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손정의] 그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되고 있다
  • 임수택 국제경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8 10: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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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 여파로 흔들리는 ‘손정의 신화’…“위기가 기회”라며 여전히 자신감 보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코로나바이러스 충격 여파는 비켜가지 못했다. 손 회장은 5월18일 결산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 펀드 88개 기업 중 15개사는 사라질 수 있고, 60개사의 실적도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나머지 13개 기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손정의 특유의 자신감도 잃지 않았다. “1~2년 앞의 일은 예측할 수 없지만, 10~20년 이후의 일은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는 손 회장에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는 또 한 번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알리바바 창업자 겸 전 회장인 마윈이 2019년 12월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포럼 2019에 참석하고 있다. ⓒREUTERS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알리바바 창업자 겸 전 회장인 마윈이 2019년 12월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포럼 2019에 참석하고 있다. ⓒREUTERS

손정의 경영 요체는 ‘정보통신혁명’과 ‘진화’

손정의 회장과 소프트뱅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에 대한 예측은 지난 위기를 극복해 온 과정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손 회장은 24세 되던 해인 1981년 창업한 이래 수차례의 위기를 겪어 왔다. 가장 큰 위기는 2000년 초의 IT 버블 붕괴였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손정의가 대주주인 야후재팬 주식 액면가 5만 엔짜리가 1억 엔까지 오른 적이 있다. 이는 일본 증시 사상 전대미문의 급등이었다. 당시 야후재팬 주식 한 주를 사려면 도쿄 시내 건물 한 채를 팔아야 할 정도로 야후재팬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IT 버블 붕괴로 야후재팬 주식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주식 가치가 99% 추락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이 실체 없는 IT기업과 기업인을 비난했다. 특히 제조업으로 기업과 국가를 성장시켜 온 일본인들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IT 경영인의 경영방식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향후 IT와 인터넷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확신하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06년 일본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금액인 2조 엔으로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했을 때도 여론은 “피를 보게 될 것” “침몰하는 배에 탄 격”이라며 소프트뱅크의 위기를 예견했지만, 결과는 소프트뱅크를 오늘날의 통신기업으로 화려하게 등극시킨 기폭제가 됐다. 미국의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통신기업으로 성장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는 그간 겪어 온 위기와는 다른 면이 있다. 한 기업 내부의 환경이나 일본 국내 변수로 발생한 과거의 위기와는 다르게 이번 코로나19에서는 지구 전체적으로 많은 국가와 기업과 다양한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경영의 요체는 ‘정보통신혁명’과 ‘진화’라는 두 가지로 함축할 수 있다. 흔히 ‘위기’란 ‘위험’과 ‘기회’라고 한다. 손 회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5월18일 3분기 경영실적을 온라인으로 발표할 때도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투자해 왔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실적이 좋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재무구조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측은 알리바바 주식이 14.7조 엔, 소프트뱅크 주식이 4.5조 엔, 티모바일 주식이 3.2조 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 주식이 2.6조 엔, 그리고 비전펀드 주식이 2.6조 엔으로 도합 27.6조 엔의 가치가 있으며, 극단적으로 비전펀드의 주식이 제로가 된다 하더라도 25조 엔 정도의 주식 가치가 남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에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통신사의 합병이 지난 4월1일 완료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부각했다. 

손정의 회장에게 지금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창립 이래 지난 40년간 위기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진화해 온 기업의 연혁을 보면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보틱스를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경영·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미할 것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청사진도 수정해 갈 것이다. 제2차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자금 조성 및 운영방식도 바뀔 것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예견된다. 

 

AI와 IoT의 미래 산업 투자에 박차 가할 듯 

지난 위기 때마다 그래왔듯 변화는 손 회장에게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되고 있다. AI와 IoT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2016년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를 3.2조 엔을 주고 인수했다. 기업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지불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손 회장은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오히려 싸게 매수했다며 비난을 일축했다. 암홀딩스는 IoT 디바이스에 탑재하는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손 회장이 최근에 가장 강조하는 말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빅데이터는 IoT 디바이스를 통해 얻어진다. 암홀딩스를 엄청난 돈을 주고 인수한 이유다. 모든 가전,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할 때 그 중심 역할을 하는 기업이 바로 암홀딩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암홀딩스와 같은 기업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승부사 손정의에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사스·메르스·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이제 바이러스 문제는 기업경영에 상수적 변수로 자리매김되어 가고 있다. 손 회장에게 지금은 IT 버블 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생 50년 계획에서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던, 그것도 빚도 없는 건실한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시기에 손 회장은 다시 도전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 손 회장에 대해서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지난 40년간 놀라운 업적을 만들어 온 긍정적인 측면과 1인 중심의 독단적인 경영과 지나친 차입경영으로 재무적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우량주식을 파는 것뿐이라는 현 상황이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반면에 코로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게 낙관적인 주장이다.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면서 자동차·전기·석유·식품가공 등의 산업이 형성되어 왔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부상하는 분야는 온라인 의료, 온라인 교육, 온라인 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다. 손 회장은 “딱 하나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보통신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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