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나선 중국의 ‘철도’ 투자…‘북한 철도’도 영향
  • 모종혁 중국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1 11: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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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도에 올해 143조원 쏟아 부으며 ‘경기부양+일대일로’ 노려
중국과 합작한 ‘북한 철도 투자’ 가능성에 한국도 주목

지난 3월5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3000여 명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0〜6.5%로 잡았다. 이는 전년보다 0.5% 떨어진 수치다. 리 총리는 “국내외 정세를 분석해 볼 때 올해는 더욱 복잡하고 준엄한 환경에 직면해 예상하기 어려운 위험과 도전이 더 많아질 것이므로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엄숙히 말했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중국 최고지도부가 느끼는 위기의식을 잘 보여준다. 실제 이번 전인대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흰머리를 드러냈다. 해외 언론은 “시 주석이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흰머리를 노출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위기에 고민하는 지도자 모습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고속열차 ‘푸싱호’ ⓒ 연합뉴스
중국의 고속열차 ‘푸싱호’ ⓒ 연합뉴스

‘일대일로’ 육상 실크로드에 북한도 포함

정부 업무보고 직후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 정부를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성장률 목표치를 낮출 때마다 중국 경제동력이 상실했다는 비관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세계 톱5 경제주체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신화통신도 “경제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할 때”라면서 “지난 40년간 중국이 평균 9.5%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2.9%인 것을 고려하면 기적과 같다”고 자찬했다.

이런 자기 위안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6% 경제성장률 사수를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았다. 먼저 올해 재정적자율을 전년보다 0.2% 높은 2.8%로 설정했다. 그에 따라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를 2조1500억 위안(약 360조원)으로 잡았다. 또한 얼어붙은 소비 증진을 위해 기업 감세, 개인소득세 인하, 제품 보조금 지급 등을 추진했다. 따라서 부양자금 규모는 4조1500억 위안(약 69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조1000억 위안(약 185조원) 규모의 16개 인프라 사업을 이미 승인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0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듬해 인프라 투자에 쏟아 부은 1조5000억 위안 다음으로 많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는 국가부채 급증을 우려해 인프라 투자에서 속도 조절을 해 왔다. 특히 주목할 분야는 철도다. 올해 철도 투자에 8500억 위안(약 143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 실제로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도 당초 7320억 위안으로 투자계획을 잡았으나, 최종 8028억 위안을 투입했다. 

이번에 새로이 6800km의 철로가 부설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45%나 증가한 수치다. 그중 고속철도가 3200km를 차지한다. 2018년 말까지 중국의 고속철도 길이는 2만9000km로, 세계에서 가장 길었다. 대부분 산간을 지나는 충칭(重慶)~윈난(雲南)의 성도 쿤밍(昆明) 노선, 충칭~쓰촨(四川) 노선, 후난(湖南)~장시(江西) 노선 등 고속철도 구간이 건설된다. 또한 상하이의 공항 2곳과 철도역 2곳을 잇는 고속철도와 관련 시설의 확장공사도 시작된다.

중국의 광대한 철도망은 지난 2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려 3500여km를 60시간 동안 달려 중국 대륙을 횡단한 것이다. 사실 북한 신의주의 맞은편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베트남과 인접한 광시(廣西)자치구 난닝(南寧)까지 고속철도가 부설되어 있다. 단둥에서 난닝까지 바로 가는 고속철도는 없고 베이징에서 갈아타야 한다. 이럴 경우 걸리는 시간은 19시간30분이다. 여기에 2017년에 착공된 난닝~핑샹(憑祥) 노선 고속철도가 2021년에 완공되면, 총 20시간10분이 걸린다.

핑샹은 베트남 동당의 맞은편에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중국은 핑샹에서 시작해 가깝게는 베트남의 동당~하노이, 멀게는 하노이~싱가포르에 이르는 고속철도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육상 실크로드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이다. 이 구상에는 북한도 들어간다. 지난해 8월 지린(吉林) 둔화(敦化)에서 백두산을 잇는 고속철도 노선을 착공했다. 또한 11월에는 랴오닝 선양(瀋陽)에서 옌볜(延邊)을 거쳐 백두산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공사도 역사문화 영향평가에 들어갔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한국이 주목하고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경우 가장 먼저 진행될 남북경협 투자가 철도 건설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낙후된 철도 실상을 솔직히 토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철도를 비롯한 교통운수 부문에서 수송능력과 통과능력을 높여 수송의 긴장성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 인사들과 접촉한 북한 정부 실무진이 고속철도 투자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과 합작한 ‘북한 철도 투자’ 고려

사실 북한을 종단하는 고속철은 경제적 수익성이 거의 없다. 고속철을 타고 다닐 수 있는 북한 주민이 별로 없고, 국경에서 출입국 심사를 따로 받는 데 1~2시간이나 소요된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일부 관광객과 출장자만 이용할 경우 막대한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 중국 내 고속철 부채 규모가 이를 증명한다. 승객이 많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廣州) 노선, 베이징~톈진(天津) 노선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손실을 내고 있다. 그로 인해 중국철로총공사의 부채는 2018년 9월까지 5조2800억 위안에 달했다.

고속철은 수익성이 높은 화물 운송이 거의 불가능해, 오직 승객 수송에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고속철의 수송 수익으로 건설 대출이자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노선마저 수익률은 금융기관의 대출 기준금리와 비슷한 5% 미만이다. 따라서 정권의 운명을 걸고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 철도 투자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이 정치적·정세적인 이유를 들어 뒤통수를 치는 상황도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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