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커버린 ‘마윈 왕국’이 버거워진 中 시진핑 정부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1 08:00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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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대놓고 마윈과 앤트그룹 압박
“방대한 개인정보에 눈독” 의견도

“왜 중국 정부가 마윈(馬雲)을 못 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마윈은 중국을 바꾼 최고의 혁신가이자 최고의 자선사업가인데 말이다.”

1월12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한 IT기업에 근무하는 리징(가명)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히려 필자에게 “마윈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지난해 10월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했던 마윈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온라인에서도 마윈은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윈은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셀럽이자, 마윈공익기금회를 운영하는 중국 최고의 자선활동가다.

마윈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인 공익기금회 대변인 격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는 팔로어가 2640만 명이다. 이 웨이보를 통해 마윈은 교육과 환경에 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7일을 마지막으로 웨이보의 활동은 멈춰서 있다. 올해는 ‘향촌 교사상’ 시상식의 개최조차 감감무소식이다. 마윈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1월 벽지에서 근무하는 모범교사 100명을 선정해 1인당 10만 위안(약 1700만원)씩 지급해 왔다. 또한 이들을 휴양지인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에 초청해 휴가를 즐기도록 하고, 성대한 시상식을 직접 주관해 왔다.

ⓒAP 연합
ⓒAP 연합

종적 알 수 없는 마윈, 실종설마저 나와

이렇듯 마윈이 종적을 감추자,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중국인이 부쩍 늘고 있다. 해외에서 불거진 실종설이 중국에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1월2일 외신은 “마윈이 《아프리카 비즈니스 영웅》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명단에서 빠졌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비즈니스 영웅》은 마윈이 2018년 창립한 아프리카청년창업기금의 활동 일환으로 시작됐다. 아프리카 청년기업인들이 사업 구상을 내놓아 경쟁토록 하고, 심사한 뒤 최종 우승자에게 15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결승전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 여성 기업가가 우승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마윈은 경연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면서 참가자들의 멘토 역할을 해 왔다. 프로그램은 제작이 끝나서 OTT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마윈은 결승전 방송을 앞두고 심사위원에서 하차했다. 그 대신 알리바바의 다른 임원으로 교체됐고, 홍보 영상에서도 빠졌다. 그로 인해 외신은 마윈의 실종설을 제기했다. 이 소식은 SNS를 통해 전해져 중국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마윈의 열성팬들이 모인 바이두(중국 검색 포털사이트) 카페에도 관련 게시글이 올랐다. 리징은 “해당 글은 1시간이 안 돼 삭제됐고 그 뒤 마윈의 소재를 묻는 게시글이나 댓글은 금방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마윈은 자신의 고향이자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있는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5일 미국 CNBC방송이 이런 마윈의 소재를 공개하면서 “마윈이 의도적으로 당분간 시선을 끌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마윈의 거취에 관한 보도나 게시글을 통제하는 상황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 이런 와중에 마윈과 그가 창업한 온라인금융업체 앤트그룹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당국은 이미 지난해 11월3일 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격 중단시켰다. 증시 상장을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사태였다.

그보다 하루 전에는 금융 당국이 마윈과 앤트그룹의 회장 그리고 CEO를 불러 예약면담을 진행했다. 예약면담은 정부기관이 특정 사안의 관계자를 호출해 지적하면서 정부 방침을 학습시키는 제도다. 따라서 호출된 당사자는 거센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금융 당국은 주말인 12월26일에도 앤트의 경영진을 또다시 불렀다. 다음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인민은행 부행장이 알리바바가 법률 준수 의지가 부족하고 당국의 규제를 경시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책임자가 군기를 잡았음을 공개한 것이다.

중국에서 예약면담이 알려지고 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 이는 현재 중국 정부가 마윈과 앤트그룹에 대해 얼마나 심사가 뒤틀려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금융 당국은 앤트에 전달한 ‘5대 개선 사항’을 공개했다. 지불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해서 불공정 경쟁을 하지 말고, 위법한 대출·보험 및 투자상품의 판매 등을 시정하며,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고 충분한 자본금을 쌓을 것 등을 요구했다. 이런 금융 당국의 요구는 그동안 앤트가 벌여왔던 비즈니스 모델에 족쇄를 채우고, 자신들의 강력한 규제 아래 놓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앤트그룹은 2004년 미국 페이팔을 모방한 온라인 지불 서비스 알리페이로 사업을 시작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오픈마켓 타오바오와 연계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현재 사용자가 중국에서 가장 많고,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명이 넘는다. 앤트는 알리페이를 플랫폼으로 삼아 인터넷 은행인 왕상은행, 온라인 펀드인 위어바오, 소액대출 서비스인 화베이 등을 잇달아 내놓아 성공시켰다. 왕상은행은 중국 인터넷 은행 중 예금 수신액이 가장 많다. 위어바오는 6억여 명의 가입자와 2000억 달러가 넘는 운용자산을 두고 있다.

최근 앤트그룹이 중점을 두는 사업 중 하나는 소액대출 서비스였다. 지난해 상반기 신용대출 잔액이 무려 2조1536억 위안(약 366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렇듯 거대한 핀테크 제국을 건설한 앤트는 중국인들의 지불결제와 금융거래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실제로 앤트의 핀테크를 통하지 않으면 교통비·식대·물건구입비·공과금 등을 결제하기 힘들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펀드 수익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대출을 할 수 없다. 게다가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사업 영역을 외식배달·예약·여행·엔터테인먼트·인공지능(AI) 등으로 계속 확장해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했다.

 

반독점 빌미로 IT 공룡기업 길들이기

따라서 알리바바와 앤트는 중국인 개개인이 날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 누구와 돈을 거래하는지 등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최종 관리하는 책임자가 바로 마윈이다. 비록 2019년 9월 알리바바 회장에서 은퇴했지만, 마윈은 알리바바와 앤트의 창업자이자 핵심 주주로 여전히 큰 카리스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IT기업가이자 비전 있는 자선활동가로 중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렇기에 중국 금융 당국이 겉으로는 치졸한 보복인 듯 보이지만, 마윈을 콕 집어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개인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앤트의 데이터를 인민은행이 운영하는 국가신용정보시스템에 제공하거나 인민은행이 지배하는 신용등급회사에 공유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정부 관계자의 전언을 통해 “데이터 독점을 어떻게 규제할지가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국에 반기를 든 IT 공룡기업과 거물을 반독점을 빌미로 길들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림수도 숨어 있다. 앤트의 IPO를 중단시킨 이가 시진핑 국가주석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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