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양기관 비리 보장하는 ‘오제세법’ 발의에 분노”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1 14: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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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노동자도 어르신도 행복할 수 있는 노인복지서비스 되도록 노력”

더불어민주당 4선 오제세 의원이 민간요양기관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고 대체입법안을 발의한 혐의로 고발됐다. 시사저널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단독보도했다. ‘오제세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민간요양기관에 대한 강화된 재무·회계 규칙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공공성보다 민간요양기관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단독] “대체입법 오제세 의원 사무실에 정치후원금 전달” 기사 참조)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오제세법’ 국회 통과를 막은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김미숙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해 조용히 통과될 뻔한 오제세법을 널리 알리며,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했다. 올해 역시 요양서비스 노동자도 행복하고 어르신도 행복할 수 있는 노인복지서비스가 되도록 투쟁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용산구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용산구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 ⓒ 시사저널 박정훈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기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노인장기요양사업은 정부 스스로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며 운영비의 80% 이상을 공적재원(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와 국비)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 번도 회계감사를 시행한 적이 없고 정부의 관리·감독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세금이 들어가고 보호자들이 내는 비용으로 운영되는 요양시설이 사업주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영리사업으로 전락하면서, 어르신의 복지와 요양노동자의 처우는 안중에도 없었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 규칙이 정해진 것은 언제이며 어떤 내용인가.

“2018년 3월30일 제정됐으며, 5월30일부터 시행됐다. 말 그대로 재무·회계 규칙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10년간 회계보고가 없었으며, 회계보고를 틀리게 해도 법적 제재가 없었다.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예·결산 계획을 세우고 보고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인건비 비율 의무화 조항도 생겼다. 요양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오다, 2013년 처우개선비라는 항목으로 겨우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요양노동자의 인건비는 실제 일한 것보다 적게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재무·회계규칙에 인건비 비율을 정하고 이에 맞게 요양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오제세법은 어떤 법안인가.

“오제세법의 발의 취지를 보면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보장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에 따라 회계 관리를 ‘상법’에 준하도록 했다. ‘시설투자를 개인이 했는데 시설투자에 대한 이익이 있어야지 않느냐, 정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민간요양기관 시설장들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운영비 전액은 국비와 보호자 부담으로 충당된다. 또한 국비를 통해 시설투자에 대한 대출금상환·이자상환, 시설보강비 비축 등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계 보고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오제세법이 시행되면 재무·회계규칙의 의무조항들이 사라지게 된다. 인건비 비율 의무 조항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요양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어지게 된다. 요양노동자들의 처우가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정상화를 위해서 어떤 정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10년간 회계감사 한 번 없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의 시작이라 본다. 회계를 맘대로 써도 되니 남는 장사라며 대출을 받아서라도 시설을 내려고 덤벼든다. 부부, 형제자매, 자녀들까지 온가족이 기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시설장의 자격 조건 또한 없다. 돈만 있으면 되니 어르신을 섬긴다는 정신도 없고, 함께 일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복지나 인간적 대우도 생각할 줄 모른다.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회계감사를 시행하고, 재무·회계규칙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하며,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사회서비스공단(사회서비스원)이 대폭 확대돼야만 한다.”

오제세 의원이 민간요양기관으로부터 불법 정치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고발됐다.

“분명 시설장들의 로비가 있었을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렇게 되니 씁쓸하다. 국비로 운영되는 요양기관들이고, 어르신 복지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시설장들과 손을 맞잡고 비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하니 분노가 치민다. 오 의원뿐만 아니라 불법 정치 후원금을 낸 시설장들 모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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