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① 전당대회, 총선에 약인가 독인가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5 15:30
  • 호수 15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당 전당대회 관전포인트(上)]
보수 결집 일정하게 성공했으나, 결코 ‘약’이 되지 못하는 이유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한 번의 정당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집권여당이었다. 지난 2년간 자유한국당은 당명을 바꿔 다는 굴욕 이상으로 충격을 받았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보수 재집권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했고 새누리당은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두 동강 났다. 

2월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당대회 통해 보수층 결집 일정 효과

우여곡절 끝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성적은 제1야당이라는 이름값이 부끄러울 수준이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고작 경북과 대구 두 곳만 사수하는 데 그쳤다. 당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20% 내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기초체력은 정당 지지율이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지역구 관리를 잘했다 하더라도 정당 지지율이 확보되지 않으면 선전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지도가 높은 ‘올드 보이’를 대거 투입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반전 드라마를 만들지 못했다. 인지도보다 당의 지지율이 더 중요한 이유다.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전당대회는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곤 했다. 대선 3수를 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97년 11월21일, 한나라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의결되고 통합 정당인 한나라당이 출범했다.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는 대통령선거 후보로, 민주당 조순 총재는 한나라당 총재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같은 해 대통령선거에서 이 총재는 김대중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듬해 4월10일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총재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고 그 자리에 조순 전 서울시장이 재추대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서 총재 자리는 이회창 전 총리에게 넘어갔다. 제2차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 총재는 55.7%의 압도적인 득표로 총재가 됐다. 2년의 임기 뒤에 이 총재는 66.3%로 전당대회 선거에서 다시 승리하고 사실상 ‘이회창 대세론’을 만들어낸다. 전당대회에서 이 총재는 두 번 연속 당 대표가 되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발판을 확보했다. 이 총재는 이 기간 동안 총선 공천에 당 대표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만한 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TV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는 통합을, 오세훈 후보는 외연 확장을, 김진태 후보는 확실한 우파를 강조했다. ⓒ TV조선 제공
TV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는 통합을, 오세훈 후보는 외연 확장을, 김진태 후보는 확실한 우파를 강조했다. ⓒ TV조선 제공

확장성 가르는 40대 표심 확보에는 실패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핵심 관전 포인트는 누가 당선되느냐가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자유한국당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다. 더 나아가서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순풍을 달아줄지, 아니면 발목을 잡을지 궁금해진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층(집토끼)을 얼마나 결집하는지, 그리고 중도층(산토끼)을 얼마나 확보하는지를 살펴보면 전망이 한결 쉬워진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자유한국당은 일정 수준 이상 보수층을 결집시킨 모습이다. 전당대회가 내년 총선 대비에 약이 되는 셈이다. 보수 결집이 가능하려면 보수 성격이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보수 성향 국민들이 전당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당은 총선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2월15~17일 실시한 조사(전국 1160명 무선전화 자동응답(RDD)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9%p, 응답률 8.2%, 성·연령·지역 가중치 부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자유한국당 당 대표로 출마한 후보 중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에서 황교안 전 총리 22.2%, 오세훈 전 서울시장 20%, 김진태 의원 11.4%였다. 어떤 후보가 적합한지를 모르겠다는 응답이 무려 46.3%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흥행에 가장 중요한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황 전 총리가 50.6%로 절반을 넘었다. 압도적인 결과다. 오 전 서울시장 17.5%, 김 의원 18.7%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2월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0명 대상, 유선전화 28%+휴대전화 72% RDD 방식으로 실시한 ARS 조사로 응답률은 3.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도 비슷했다. 황 전 총리는 57.7%, 오 전 시장은 15.7%, 김 의원은 10.0%를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들의 반응과 자유한국당 지지층 사이의 간격이 꽤 크다. 전국 순회 유세에서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존재감이 부각된 김진태 의원은 인지도가 매우 높은 오 전 시장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표❶). 조사 결과로 볼 때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주변의 걱정과 우려에도 ‘닥문공(닥치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인지도 높이기’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례 없는 패배를 맛보았던 자유한국당의 보수층 지지율도 변화가 있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2018년 6월18~22일 전국 2502명 무선전화 면접 및 유무선 RDD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성·연령·지역 가중치 부여, 응답률 5.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층’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44.6%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층에서 거의 30%에 가까운 지지율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최근 조사(2019년 2월11~15일, YTN 의뢰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보수층 지지율은 54.3%로 절반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직후 조사보다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표❷). 다른 정당의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전당대회를 통한 자유한국당의 보수층 결집은 어느 정도 성과를 분명히 거둔 셈이다. 정당 지지율이 후보들의 기초체력이 되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이 결집하는 추세는 자유한국당에 약이 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단기 처방이 될지 아니면 정치 근육을 강화시키는 보약이 될지는 확장성에 달려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약이 되기 위해서는 외연이 확장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면 반쪽짜리다. 확장성 여부는 유권자 구성 중 허리에 해당되는 40대 경쟁력에 달렸다.

 

☞계속해서 (下)편 [한국당 전대]② ‘박근혜 전대’되며 확장성 한계 뚜렷 기사가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