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처음 언론 앞에 선 군 내부공익제보자 민진식 전 대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9 10: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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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비리 척결을 현실적 문제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민진식 전 대령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지난해 8월 전역한 지 반년 만이다. 그는 2012년부터 ‘육군훈련소 증식빵 입찰 비리’ ‘PX 납품 비리’ ‘밀리토피아 입찰 비리’ 등 30여 건의 공익제보를 한 인물이다. 민 전 대령의 고발은 군 비리를 척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포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의 태도는 냉랭하다 못해 차가웠다. 사실상 보복에 가까운 압박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7년여 동안 모진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시사저널과 만나 국방부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털어놨다.

ⓒ 시사저널 최준필 

처음 공익제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국군복지단(복지단)에서 근무하던 시절 각종 비리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군내 고위직인 대령이 공익제보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민 끝에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국방부 감사관실과 검찰단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감사관실과 검찰단 복지단은 비리 조사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저를 뇌물수수 혐의로 모함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와 검찰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공익제보 이후 국방부는 PX 입찰 비리 등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국방부의 입장과 달랐습니다. 2014년 10월 검찰은 PX 입찰 비리와 관련해 납품업자 11명을 입찰 방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또 예비역 중령 출신의 복지단 근무원도 입찰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돼 구속됐습니다. 육군훈련소 증식빵 비리 역시 수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국방부는 어떻게 대응했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습니다. 검찰에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감사원에선 비리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처벌을 권고했지만 묵살했습니다. 이 때문에 입찰 비리를 저지른 민간업체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사건에 연루된 복지단 관계자들은 이렇다 할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처벌받은 업체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도, 입찰 비리로 부풀려진 PX 판매가 정상화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의 조치가 전혀 없었나.

“전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유일하게 취한 조치는 물의를 일으킨 업체들과 납품계약을 해지한 것입니다. 하지만 범죄 사실이 밝혀진 이후 즉각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 아니라 1년 동안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에 가깝습니다. 뇌물을 수수한 군무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응했습니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범죄금액 5배의 징계부과금을 추징해야 하지만 이를 생략하고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납품업자나 근무원의 입을 통해 다른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익제보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다.

“공익제보 직후인 2012년 11월 국방부에 ‘무보직 파견’ 됐습니다. 사실상 강제 전출당한 겁니다. 사무실 빈자리에 책상만 가져다 놓고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네다섯 차례에 걸쳐 무보직 파견 기간이 연장됐습니다. 그렇게 5개월을 버텼어요. 당시 군 내부에 ‘민진식 대령은 뇌물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지른 인물’이라는 음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변의 시선은 냉랭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잘못한 게 없으니 더욱 당당하게 행동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익제보 직후엔 갑자기 4건의 징계 요구와 3건의 뇌물 수사 의뢰도 쏟아졌습니다. 사실상 보복에 가까운 음해들이었습니다.”


제보 직후 징계 요구와 수사 의뢰 쏟아져 

징계 요구와 수사 의뢰의 결과는 어땠나.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 2013년 5월 ‘상관 복종 의무 위반’으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해군아파트 내 상가에 영외 PX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복지단장은 GS마트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국유재산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실무자에게 공개경쟁입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라고 지시했습니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했는데도 국방부는 상관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고 저를 징계했습니다.”

국방부의 징계에 어떻게 대응했나.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에선 국방부의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보복성 징계’에 대한 의심을 판결 근거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징계 처분의 동기가 원고(민 대령)의 이 사건 지시만을 문책하려는 것인지에 관해 의심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수위를 ‘근신 10일’로 낮춰 재징계를 내렸습니다. 군에서 33년 이상 복무하면 보국훈장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만, 이 징계로 보국훈장과 국가유공자 대상자에 제외됐습니다.”

이후에도 국방부의 보복이나 압박으로 의심되는 일이 있었나.

“네. 전역하기 직전까지 압박은 계속됐습니다. 2013년 5월 육군사관학교(육사) 인사행정처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국방부와 복지단은 저에 대한 징계를 육사에 요구했습니다. 육사는 징계를 거부했습니다. 2015년 1월 특전사령부 기획실장으로 발령 났을 때도, 2016년 7월부터 21사단 부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징계요구는 계속됐습니다. 저를 징계하기 위해 검찰단에 수사 의뢰까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결국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니 징계를 내리진 못했습니다. 그러자 ‘서면경고’를 내렸습니다. ‘기자와 접촉 시 국방부 대변인 또는 해당 기관의 홍보담당 부서의 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접촉해야 한다’는 국방홍보훈령 규정을 어기고 방송기자와 만났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법원에 서면 경고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부터 지난해 7월 전역까지 7년여 동안 이어진 국방부의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심적,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 입장에선 비리에 눈감지 않고 대응한 저를 원망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육사를 지원한 동기는 군대가 사회보다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급 장교 시절부터 상급자 및 지휘관들에게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군내 비리 척결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방부의 대응을 미뤄보면 앞으로도 군내에선 내부고발이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예.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뚜렷한 군 특성상 내부고발을 위해선 사실상 진급은 물론 군생활 자체를 포기해야 합니다. 국방부도 저를 비롯한 내부고발자에 대해 보복을 자행해 왔습니다. 이는 본보기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제보를 하면 이렇게 불이익을 받으니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겁니다. 당연히 내부고발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것이 바로 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난해 전역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기회가 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앞에 행정사사무소를 개소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방부와 각을 세워오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편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도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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