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실패하면 아시아나 팔겠다”…금호그룹의 ‘마지막 카드’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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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전 회장, 부인·딸 지분 담보로 5000억원 규모 자금지원 요청
“3년 내 자구계획 이행 못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해도 좋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승부수를 띄웠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그래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아사아나항공을 팔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경영권과 핵심 계열사를 모두 내걸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발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발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금호그룹은 4월10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담보로 맡기겠다는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 이경열 여사(3.1%)와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1.7%)가 보유한 총 4.8%의 금호고속 지분이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격의 회사다.

잎서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자신들의 금호고속 지분 42.7%를 이미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과거 금호타이어의 장기차입금에 대한 몫이다. 다만 현재 박 전 회장 측은 해당 담보를 해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담보를 해지해주면 이를 다시 이번 자구계획안 실천을 위한 담보로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총 47.5%의 오너 일가 지분이 모두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그 대가로 금호그룹은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3년 내에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좋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곧 채권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MOU를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자구책을 논의한 만큼, 어느 정도 물밑 합의가 이뤄졌을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는 1조700억원. 금호그룹이 지원을 요청한 자금 5000억원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3조원이 넘는다. 올해 당장 위기를 넘기더라도 자구계획 이행 기간인 3년 안에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차피 매각될 기업인데 오너 일가가 생색만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은 ‘호남재벌’ 이미지가 강했던 금호그룹을 전국 기업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 독점체제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방침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 1999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0년엔 세계 100대 항공사 중 1등에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오너리스크 등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난해엔 ‘기내식 대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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