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시그니엘 부산’ 추락사고 작업자 장례…끝내 듣지 못한 사과 한마디
  •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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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작업자, 심장·두 콩팔 장기기증
빈소 방문한 시그니엘 측 "수사 종결 후 입장 밝히겠다"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호텔 내 추락사고를 당한 작업자의 빈소가 차려졌다. ©시사저널 박비주안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호텔 내 추락사고를 당한 작업자의 빈소가 차려졌다. ©시사저널 박비주안

특급호텔인 롯데 시그니엘 부산에서 연회장 내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유압 사다리차 추락으로 뇌손상을 당했던 외주 작업자가 끝내 사망했다. 10일 뇌사판정을 받고 12일 뇌사판정위원회가 끝나 13일 오후 부산대병원에서 장기이식을 위한 수술이 진행됐다. 부산대병원은 고인의 심장과 두 개의 콩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은 서울로, 두 개의 콩팥은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전해졌다. 

장기기증은 대학병원 흉부외과의사인 친형의 뜻으로 고인의 부모와 충분한 상의 후 결정됐다. 부산대학교 병원 수술대기실에서 만난 고인의 가족들은 “우리 아들의 한 부분이라고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이식된다는 것이 내 아들의 두번째 인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장기이식 수술까지 마친 후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에는 고인의 환하게 웃는 사진이 반겨 주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가족 친지들과 지인들은 모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고인의 지인은 “오늘이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지 50주년 되는 날 아니냐”면서 “전태일 열사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한 몸 불사르셨는데, 50년이 지난 현재는 ‘외주 노동자’ 라는 이유로 누구의 사과도 듣지 못한 채 저렇게 일찍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며 한숨을 지었다.

시그니엘 부산 호텔 측 임직원들이 고인의 빈소를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머리를 숙여 "같은 마음입니다"며 애도를 표했다 ⓒ  시사저널 박비주안
시그니엘 부산 호텔 측 임직원들이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 시사저널 박비주안

롯데 시그니엘 부산 임원진 빈소 찾았으나 사과 안해

이날 9시 50분에는 롯데 시그니엘 부산의 총 지배인을 포함한 임원진들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고개는 숙였으나, 결국 고인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 

유가족들이 “안전관리자가 본인의 일을 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있는 사과를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빠르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저희도 유가족들과 같은 마음”이라면서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다. 

고인의 가족들은 “우리 아들이 눈으로, 귀로, 코로 피가 뿜어져 나왔을 때 최소한 엘시티 1층에서 4층 연회장까지 사고현장을 유도해 줄 안전요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리 허망하게 가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면서 “우리 아들이 죽고 재판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혹은 더 걸릴지도 모르는 시간 뒤에 사과하는 것이 무슨 사과냐”고 성토했다. 

롯데 지배인으로 밝힌 관계자는 “개인간에 발생한 일이라면 입장을 표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점 양해해달라”면서 “당사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현재 수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유족에게 말했다. 

유족은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을테니 제발 사과 한번만 해달라”고 눈물을 터트려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고인의 발인은 11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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