‘親치매’ 커뮤니티 조성 중”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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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 “학교에서부터 치매 교육해야”

 

우리 주변에 치매 환자가 많습니다. 2017년 국내 치매 환자는 72만여 명이고 65세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입니다. 20년 후면 국내 국민 2명 중 1명은 치매와 직·간접으로 연결됩니다.  남의 일이 아닌 겁니다. 그런데 정착 가족이 치매에 걸리면 그 구성원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시사저널은 치매와 관련된 현실적인 정보를 3편에 걸쳐 전하고자 합니다. 치매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할 일, 치매와 전쟁 중인 중앙치매센터장 인터뷰, 치매 예방 3·3·3 수칙을 준비했습니다. 구구절절한 내용은 생략하고 일반인이 평소 꼭 기억할 점만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차에 걸친 치매 종합관리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여 치매와의 전쟁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2년 중앙치매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는 치매와의 전쟁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그 수장을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맡아 치매와 전쟁 중이다. 그의 목표는 '치매 환자를 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11월 초 중앙치매센터에서 만난 그는 "세계 각국이 치매 시설을 늘리는 정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생계 때문에 치매 환자를 돌볼 여우가 없는 가족을 대신해 국가는 무엇을 해주나. 


"'공적 돌봄' 제도가 있다. 장기요양보험으로 요양보호사를 파견하거나, 주간이나 야간에 환자를 돌보는 제도다. 가족이 전혀 돌볼 여유가 없다면 치매 환자가 입소하는 요양 시설도 있다. 그런데, 치매이긴 하지만 요양 시설에 입소할 정도로 중증이 아니거나, 보호센터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문제다. 즉 치매 자격은 과거보다 확대됐지만, 요양 서비스가 적용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이를 치매안심센터가 최대한 메꿔주는 게 바람직하다. 치매안심센터가 쉼터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실 대도시는 별문제가 없는데, 치매안심센터가 잘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 있다. 이런 곳에 관련 시설을 운영하려는 민간 업체는 거의 없다. 정부가 주간 보호센터를 직영하다가 경영이 안정되면 민간에 이양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 한다."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 등 치매 시설이 다양해진 배경은 무엇인가.

 

"본래 장기요양 시설로는 요양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이 있었다. 그런데 치매 환자에 대한 돌봄 능력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매 환자가 부적절한 대우를 받거나, 아예 치매 환자를 거부하는 시설도 있었다. 그래서 치매 관련 시설과 인력을 특정 기준에 맞추는 요양 시설에 수가를 더 주는 정책을 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의 시설이 존재하게 됐다."

 

치매 시설에서 환자를 돌보는 데도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세계적인 치매 환자 돌봄 동향이 조금 바뀌고 있다. 1980~90년대 초까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시설 중심의 정책을 폈다. 치매 환자를 양질의 요양 시설에서 지내도록 한 것이다. 환자는 안전한 곳에서 높은 삶의 질을 보장받고, 그 가족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에 얽매이지 않도록 설계한 정책이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많은 나라가 그 정책을 포기했다.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시설에서 돌보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국가가 시설 확충에 투자해도 치매 환자의 인권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투자 대비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나타났다. 그래서 요즘은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수용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수용하려면 국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한국뿐 아니라 외국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세계적으로 '친(親)치매 커뮤니티(DFC)'가 조성되고 있다. 마을을 통째로 치매 환자가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국은 정부와 기업이 합작 법인을 만들어 DFC를 만든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국제알츠하이머협의회(ADI) 등과도 협업했다. 운수·상인조합 등과 연계해 치매 환자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받지 않는 수준의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도 지난해부터 치매안심마을 시범사업을 서울 동작구, 청주, 경북 등 3곳에서 진행했다. 현재 그 효과 분석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구기관에 용역을 줬는데, 그 결과는 올 연말쯤 나올 것 같다."

 

치매안심마을은 치매 시설의 확대판과 무엇이 다른가.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에서 착안해 국내에 치매안심마을을 만드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은 치매 시설의 확대판이다. 시설을 가정집처럼 꾸미고 시설 내부에 있던 식당을 외부로 옮기고 극장도 만들었지만, 운영은 요양시설 직원이 한다. 한마디로 고급스러운 대형 요양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DFC는 기존 마을에 친치매 환경을 조성하는 개념이다. DFC는 주민의 수용성과 공적 서비스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그 마을 주민의 인식을 바꾸고, 은행·운수·소방·경찰도 치매 관련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치매 환자가 안전에 위협받거나 사기당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 환경도 좋은 편이 아닌데, 치매 환자를 수용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나.  

 

"그 점은 영국이나 우리나 모두 고민하는 문제다. DFC가 될까, 안 될까, 이런 우려보다는 DFC는 꼭 만들어야 하는 당위가 됐다. 미국·영국·스웨덴에서 초기 치매 환자와 중증 치매 환자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10배 차이가 난다. 치매 환자가 늘면서 비용이 너무 오른 것이다. 우리는 그 차이가 약 4배인데, 이는 치매 환자를 8~10인실에 몰아넣는 등 질적인 면을 포기한 때문이다. 즉 집단 수용이나 격리 수준이어서 아직 비용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치매 환자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므로 DFC가 아니고서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게 세계적인 인식이다."

 

일본의 치매 정책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일본은 과거 시설 중심으로 개호보험(우리의 장기요양보험 성격)을 운영했다. 도쿄의 한 요양시설은 마치 박물관을 연상하듯 화려하게 꾸몄다. 돈 있는 사람이 입소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그런데 그 시설 입소자 가운데 치매 치료제를 먹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정작 돌봄이 필요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런 거품이 꺼지면서, 시설 입소자의 3분의 1이 퇴소했다. 즉 일본 치매 정책의 문제점은 예방이나 치료보다 시설 투자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도 일본 내 치매 환자는 인구 대비 무척 높은 비율이다. 

이후 일본의 개호보험은 시설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12년 ‘오렌지 플랜’으로 불리는 ‘치매를 위한 국가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선진국처럼 치매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인지 저하 환자나 초기 치매 환자의 증세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 삶의 질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영국의 한 소매점은 치매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친 치매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한 남성이 색안경, 귀마개 , 장갑을 착용한 채 장을 보고 있다. (Princess royal training awards)​

 

한국의 치매 예방 수준은 어떤가.  

 

"치매 예방을 타깃으로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해왔다. 돈이 없어서 진단·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는 치매 예방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2008년 대비 2016년 국내 혈관성 치매는 3분의 1로 줄었고, 60대 초반 알츠하이머 유병률도 감소했다. 치매에 특화된 예방, 인지 활동, 운동이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확대되면 치매 공공 예방은 어느 정도 갖춘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리에게 미흡한 점은 무엇일까. 


"WHO는 치매에 대한 국가별 행동에 대한 자료를 낸다. 치매 관련 정책·서비스·제도·인식 등을 나라별로 평가한 것인데, 한국은 치매 조기 발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보험이 잘 돼 있어서 적절한 치료에 대한 접근성도 좋고, 치매 예방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연구 개발은 미흡하다. WHO는 국가 치매 관리 예산의 1%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도록 권한다. 우리는 그 비율이 0.3~0.4%다. 올해 관련 예산이 늘어서 이전보다 2배 증가한 600억원이 연구개발에 배정된다. 그래도 일본 연 12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임종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이 부분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부족하다.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제도는 있지만, 치매 환자의 마지막 삶을 위한 제도는 없다. 외국은 치매 환자가 살던 집과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시설에서 편안하게 생활한다. 

마지막으로는 치매 환자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치매 환자의 인권은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치매 안심마을이 잘 조성되면 인권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치매 환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20년 안에 국내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40%가 된다. 그중 1명은 치매 환자가 될 텐데, 그 가족까지 확대하면 국민 2명 중 1명은 치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전반에 깔린 치매에 대한 소양이다. 즉 지식, 정보, 인식, 이 세 가지 조건이 저변에 확산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치매가 자신의 일로 닥쳤을 때 어떻게든 길을 찾겠지만, 남들은 어떻게 치매 환자를 대해야 할지 모른다. 치매 환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학교 교육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 금연 교육·성교육과 같은 보건 교육을 할 때 치매 교육도 포함해야 한다. 국민이 별도의 예산을 쏟아부어 치매에 대한 소양 교육을 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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