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에 ‘묻지마 투자’ 광풍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08:00
  • 호수 15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북경협주 급등에 대한 거품 우려
과거 남북경협주 40%까지 폭락

남북관계가 극도의 갈등에서 해빙 무드로 전환되면서 정치 및 경제 등과 관련된 희망 섞인 다양한 남북 협력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기 시작했다. 1년 이상 이어진 평화 국면 속에 이달 말 다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개최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대북 경제협력 관련주, 이른바 ‘남북경협주’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월가의 글로벌 투자가이자 세계 3대 투자가로 소문난 짐 로저스가 북한에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은 남북경협주의 급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루머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현재 남북경협주로는 기계, 철강금속, 광물, 건설업 등의 종목이 꼽히고 있다. 과거 대북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상선, 현대로템 등은 올해 초부터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고 건설토목 분야의 일부 기업들은 비이성적인 과열 상태에 빠질 정도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민간 기업 아난티는 짐 로저스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남북경협 테마주로 분류,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심지어 황제주로 인정받으며 주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남북경협주보다 좋은 재테크 수단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2018년 10월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세부일정으로 도로표지판 제막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2018년 10월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세부일정으로 도로표지판 제막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남북경협주의 불확실성과 리스크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점에서 남북경협주가 진짜 좋은 재테크 수단인지, 더 나아가 남북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이끌 수 있는 추동력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참고로 경제학,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분석한 연구 주제는 ‘어떤 주식이 주가 상승을 이어가는가’에 있다. 수많은 논문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주가 상승을 이어가는 주식이 과연 어떤 주식인지 실증적으로 밝힌 연구는 아직까지 단 한 편도 없다. 그러나 학자들이 유일하게 밝힌 하나의 결론이 있다면 바로 불확실성이 높은 주식엔 절대 투자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미래가치와 무관하게 주변 외부환경이나 상황의 힘에 의해 주가는 더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지난해 초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광풍이다. 세계적인 경제석학과 글로벌 투자은행이 바라보는 비트코인의 관점이 첨예하게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면서 ‘묻지마 투자’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진행됐다. 유시민 등 일부 전문가, 평론가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투자 광풍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광풍은 대폭락으로 끝을 맺었다. 

남북경협주에 긍정적인 기대심리가 형성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돼야 한다. 또한, 대북제재와 비핵화 등 직면한 현안은 여전히 많고 해결해야 할 길도 아직 멀다. 암호화폐 투자와 마찬가지로 상당수 전문가들이 계속 들썩이는 남북경협주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해당 주가 상승의 이유가 기업의 실제 성과나 역량 등이 반영된 내재가치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기대심리가 비이성적인 과열을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은 또 다른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 

남북경협주 급등세를 불러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짐 로저스의 북한 투자 발언이다. 증권업계 그리고 경제학, 금융학계에서도 그는 공격적 투자가로 알려져 있다. 기업에 대한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의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워런 버핏뿐만 아니라 증권분석의 창시자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의 내재가치에 기반한 투자 주장과 반대되는 관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창업했을 정도로 그는 기업의 가치가 내재된 안정적인 투자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 현물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수익률 기반 투자를 중시한다. 과감한 투자를 하는 그의 행보를 일반 투자자가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면 위험한 이유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손꼽혀온 남북경협주 상당수는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올랐다가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기대심리가 형성됐다가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가는 급락했고, 짐 로저스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 등으로 다시 기대심리가 형성되며 주가가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 결과, 남북경협주로 지난해 꼽혔던 종목 중 일부 정밀화학, 전기전자, 제약, 금형/전자부품 기업은 지금도 최소 -5%에서 최대 -40%까지 급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로 인해 시장의 정상적인 생태계까지 교란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대심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의해 형성되는 점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그러나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때 그 이후 상승의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멘텀 지표는 증자 발표, 신사업 진출, 가시적인 재무 성과뿐이다.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이나 외부환경에 의해 주가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역량 및 내재가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주가는 폭락한다고 워런 버핏은 강조했다. 높은 기대심리가 나쁜 건 아니지만 기대심리에 의해 춤추는 주가는 거품 우려가 있으니 경계심을 갖고 예의주시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기업 역량 배제된 ‘묻지마 투자’ 경계해야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주가 진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정밀 검증, 북·미 연락사무소 설립, 종전선언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돼야 한다. 또한, 핵사찰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전면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등 복잡한 이슈와도 맞물려 있다.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나타나는 남북경협주에 대한 투자심리 과열은 이른바 작전세력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 등 잠재적 리스크가 많이 상존한다. 또다시 급락과 폭락의 위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건설/토목, 비료, 건설, 의약품, 관광산업 등으로 대변되는 남북경협주 또는 테마주가 최근에는 지뢰 제거, 대북 철도 협력 관련주 등 무분별한 방향으로 확대되며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연 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13년간 기록한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피터 린치는 ‘투자하기 전에 외부환경을 살펴보지 말고 기업의 역량이 탄탄하게 존재하는지 먼저 살펴봐야 함’을 투자 덕목으로 강조했다. 묻지마 투자 광풍은 비트코인 하나로 족하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기대심리는 항상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