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고백 후 피해 학생들은 더 힘들어졌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8 08:00
  • 호수 15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스쿨미투' 활동 앞장 선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이베로니카 활동가

스쿨 미투 바람이 전국으로 퍼진 지난 1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교와 교육청의 역할을 대신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스쿨 미투 제보글과 언론 보도를 샅샅이 모았고 문제 학교들을 수시로 감시했다. 지난 5월 이들이 발표한 ‘스쿨 미투 전국 지도’는 현재 스쿨 미투와 관련한 거의 유일한 데이터이기도 하다. 피해 학생들을 위한 무료법률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아직도 어디에 어떻게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는 게 지원을 시작한 이유다.

5월22일 정치하는엄마들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덕·이베로니카 활동가는 “전국에서 모은 스쿨 미투 글과 자료가 너무 많다”며 수북한 서류 더미를 건넸다. 그 안엔 미투 발생 학교의 이름과 함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교사들의 발언 및 행위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두 활동가는 “학생들이 용기로 알린 교사들의 폭력적 발언 하나하나가 경악”이라며 “이런 행동을 회사나 가정에서 했다면 무조건 강력 처벌인데, 왜 학교가 더 솜방망이로 가해자를 감싸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5월14일 ‘스쿨 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연합뉴스
5월14일 ‘스쿨 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연합뉴스

"학교·교육청 태도에 학생들 2차 피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3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스쿨 미투 1년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해당 지역 내 미투 발생 학교 명단과 가해 교사 수는 물론, 교육청 감사 보고서와 가해 교사들의 징계 현황 및 사과  등 총 15가지 항목에 대해 질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13개 교육청에서 해당 정보에 대해 비공개·부분공개를 통보했다. 교사 개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며, 인사와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김정덕 활동가는 "피해학생들에게조차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해 교사들이 계속 복직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한 공간에서 다시 가해 교사와 마주해야 하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이처럼 가해 교사에 대한 학교의 옹호와 교육청의 소극적 태도가 학생들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미투 제보를 하면 학업 등으로 가장 힘들어지는 건 학생 자신”이라며 “학교나 교육청에서 해결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어 용기를 냈을 텐데, 그게 지금은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베로니카 활동가 역시 “학생들도 처음엔 이렇게까지 힘들어질지 몰랐을 것”이라며 “더 싸울 여력이 없다고 알려오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대면 인터뷰 후 활동가들은 여러 차례 기자에게 전화·메일 등을 통해 스쿨 미투 관련 업데이트된 소식을 알려왔다. 5월 스쿨 미투 발생 학교는 86개에서 6월 93개로 늘었고, 여전히 곳곳에서 피해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활동가들은 “가해 교사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스쿨 미투 예방법”이라며 “진행 중인 서울시교육청 행정소송 건을 비롯해,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현황 추적 등 교육 당국이 공개를 기피하는 스쿨 미투 현황들을 밝혀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