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정부 향한 민심의 분노, 총선 때와 비교할 수 없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5 14: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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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불법 사찰 의혹, 계속 아니라고 했다. 더 할 말 없어”

조용하던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뒤늦게 과열되고 있다. 불씨는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방이다. 대부분의 화살촉은 여론조사 내내 선두를 지켜온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에게로 쏠려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국정원 불법 사찰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지금 박 후보를 겨누는 가장 매서운 화살이다. 당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박 후보의 반격에도 점점 날이 서는 모습이다. 그는 3월1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자꾸 밥 안 먹은 사람한테 밥 먹었다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격”이라며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다. 인터뷰 다음 날인 11일, 박 후보가 과거 4대강 관련 단체 불법 사찰에 관여한 정황의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도 그는 “계속 아니라고 했는데, 더 할 말이 없다”며 추가로 답변할 필요성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박형준 제공
ⓒ박형준 제공

민주당은 박 후보가 사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 사퇴 요구도 나온다.

“과거 국정원 데이터베이스를 탈탈 털었던 적폐청산 수사에서도 난 참고인 조사조차 받은 적이 없었다. 도청·미행을 통한 자료 취득이 있었다면 그건 분명히 문제다. 그러나 국정원의 통상적인 정보 보고나 개인 신상 등에 대한 존안자료는 60년간 국정원이 으레 해 온 일이다. 그 범주 안의 일이었는지, 아니면 DJ(김대중) 정부 때 있었던 대규모 불법 도청과 같은 일이었는지 전면 조사를 통해 밝히면 될 일이다.”

 

“밥 안 먹은 사람한테 밥 먹었다 자백하란 꼴”

지난해 총선 당시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신분으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권 심판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크다고 했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이번 보궐선거는 그때와 다를 거라고 보나.

“총선은 코로나19 방역과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이 겹쳐 있어 야당으로선 매우 힘든 선거였다. 지금은 그때와 확실히 다르다. K방역을 자랑하던 정부였지만 지금은 백신 조기 확보 실패로 그 민낯이 드러났다. 압도적 의석을 얻은 여당이 그동안 뭘 보여줬나. 수많은 폭주를 했고 부동산 문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LH 사태는 화룡점정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총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 이후 민주당은 ‘힘 있는 여당’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추진력에 부산 시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커졌다는 주장인데.

“특별법 통과는 분명 부산에 큰 경사지만, 정권의 실정과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분노가 워낙 깊어 이게 민주당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지지율에도 큰 변화가 없다. 김영춘 후보의 ‘힘 있는 여당’론은 부산 시민 수준을 낮춰보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여당 시장이면 신공항이 되고 야당 시장이면 신공항이 안 된다는 소리인가. ‘힘 있는 여당’론은 오히려 경제공항이어야 할 신공항을 ‘정치공항’으로 만드는 태도다.”

김영춘 후보와는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안다. 공약을 비롯해 김 후보를 평가한다면.

“고려대학교 동아리 선후배로 상당히 친했다. 중요한 공직을 거치며 능력과 역량을 갖춘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선 김 후보를 그의 공약 위주로 평가하려 한다. 김 후보의 신공항 구상은 활주로 하나짜리 공항이다. 이는 동북아 물류허브 공항은커녕 김해공항 국제선을 가져오는 것밖에 안 된다. 김 후보가 강조하는 부·울·경 메가시티도 그의 독자적 발상이 아니다. 내가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 활동하면서 이미 부·울·경 통합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입안·추진했다. 정권이 바뀌어 이어지지 못했을 뿐이다. 김 후보가 이런 사업들을 마치 자신의 독자적 사업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시민 위하는 척 사익 챙기는 시정 끊어내야”

근본으로 돌아가 ‘왜 지금 부산에 박형준이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부산의 위기 원인을 정확히 알고 적절한 해법으로 일이 되게 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시장을 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교수, 시민운동가,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을 하며 자질을 키웠다. 특히 1991년 동아대 교수로 부임한 후 30년간 단 한 번도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 서울-부산을 3000회 정도 오가면서도 서울에 집을 갖지 않았다. 지금은 비로소 부산 시민이 시장으로 쓰기 딱 좋은 사람이 됐다고 자부한다.”

해운대부터 가덕도까지 15분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공약 ‘15분형 도시’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가 이어진다. 첫째, 기술적으로 준비가 됐나 둘째, 짧은 임기 중 가능한가 셋째, 해외에 전례가 있는가 등이다. 쉽게 설명해 달라.

“‘15분형 도시’를 실현할 ‘어반루프’(초음속 진공을 활용해 이동하는 하이퍼루프 기술)는 5년 내 상용화를 앞둔 최첨단 교통수단이다. 이미 기술적으로 실험이 끝났고, 어떻게 만들 거냐만 남았다. 이미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LA에서 시험 구간이 구축되고 있고, 유럽 9개 국가에서 하이퍼루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5~10년 내에 상용화되면 부산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짧은 임기지만 그 안에 기반을 탄탄히 다져놓을 계획이다. 이 기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해 2027년까지 예산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기술이다. 부산을 세계 유수 도시로 만들려는 노력을 성원하긴커녕 딴지를 걸어야겠나.”

전임 오거돈 시정에서 가장 먼저 바꿀 부분은 무엇이며, 반대로 유지할 부분은 무엇인가.

“오 전 시장 일가의 가덕도 토지 소유에서 보았듯, 앞에선 시민을 위하는 척하고 뒤에선 사익을 챙기며 특정 집단과 유착해 부산 시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 부산 시민의 자존심에 먹칠한, 당장 끊어내야 할 행태다. 오 전 시장 재임 중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분은 잘 유지·발전시키려 한다. 물론 특구로 지정만 됐지,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 오겠다는 시설도 못 받아들이는 게 지금의 부산이다. 인허가 행정이 아닌 기획행정으로 바꿔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달라지게 할 것이다.”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핵심이다. 어떤 묘안을 갖고 있나.

“대책은 원인을 정확히 아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20년간 전국의 지역 내 성장률이 연평균 4.0%였던 반면 부산은 2.7%에 그쳤다. 이 차이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율 차이에서 비롯됐다.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고 출산율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산에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왜 없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혁신을 못 했기 때문이다. 왜 못 했나. 부산 내 25개 대학이 인재 양성이라는 제 기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학들과 기업을 연계시켜 부산을 산학협력 도시로 만드는 것이 내 계획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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