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發 파장, 국정지지율에 언제든 ‘태풍’ 될 수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8 17: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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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문 대통령 지지율, 당장은 큰 변화 없어
‘북한’서 ‘경제’로 관심 돌아설 경우 하락 가능성

‘하노이 선언’은 없었다.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가 한 걸음 더 진전되기를 기대했다. 70여 년 동안 적대관계였던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은 싱가포르의 첫 상견례 이후 반년이 더 걸려 극적으로 성사됐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수준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 완화가 이번 회담의 핵심이었다. 회담 첫날인 2월27일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훈훈했다. 그러나 둘째 날 예정된 오찬은 취소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앞당겨 기자회견을 한 후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측이 밝힌 이유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한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았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제재 완화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렬된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중요한 것은 회담 결렬이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아직 임기 반환점을 돌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어떤 작용을 할까. 대통령 지지율에서 가장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대북정책이다. 북·미 회담 결렬이 문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태풍일까, 아니면 미풍에 그칠까.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인 3월4일 올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인 3월4일 올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북·미 회담 결렬 파장, 아직은 ‘미풍’ 수준 

단기간 내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왜냐하면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북·미 회담 결렬을 북한이나 미국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냉각기 또는 정체기로 인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자체조사로 지난 북·미 회담 직후인 3월1~2일 실시한 조사(전국 1031명, 유무선 RDD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 9.8%.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번 북·미 회담 합의 결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물어본 결과 ‘북한과 미국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48.7%로 절반에 육박했다. ‘북한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27.6%,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17.9%였다.(표❶) 

다수 국민들은 이번 북·미 회담 결렬을 북·미 관계의 실패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회담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면 북한이나 미국 중 한 국가에 책임을 돌렸을 공산이 크다. 전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몇몇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존 볼턴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종합적인 평가는 사뭇 달랐다. 회담 직전과 직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미세한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유의미할 정도로 그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북·미 회담 직전인 지난 2월18~22일 실시한 조사(전국 2514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2.0%p, 응답률 5.5%)와 2월25~28일 조사(전국 201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응답률 6.5%, 두 조사 모두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 RDD 자동응답조사, 성·연령·지역 가중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를 비교해 보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다소(약 2%p) 하락했다. 하지만 중도층과 40대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회담 결렬 당일인 28일까지 반영된 조사 결과지만 대통령 지지율에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내려갔고 북한 및 안보 문제에 예민한 가정주부층은 10%p가량 하락했다.(표❷) 전반적으로 대세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만 본다면 북·미 회담 결렬은 문 대통령 지지율에 태풍이라기보다 미풍 수준이다.


국가경제 전망 부정적…지지율 살얼음판

북·미 회담 결렬의 여진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친다면 미풍이겠지만, 상황 변화가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가 될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신뢰 문제가 재점화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회담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한이 감추고 있는 핵시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궁금증은 한층 더해졌다. 그만큼 북·미 회담의 핵심인 비핵화 허들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의 상징적 지역명인 ‘영변’ 외에 우라늄 시설을 갖춘 지역이 새롭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일정한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또한 호의적이었다. 그렇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대통령 지지율에 주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2월12~14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3명, 휴대전화 RDD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 17%.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북한이 비핵화 관련 합의 내용을 잘 준수할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긍정과 부정이 각각 46%와 44%로 매우 팽팽했다. 북한의 약속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확보되지 못한 결과다. 특히 20대 남성은 57%가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나타났다.(표❸) 

게다가 대북 문제에 대한 기대만큼의 소득과 성과가 없다면 국민들의 관심과 평가는 경제 쪽으로 돌아서게 마련이다. 북한의 합의 내용 이행에 대한 긍정 평가를 국가경제 긍정 전망과 교차 분석해 보면, 괴리 정도가 약 30%p나 된다. 북한의 합의 내용 이행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이 46%인데 국가경제 긍정 전망은 고작 17%에 그친다. 30대에서 그 편차는 무려 40%p가 넘는다.(표❹) 지역별로 분석해 보더라도 그 편차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대통령의 핵심 기반 지역인 호남에서 ‘북한의 합의 내용 이행’ 긍정 평가는 10명 중 약 6명 정도인 데 반해 ‘국가경제 전망’에 대한 긍정 시각은 4명 중 채 1명 수준이 안 된다.(표❺) 즉 북·미 관계가 최단 시간 내 복원력을 발휘하거나 체감 경기가 단기간 내 좋아지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들 사이에선 ‘북핵’보다 ‘초미세먼지’가 더 두렵고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현실이다. 

올리버의 기대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일의 결과가 자신의 기대보다 더 많이 일치하면 만족을 느끼고 기대보다 못하면 불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기대 수준이다. 북한이 북·미 간 그리고 남북 사이의 합의를 이행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지만, 국가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반대로 많이 낮아졌다. 둘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가 적지 않다. 북·미 회담 결렬이 당장은 ‘미풍’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 발만 헛디뎌도 대통령 지지율에 ‘태풍’이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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