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홍장표 “빈곤 해결 위해 한시적 ‘핀셋 복지’ 필요”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8 17: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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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의 돌풍과 역풍, 홍장표에게 이유를 묻다

이제 모두 안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경제’에서 갈린다는 것을. 위기 때마다 문재인 정부를 구해 주던 대북 이슈는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국민들의 시선은 평양과 워싱턴, 그리고 하노이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국민들의 눈높이도 ‘내 삶을 바꿔줄’ 민생과 경제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는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승부처는 역시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브랜드다. 혁신성장·공정경제가 함께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방향을 구성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소득주도성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안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그만큼 찬반이 갈리고 논쟁이 뜨겁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의 성공 여부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소득주도성장은 ‘돌풍’을 일으켰다. ‘가계소득 증대, 가계지출 경감, 사회안전망과 복지 강화’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소득분배를 개선한다는 성장론은 진보진영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오랫동안 진보진영에 성장담론은 아킬레스건이었다. 분배정책과 달리 성장담론에 있어서는 유의미한 정책적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해 ‘대안이 뭐냐’는 비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2014년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신상품을 대안적 경제체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끌어올렸고 대선공약으로 적극 추진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존 야권이 추진하던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와도 잘 맞았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에서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치권에 소득주도성장론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론에서 국가적 정책으로 승격돼 다각도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돌풍은 대한민국에 상륙했지만,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혁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저항이 많은 법’이라고 치부하기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자리’ ‘성장잠재력 확충’ ‘소득분배 개선’과 같은 소득주도성장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있다. 고용 부진 속 양극화·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일자리는 전년 대비 9만7000개 증가하는 데 그쳐 금융위기 때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9.5%로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최하위 20%(1분위)와 최상위 20%(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200원, 932만4300원으로 7배 넘게 차이가 났다. 반면 1분위와 5분위 가구의 공적이전소득 차이는 13만8700원에 불과했다. 공적이전소득이란 국민연금, 기초연금, 실업급여, 세금환급금 등 정부가 가구에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소득 격차(808만6100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역풍’을 맞은 소득주도성장의 냉정한 현주소다. 

한쪽에서는 ‘폐기하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대로 하라’고 지적하는 소득주도성장. 양측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고 있지만 계속해서 소득주도성장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홍장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돌풍은 왜 역풍이 됐을까’라는 질문에 가장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장본인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설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경제 실정’을 제기하고 있다. 그 핵심 고리에 역시 소득주도성장이 있다. 국민들도 묻고 있다. ‘언제쯤 정책효과를 체감할 수 있냐’ ‘틀린 정책이 정말 아니냐’고. 홍 위원장을 만나야 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018년 9월6일 출범했다. ⓒ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018년 9월6일 출범했다. ⓒ 연합뉴스

현안부터 묻자. 무디스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민간 부문에서 성장률을 하향 전망하는 이유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 본다. 대외 리스크 요인을 제외한 대내 리스크 부분은 이미 다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성장률 전망치를 가장 잘 맞힌 곳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었다. 올해 성장률도 이들의 전망치(2.6%) 정도가 될 거라 예상한다.”

총 24조원이 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논란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 정책’이라 봐도 되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 보진 않는다. 일자리 대책이라면 성과가 바로 나야 하는데, 이들 사업은 향후 10년간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이번 예타 면제 결정은 일종의 반성이다. 그동안 SOC 예산을 너무 줄였다. 실제로 건설업이 위축됐다. 예타 면제는 지역균형발전 대책의 일환이다. 지금껏 지역에서 불만이 많았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가 불평등·양극화 해소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간 지속된 불균형 성장모델 때문이다. 한국은 후발주자였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추격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그게 더 이상 안 되는 상황이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투자와 소비 등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과거의 성장모델 속에 운동장이 기울어졌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바로잡으려는 게 바로 이거다.”

문 대통령이 특위를 구성하며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두 가지 특명을 받았다. 먼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밑그림을 탄탄히 그리라는 것이다. 세부 정책 개발을 통해 빈틈이 없도록 하라는 주문이다. 다른 하나는 현장과의 소통 강화다. 다양한 경제주체들과의 채널을 확보하고 민생 현장과의 접점을 늘려 정책 개발 등의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라는 당부가 있었다. 매달 정책토론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넘어 정책 개발도 함께 하려고 노력 중이다.”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에 밀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 정부들은 혁신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다. 창조경제, 녹색성장 등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왜 성공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게 소득주도성장이다. 두 개의 성장엔진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도 성공하려면 혁신성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뭔가.

“가계지출 경감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의료비 경감이 있다.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치매국가책임제 등은 국민들이 체감하시는 부분이라고 본다. 가계소득 증대 부분에서 보면,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을 꼽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가계소득이 확실히 늘었다. 작년 우리가 달성한 2.7% 성장률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힘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그간 우리의 성장 패턴은 수출이었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으로 성장엔진을 하나 더 달았다. 세계 경제의 영향에 좌우되는 ‘수출 외끌이’ 성장 모델은 한계가 분명했다. 작년에 기록한 2.7% 성장률의 기여도를 분석해 보면 소비가 1등, 수출이 2등이다. 정부 지출은 평년작 수준이었고 가장 안 좋았던 게 민간 투자였다. 투자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2.7% 성장률을 달성한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는 증거다.”

홍장표 위원장이 2월26일 열린 ‘포용국가로 한걸음 더,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장표 위원장이 2월26일 열린 ‘포용국가로 한걸음 더,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 부진의 정의에 혼돈이 있다. 다들 고용 부진이라 하면 고용 감소라고 이해한다. 실제로는 고용 증가세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다는 의미다. 고용 대란과는 사실 무관하다. 그럼에도 고용 증가세는 분명 부진했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우선 인구구조 변화,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가 있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 조선, 해운업의 부진이 있었고 이게 용역 등 서비스업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도소매업의 경우 온라인 쇼핑과 같은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매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영향이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없었다는 주장인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최대치와 최소치 그 사이에 있을 거라고 본다. 분명 고용 부진에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고용 부진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그건 일종의 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소한다.

“저희도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또 반대 측 이야기도 듣고 있다. 역시 긍정적·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있다. 종합적으로 파악해 보면,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도 부담이지만 장사가 안 되는 점이 지금 자영업자분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본다. 소비가 늘고 있지만 골고루 골목상권까지 그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요인으로는 제대로 설명이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 해소가 급선무다.”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이미 대통령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던 부분이다. 작년과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의 긍정적·부정적 영향 모두를 고려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수용성을 감안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면 보편적 복지로는 현재의 심각한 빈곤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도 최근 비슷한 생각을 자주 한다. 기존 보편적 복지라는 기조를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최근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적잖은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빈곤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장기적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해야겠지만, 절대적 빈곤 문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국가의 책임을 다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분명 ‘타기팅 복지’ ‘극빈층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와 관련된 정책 건의를 계속하고 있다. ‘핀셋 복지’가 필요하다. 관련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향후 집중할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세부 정책과제(총 43개)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올해는 국민들이 체감하실 수 있는 과제에 집중하려 한다. 소득격차 해소, 특히 빈곤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 경감 문제에도 집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업 문제다. 실업뿐만 아니라 낮은 임금에 허덕이는 계층에 정부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다. 즉 올해 경제상황이 작년보다 약한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분들에게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극빈층에게 기초연금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부분 등을 해결해야 한다.” 

홍장표 위원장은 누구? 
‘J노믹스’ 밑그림 그린 ‘소득주도성장’ 주창자

홍장표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핵심 기반인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인물이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부경대에 둥지를 틀었다. 학부(사회과학대학)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대통령상을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맡다 작년 6월말 물러났다. 하지만 곧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소득주도성장’의 든든한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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