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는 나는데”…전남 신안의 흑산공항 건설은 언제?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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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 법안 발의 석달만에 28조 공사 기지개
사업비 1800억 흑산공항은 13년째 ‘하세월’
지역민 “허탈해”…지루한 ‘환경 심의’만 반복

전남 신안의 흑산공항 건설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막혀 13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국회통과 소식은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켜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가덕공항의 ‘속도전’에 ‘왜 흑산공항은 안 되는가’ 하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은 것이다.

이번 사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 비춰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신안 등 지역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호남홀대론’으로까지 확대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감지된다. 정일윤(67) 흑산공항건설대책 위원장은 “흑산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의 모습은 명백한 호남 홀대이자 지역 차별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흑산공항 건설 예정부지 ⓒ신안군
흑산공항 건설 예정부지 ⓒ신안군

잠자던 ‘흑산공항’ 깨운 가덕도 나비효과

동남권 신공항 부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은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한 지 92일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2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번 특별법 통과로 조기 개항에 속도를 내게 됐다.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 ‘표 퓰리즘’ 공약으로 밀어붙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흑산공항 건설은 지루하게 ‘환경심의’만 반복할 뿐 좀처럼 진척을 못 보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1833억원을 들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54만7646㎡ 면적에 길이 1.16㎞, 폭 30m의 활주로와 부대시설 등을 갖춰 50인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 건설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8년 신안군의 계획 수립을 시작된 공항 건설은 2013년 7월 KDI 예비타당성조사, 2015년 11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등으로 속도를 내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번번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가로막혔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수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심의가 번번이 보류되는 난항을 겪었다.

 

대통령 공약사업 ‘공약(空約) 우려’

환경부의 발목잡기가 계속되자 전남도와 신안군은 입장을 바꿨다. 흑산도를 아예 국립공원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흑산공항 예정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는 대신 4.3배에 달하는 신안지역 갯벌을 대체부지로 제공하는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역 변경안을 제출했다. 일종의 ‘대토(代土)’ 개념이다. 

국립공원면적 총량제에 따라 전체 국립공원 면적이 유지되는 만큼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빼달라는 주장이다. 이 변경안이 10년마다 열리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 총괄협의회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연속 통과해야 공항건설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립공원 구역조정에 발목 잡혀 심의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말 제3차 국립공원 구역 조정 총괄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의 사정으로 인해 올해 1월로 연기됐다. 이마저도 다시 지연돼 이달로 연기됐지만 아직까지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아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구역조정 총괄협의회가 이번에도 미뤄지면 당초 금년 중 착공이라는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주최로 2018년 9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흑산공항 건설 찬반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신안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주최로 2018년 9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흑산공항 건설 찬반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신안군

올해 일정도 불투명…지역민 ‘한숨’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의 속내도 복잡하다. 흑산도 주민들은 “활주로 건설을 위해 기존 면적의 4배가 넘는 대체 부지를 제공했으나 정부 반응은 미적지근하다”며 답답해했다. 정 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 상황을 지켜보면 지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업비 1000억원 대 흑산공항은 주민들이 수십년째 염원해왔으나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번번히 좌절을 느끼는 반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은 일사천리 사업이 추진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흑산공항은 섬 주민들의 교통기본권 확보와 서해안의 해양주권 강화를 위한 전진기지 구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막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고 울릉공항이 이미 착공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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