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 검찰 수사에 드리운 기업사냥꾼의 그림자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3 10: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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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기업사냥꾼 한씨가 무자본 인수한 기업 사들여
김 회장 “한씨와 가까운 사이 맞지만 사업 관계 없어”

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상장사인 한국코퍼레이션을 인수한 뒤 김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 상장폐지 위기로 내몰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사건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당돼 수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 사건 곳곳에선 현재 구속기소된 기업사냥꾼 한아무개씨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한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한씨가 사냥한 기업을 김 회장이 인수했고, 거래정지 상태인 한국코퍼레이션의 새 인수자로 한씨가 실소유주이던 기업 출신이 나섰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시사저널 포토

인수한 회사의 자금으로 또 다른 회사 인수

김 회장은 최근까지 8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그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한국홀딩스를 통해서다. 김 회장이 본격적인 계열사 확장에 나선 건 2017년 3월 한국코퍼레이션(옛 피엠씨) 인수가 시작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1991년 설립된 국내 1세대 고객관리(CRM) 서비스 업체다. 콜센터 아웃소싱 및 AI 기반 비대면 솔루션 개발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김 회장은 당시 한국홀딩스를 통해 한국코퍼레이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 12.66%를 확보했다. 인수 대금 190억원은 한국홀딩스 보유자금 42억원에 김 회장의 자금 148억원을 더해 마련했다. 김 회장은 신주 발행 대금 148억원 중 상당 부분을 세종저축은행(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현 상상인저축은행)에 자신이 보유하던 코스닥 상장사 이디(현 코너스톤네트웍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한국코퍼레이션 경영권 확보 직후 이 회사가 자신이 보유하던 이디 지분 12.45%(485만1792주)를 188억원에 매입하도록 했다. 이 거래를 통해 61억원의 매매 차익을 실현한 김 회장은 매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저축은행 차입금을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상 기업의 자금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한 형태다.

김 회장은 또 이디 등이 보유 중이던 한국테크놀로지 지분 15.79%(630만 주)를 한국코퍼레이션이 161억원에 인수하도록 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인 2017년 5월 이디 경영권 지분 11.99%를 231억3800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주체는 김 회장의 동업자이던 인물이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 수성이었다.

김 회장은 특히 수성의 이디 인수 대금을 한국코퍼레이션에서 지원토록 하기도 했다. 수성이 전체 인수 대금의 70%에 해당하는 161억3000만원을 한국코퍼레이션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통해 마련키로 한 것이다. 결국 김 회장은 한국코퍼레이션 자금을 들여 동업자를 독립시키고 ‘김 회장→한국코퍼레이션→한국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시킨 것이다.

검찰에 접수된 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작은 사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이 담긴 고발장 ⓒ뉴시스

김 회장 “검찰 수사에서 진실 밝혀질 것”

일련의 과정에서 지출된 한국코퍼레이션 자금은 이디(188억원)와 한국테크놀로지(161억원) 주식 취득과 수성 전환사채 발행 참여(161억원) 등을 더해 500억원을 상회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현재 검찰에 고발이 접수돼 배당돼 있는 만큼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고발장 내용 대부분은 이권에 얽혀 있는 이들이 제기한 악의적인 허위 사실로, 검찰 수사 결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고발인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코퍼레이션의 재무상황은 인수 1년여 만에 악화됐다. 2018년 6월30일 기준 결손금이 443억원,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97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서 자본잠식을 우려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은 자본잠식 해소 명목으로 자금 모집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 12월 3자배정 유상증자(289억원)와 CB 발행(130억원)을 통해 419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모집한 자금을 자본잠식 해소에 사용하지 않았다. 자금 중 211억원을 글로벌바이오투자조합을 통한 게놈바이오로직스아시아퍼시픽 주식 매수에 투입했다. 이들 기업은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등기부등본상 두 기업은 한 주소지를 공유하고 있는데, 해당 주소지에는 이들 회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사회에 참석한 주주 87%의 동의를 얻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코퍼레이션 계열사인 한국테크놀로지도 기업 인수에 동원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디에스씨밸류하이1호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건설 지분 100%를 152억5000만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거래 상대방은 디에스씨밸류하이1호 지분을 50%씩 보유한 키스톤PE와 인터불스(현 스타모빌리티)였다. 한국테크놀로지는 계약 당일 키스톤PE 지분 50%를 82억5000만원에 인수했고, 향후 인터불스 지분 50%를 7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금 5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한국테크놀로지가 인터불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잔금을 확보하는 과정도 석연찮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인수 잔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월 김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는 큐앤컴퍼니를 대상으로 6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그런데 앞서 한국테크놀로지는 김씨가 대표인 코리아리스트럭처링이라는 회사에 65억원을 대여했다가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바 있다. 김씨 소유 법인을 통해 한국테크놀로지 자금을 돌린 셈이다.

김 회장의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는 특히 주목받았다. 당시 인터불스의 실소유주가 기업사냥꾼 한아무개씨였기 때문이다. 또 김 회장이 인수 의사를 밝힌 지난해 1월은 한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씨는 지난해 6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특히 김 회장은 한씨와 고등학교 동문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인수 의사를 밝힌 초기 한씨의 재산을 맡아두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실제 한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무자본 인수한 직후 형인 한글렌상씨를 대표이사로 앉혔는데, 지금까지도 직책을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 지난해 2월에는 한국테크놀로지 이사로까지 선임됐다는 점은 이런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또 이후 기업사냥꾼 한씨로부터 인터불스를 넘겨받은 인물이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한씨와 고등학교 선후배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는 맞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를 결정한 데는 이런 관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한글렌상씨를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와 한국테크놀로지 이사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글렌상씨와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내면서 지켜봐온 결과 능력이 좋은 분이어서 경영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봉현 전 회장과 관련해서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8년 8월 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왼쪽 네 번째)이 대한카누연맹회장 자격으로 대한카누연맹 카누용선 남북 탐일팀 관련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새 인수자도 한씨가 실소유하던 기업 출신

한국코퍼레이션은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김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은 지 불과 2년여 만인 올해 3월23일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전에는 주가 하락세가 커짐에 따라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저축은행으로부터 반대매매도 진행됐다. 당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에서 한국홀딩스 소유의 한국테크놀로지 지분 14.86% 중 13.57%(517만 주)를 담보로 76억원을 대출해 줬는데, 주가가 약정 최저담보유지비율을 하회함에 따라 담보로 잡은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코퍼레이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우선협상자로 인트로메딕이 선정됐다. 이를 두고도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인트로메딕의 올해 3월말 기준 현금성 유동자산이 3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인수 여력에 대한 의심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조아무개씨가 과거 인터불스 이사와 인터불스를 지배했던 차이나블루의 대표로 재직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인터불스와 차이나블루는 모두 기업사냥꾼 한씨가 실소유주이던 회사다.

이 때문에 주주들 사이에선 인트로메딕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받아들일 경우 과거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난 이미 오래전 한국코퍼레이션을 떠난 상황이고 현재 경영진들이 남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를 통해 문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조씨와 한씨의 관계에 대해선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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