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나비효과…한국당 계파 재편 꿈틀꿈틀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8 08: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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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날린 황교안, 몸 푸는 오세훈
대선 예비경선급 전당대회 열릴 듯

“자유한국당은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이다. 일종의 사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들어내야 할 조직이다.” 한때 한국당의 인적 쇄신을 시도했다가 손을 떼고 물러난 전원책 변호사의 말이다. 실제로 한국당의 계파 간 대립은 여야 갈등만큼이나 컸다. 3김(金) 시대의 보스정치 문화가 이어져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특정 세력을 만들어 견고한 벽을 형성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전 변호사의 진단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언론에서 친박과 비박 프레임을 계속 쓰곤 있지만, 한국당 내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 통용되던 친박·비박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계파의 필수 요건은 ‘살아 있는 권력’인데, 그 조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선을 전후로 친홍계(홍준표 측근 그룹)가 당권을 잡았다. 이후엔 복당파(바른정당에서 돌아온 그룹)가 칼을 휘둘렀다. 최근엔 중립지대에 서 있던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친박·비박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간이 도래했다는 의미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정치 신인’ 황교안, 親黃 세력 구축 시동

카오스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월27일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면서 차기 당 대표에게 다음 대선 준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막강한 힘까지 부여했다. 여기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몸을 풀고 있다. 이들의 등판을 계기로 새롭게 재편될 한국당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해 온 황 전 국무총리가 1월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뒤, 탄핵심판 이후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색채가 강한 것이 표 확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황 전 총리는 입당 직후 통합론을 들고나왔다. 통합 메시지는 당내 계파 재편 과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친박’ 이미지는 벗고 가겠다는 의미다. 당내에선 황 전 총리가 친박계 지지를 얻어 비박계 지지를 얻는 오 전 서울시장과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황 전 총리는 “이미 계파 얘기가 거의 없어졌고, 저도 누가 친박인지 비박인지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생각은 구시대 정치”라며 “언제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친박계가 일사불란하게 황 전 총리를 옹립하는 모습도 아니다. 오히려 친박계 출신 중진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황 전 총리가 당내 독자 세력을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친황계(親황교안 그룹)다. 황 전 총리 입당을 전후로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모여 황 전 총리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선·민경욱·박대출·박완수·엄용수·추경호 의원 등이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 8~9명 정도가 만났다”며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황 전 총리 측근 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향후 당이 나아갈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면서도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 잘 안착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과거 비박계 인사들에게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는 비박·복당파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돌려 입당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입당식에서 말한 통합과 화합을 실천하는 차원”이라며 “이미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에게도 전화를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파 가릴 것 없이 전화든 비공개 만남이든 접촉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항마’ 오세훈도 비박계와 거리 두기

최근 자유한국당에 다시 입당하면서 정계 복귀를 선언한 오 전 서울시장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황 전 총리의 대항마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서다. 황 전 총리가 ‘정치 신인’이라면 오 전 시장은 18년 차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의 정치인생은 2011년 전과 후로 나뉜다. 오 전 시장은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한 뒤,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의 소장 개혁파로 주목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그가 대표발의한 정치자금법, 이른바 ‘오세훈법’은 정치권에 만연했던 금권선거를 줄이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6년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 재선에도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무상급식 논쟁’ 이후다. 차별적 복지를 강조하며 무상급식을 완강히 반대한 그는 2011년 시장직을 걸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자 임기 도중 자진 사퇴했다. 이후 무책임하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정치인생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20대 국회의원으로 현실정치 복귀를 시도했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낙선했다. 바른정당에 합류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주자로 옹위하려 했으나, 이 역시 결국 실패했다. 

당초 비박계에서 오 전 시장을 대표주자로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오 전 시장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데다 7년간 정치활동을 하지 않아 비교적 새로운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김무성 의원이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대항마로 내밀 수 있지만, 대중적 지지도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오 전 시장 행보는 비박계 기대와 달랐다. 오 전 시장도 최근 ‘탈계파’를 강조하며 자기 색채를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오 전 시장은 입당 이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한국당 의원 대부분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 초계파 및 탈계파의 리더십을 원하는 분들이 많더라”며 “앞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분들은 이 같은 염원을 담아 혹시라도 남아 있는 계파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과도 만났지만 전당대회와 관련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도 달라진 김병준과 홍준표

전당대회 판도가 들썩이면서 다른 주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비서실장을 맡은 홍철호 의원 등 측근 그룹으로부터 출마를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당으로 만드는 데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유튜브 《홍카콜라 TV》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홍 전 대표는 오는 1월30일 여의도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심재철·정우택·조경태·주호영·안상수·김진태 의원(선수 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도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박계 인물로 함께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은 “현재로는 불출마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도로 친박·비박 맞대결 가능성 있나 

자유한국당의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판으로 벌써부터 흥행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공통적으로 ‘탈계파’를 외치고 있지만, 당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단초는 지도체제를 ‘단일지도체제’로 결정한 점이 꼽혔다. 단일지도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기 때문에 당 대표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된다. 당 대표 경선에서 차점자들에게 최고위원 자격을 부여해 합의 체제로 운영하는 것을 집단지도체제라 한다. 집단지도체제 선출방식에선 계파에서도 여러 후보가 나서 표가 분산될 수 있지만, 단일지도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계파별로 후보를 정리하는 단일화 과정이 뒤따르게 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당 대표는 우리 사람을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계파를 탈피하자고 선언했지만,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른 한쪽은 완전히 폐족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현재 상황에서 전제조건은 황 전 총리의 행보다. 국회 경험이 없는 황 전 총리는 여론조사에선 앞서지만 조직력에서 약하다. 자신의 독자 세력을 폭넓게 구축하지 못할 경우, 우호 세력인 옛 친박계 세력에 손을 내밀 공산이 크다. 친박계가 황 전 총리를 지지할 경우, 비박계 또한 오 전 시장 지지로 뜻을 모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약화되던 한국당 내 계파 대결 양상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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