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생색내던 정부, 대상과 범위 모두 줄였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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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위, 한진칼에 소극적 주주권 행사 결정… “정부가 추진의지 약한 거 아닌가”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참여 수준은 기존 예상보다 축소됐다. 경영 참여가 적극 검토됐던 대한항공은 아예 주주권 행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생색만 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같은 결정은 2월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임원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정관 변경을 통한 이사진 견제는 소극적인 주주권에 해당한다. 이사해임 안건에 직접 표를 던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당장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앞서 논의됐던 주주권 행사 범위도 대폭 축소됐다. 1월23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일부 위원은 정관 변경뿐만 아니라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의결권 행사를 모두 제안한 바 있다.

또 대한항공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관해선 “10%룰이 부담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이내에 얻은 주식 매매차익을 토해내야 한다는 법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의 11.70%를 갖고 있어 10%룰이 적용된다. 이 상황에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경영에 개입하면 “연기금의 사회주의”란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반면 한진칼에 대해선 7.34%를 보유하고 있어 10%룰을 피해갈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결정 이후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하지만 국민연금 산하 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은 2월1일 시사저널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라 많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지했던 정부가 사실은 추진 의지가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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