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빅데이터 분석] 총 언급량…윤석열 19만 건, 이재명 15만 건
  • 천영준 시사저널 컬럼니스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3 08: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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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디지털 민심 분석...이재명 새 권력 이미지 확립, 윤석열은 반문 대표로 자리매김

여론조사가 특정 시점의 인물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조사하는 것이라면, 빅데이터는 폭넓은 시점의 디지털 민심을 조사하는 도구다. 통계학에서는 종단 데이터 분석(longitudinal data analysis)이라고도 한다. 물론 빅데이터에도 나름의 노이즈와 한계점은 있다. 분석 대상을 특정해 여러 시점에 걸쳐 미세하게 측정하기보다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기술을 동원해 데이터를 정제하고 핵심 요소만 추려내 해석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필자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인물 분석 과정에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왔다. 그중에서도 대중이 자발적으로 SNS 공간에 남긴 자료들을 문장 단위로 긁어모아 정제, 분류,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것을 가리켜 ‘텍스트마이닝’이라고 한다. 체계적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는 집단의 합리적 선택뿐만 아니라 감성적 선호까지 잡아낸다. 그리고 여론조사나 직접 면담을 통해 포착할 수 없었던 다양하고 신기한 장면들을 포착해 낸다.

2020년 총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필자는 서울, 부산 등 쟁점이 되는 지역구의 주요 후보들을 빅데이터 전문조사회사인 ‘언노운데이터’와 함께 분석했다.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해당 후보에 대한 언급량과 부정적 언급의 비중이었다. 이 지표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본인의 이슈 주도력과 꾸준한 평판 관리가 중요하다. 또 팬덤 그룹인 이른바 ‘빠’와 ‘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절실해진다.

2020년 10월16일 이재명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3월4일 윤석열 전 총장이 사퇴 발표 후 검찰청사를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2020년 10월16일 이재명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3월4일 윤석열 전 총장이 사퇴 발표 후 검찰청사를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이낙연 3위’ 빅데이터는 지난해 9월부터 알았다

우선 내년 3월9일 치러질 대선에서 현재 여야 3강 주자로 불리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빅데이터상 경쟁구도를 분석해 본다. 이낙연, 이재명, 윤석열 세 사람은 지난 1년간 꾸준히 SNS상에 언급된 인물이다. 따라서 데이터가 특정 시즌에만 나타나는 계절적 효과가 다른 후보군에 비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강 구도 프레임은 여론조사를 통해 수차례 타당성이 입증됐다. 따라서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김두관 의원,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본 조사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말까지 인스타그램, 트위터, 뽐뿌, 클리앙, MLB 파크 등의 커뮤니티, 뉴스 기사와 댓글 148만2731건을 긁어모았다(조사기관 언노운데이터). 그중 광고성 글이나 반복 생산되는 문서는 필터링 기제를 통해 제거했다. 또 구글링을 통해 원문이 확인되는 자료들을 재분석했다.

총 언급량 기준만 놓고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19만8199건), 이재명 경기지사(15만6044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1만4413건) 순이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직후 나온 여론조사와 재임 시에 나왔던 일부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월별로 정치 동학에 따라 데이터의 분포도 다를 수 있다고 판단되어 다시 1개월 단위로 분석했다.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는 2년간 여론조사 1위를 달려왔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이재명 지사에게 역전당한 양상이다. 그런데 이 상황은 빅데이터상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재명 지사의 언급량이 2만9593건인 반면 이낙연 대표는 그 절반가량인 1만5681건에 그친다. 이때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2020.9.29)에 따르면 이낙연 22.5%, 이재명 21.4%, 윤석열 10.5%가량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거의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0월 조사부터 판세가 역전된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2020.10.16)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20%, 이낙연 전 대표는 17%로 차이가 벌어진다. 빅데이터 언급량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2020년 10월 기준으로 이 지사 관련 언급량은 1만6691건, 이 전 대표 관련 언급량은 1만624건이다. 반면에 윤석열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2만7400건으로 전월 대비 3배나 언급량이 늘어났다.

정권이 윤석열 공격할수록 대중 관심 커져

2020년 11월과 12월은 사실상 ‘윤석열 극장’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국면이었다. 11월24일에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징계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관련 언급량이 폭중하기 시작한다. 11월 셋째 주의 일평균 언급량이 936건가량에 그쳤던 윤 전 총장 관련 지표는 그다음 주에 3172건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에 이 지사(셋째 주 일평균 526.75건→넷째 주 일평균 506.42건), 이 대표(셋째 주 일평균 418.75건→411.28건)는 소폭 오르거나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징계 정국’은 여러 대권주자들의 각축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기보다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 자체와 갈등하는 시간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12월에 가면 이 상황이 더욱 심화된다. 윤석열 전 총장 자체 언급량은 7만9362건으로 비약한 반면, 이재명 지사는 2만95건, 이낙연 전 대표는 1만6213건에 그친다. 두 여권 주자가 징계 정국을 통과하는 동안 명시적으로 의견을 많이 밝히지 않은 영향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여권은 ‘윤석열 극장’이 지속되도록 가만두지는 않았다. 2021년 1월과 2월에 윤 전 총장 관련 언급량이 급감한 것이 근거다. 이 기간 동안 청와대는 법무장관을 박범계 의원으로 교체하고, 검찰 출신으로 온건파로 알려진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사실상 ‘문화통치’를 위한 서막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뉴스에 등장할 기회가 줄어든 윤 전 총장의 언급량은 1월 2만1474건, 2월 1만1072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에 이재명 지사의 경우 1월 4만768건, 2월 3만2711건으로 언급량이 크게 증가했다.

대선 1년 전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개시하면서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이재명계’ 관련 보도가 지속된 효과로 판단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면서 1월 언급량이 4만3764건으로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성향 지자자들이 나눈 찬반논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격론 끝에 주장을 접으면서 2월 언급량은 다시 1만5456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재명, 자신의 이슈로 디지털 민심 형성

최근 6개월간 3강 주자 관련 언급량 동향은 예비 대권주자들의 경쟁력에 대해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이슈 주도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민심에서는 여야 내 특정 성향 집단에 소구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보다 자신의 캐릭터를 부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욱 이목을 끈다. 찬반 논란이 다소 격해지더라도 자신이 극장의 주연배우로 등장할 수 있는 어젠다를 던져야 그만큼 관심을 얻는다.

이낙연 전 대표의 저조한 언급량 추이는 그동안 이슈 관리를 로키로 하며 실리 위주로 국면에 접근한 결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반사판으로서가 아니라 자신 위주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의 주제를 설정해 디지털 민심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손가락혁명군’ 등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이 지사를 대변하는 집단이 디지털 민심의 중요한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일반 기업이 소비재 마케팅을 하는 경우 바이럴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리뷰를 남기도록 유도해 잠재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결국 구매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조직이론가인 윌리엄 오카시오(William Ocasio)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는 이를 가리켜 ‘관심을 자원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사회학자인 클라우스 웨버(Klaus Weber)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아예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오피니언 리더가 자원을 동원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긍정적 관심이든 부정적 관심이든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충분히 자원이 될 수 있다. 관심이 있으면 계속 보게 되어 있고, 나중에는 그중 일부라도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행동이 상품시장에서는 ‘구매’이고 정치시장에서는 ‘표로 연결되는 지지’다. 스타 가수 나훈아씨도 말했다. ‘빠’만 있으면 그냥 스타고 ‘빠’와 ‘까’가 모두 있어야 대스타라는 것이다.

여야 막론하고 모든 대권주자의 공식이 있다면 1)명확한 자기 캐릭터, 2)기존 권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 권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대권후보의 정체성과 상품성을 결정한다. 그래서 필자는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과 여권 1위 후보인 이재명 지사와 함께 언급되는 ‘연관어’의 월별 동향을 살펴보고자 했다. 사람들이 당사자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경우 9월부터 12월까지 핵심 연관어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었다(9월 4446건, 10월 1만3930건, 11월 2만9518건, 12월 3만2405건). 조국 전 법무장관은 9월과 12월에만 연관어 순위 20위권(9월 9위-2782건, 11윌 18위-9928건)에 잠깐 등장하고 사라진다. 다시 말해 ‘조국 사태 주역’으로서 윤석열 전 총장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정리가 되고, 추미애 전 장관과 검찰 인사 등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이 본격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의 경우에도 1월부터는 윤석열 연관어에서 10위권 밖으로 떨어진다(1월 12위-5110건, 2월 15위-1751건).

반면에 윤 전 총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연관 짓는 언급 비중은 점점 높아진다. 10위권 밖에 있던 문 대통령 언급(9월 16위-2072건, 11월 19위-9082건)이 12월부터는 10위권 인근으로 뛴다(12월 12위-2만2587건, 1월 9위-6104건, 2월 4위-2682건). 또 2월부터는 이재명 지사(5379건)와 이낙연 전 대표(7421건) 언급도 20위권 안에 랭크돼 대권주자 간 비교 구도도 안착되었음을 시사한다.

고유한 캐릭터, 현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승부 갈라  

이재명 지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 유관 언급(9월 12위-4979건, 10월 15위-2186건, 11월 15위-2603건, 12월 15위-2463건, 1월 12위-5350건)이 꾸준했다. 2월부터는 아예 문 대통령 관련 언급이 20위권 안에서 사라지고 이낙연 전 대표(7위-6468건)만 순위권에 남아 있다. 이재명 지사에게 관심을 갖고 있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당내 경쟁구도가 대선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이재명 지사의 연관어 네트워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11월(6위-4694건)과 12월(4위-5080건)에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정권이 윤석열에 대해 ‘문화통치’를 하기 시작하자 1월에는 대폭 떨어져 11위(5379건)가 되고, 2월에는 아예 20위권에서 사라졌다.

디지털 민심상으로 이 지사는 확실히 여권의 새 권력으로 인지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외의 친문 주자들이나 대안 주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노출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이 지사는 기본소득(2월 6위-6474건)을 확실히 자신만의 정책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는 지역화폐(17위-4135건)가 그 역할을 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지원금 제공 범위 논쟁이 일어나면서 기본소득으로 핵심 관점이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반문 대표인 윤석열 전 총장과 여권의 새 권력인 이재명 지사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경쟁구도를 전개할지에 대해서는 보다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정밀한 소셜 감성 분석 작업이 요구된다. 윤 전 총장이 선제적으로 검찰 총수직을 내려놓은 후 약 2개월간 태세를 가다듬으며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어떻게 이슈메이킹을 하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한편 이 지사가 어떤 방식으로 여권에서 이슈를 주도하며 공고하게 진입장벽을 쌓을 것인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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