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반발한 고속철 합천역 입지…서산리 선정 유력
  • 김도형 영남본부 기자 (sisa519@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4 1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 "비용 문제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합천읍 서산리로 선정"
지난 12일 개최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에서 문준희 합천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합천군
지난 12일 개최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에서 문준희 합천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합천군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과 역사건립 위치를 놓고 합천군과 해인사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합천역 입지는 철도건설 비용을 고려해 합천읍 서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의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가 지난 12일 경남 합천군 종합사회복지관 3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1월 개최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 영향평가서(초안)공람 및 주민설명회에서 국토부가 합천역사 후보지로 합천읍 서산리(1안)와 율곡면 임북리(2안)을 제시한 데 대한 해인사의 반발로 열렸다. 해인사는 앞서 30인 이상 공청회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공청회는 김동욱 공주대학교 교수의 주재로 해인사 진각스님, 김태구 합천 해인사역 가야야로 공동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문한 남부내륙철도 합천역사 유치 추진위원회 위원, 노재호(적중면)씨가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진각스님과 김태구 공동위원장은 해인사역 유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문화유산이자 관광지인 해인사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이용편의·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광주~대구 고속도로 해인사IC 부근에 해인사역 명칭의 철도역이 들어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진 참석자 질의와 패널 답변에서는 역사 입지를 놓고 합천읍 일대와 해인사 IC를 주장하는 의견이 맞물리면서 지난 주민설명회와 같이 서로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종철 ‘황강취수장 설치반대’ 공동위원장은 “해인사는 마음을 비우라”고 요구했다. 이에 해인사 인근 주민들이 야유를 보내며 질타하자 이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퇴장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가 열리기 전 행사장 입구에서는 해인사 측을 비롯해 야로면·가야면 주민들과 거창군 일부 주민이 피켓을 들고 해인사역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이날 공청회 인사말에서 “해인사 주지스님은 늘 ‘역사 입지가 어디가 되던 군민들이 합심해야 한다’는 것에 본인도 공감한다”면서 “합천역사 위치에 의견이 있으면 거창군수나 경북 고령군수가 정식으로 건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문 군수의 이 발언은 합천군 내에 들어설 역사 위치를 놓고 거창군 · 고령군이 해인사와 연대해 해인사IC를 주장하는 현실을 염려해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배몽희 합천군의회 의장은 “어디를 역사 입지로 주장하든 상대방의 감정 자극은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특히 인근 지역에서 합천역사 위치에 관여할 것이 아니며, 외부세력을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각 해인사 총무스님도 해인사IC 부근의 역사건립을 주장한 뒤 “오늘 치열하게 토론하되, 국토부가 입지를 결정하면 따르겠다”면서 “해인사도 합천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의 대립이 누그러지는 분위기로 전환되는 것 같았다.

차기식 삼보기술단 부사장은 “합천군이 황강 신도시 계획지인 율곡면 임북리에 철도역 건립을 요청한 것은 서산리 보다 철도 노선이 4㎞를 우회해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합천군의 입장은 알지만 확정되지 않은 개발사업은 반영하지 않는 게 기준”이라고 밝혔다.

김기식 서기관은 공청회에서 “지난 1월 설명회에서 나온 주민의견 300여 건을 전문가들이 분석했으나, 국토부가 제시했던 후보지를 특별히 변경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철도건설 비용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이번 검토의 한계”라면서 “해인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나, 기존 예상지 합천읍 서산리 입지를 변경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성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 서기관은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이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의 경제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느냐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합천역은 비용 문제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합천읍 서산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10일부터 남부내륙고속철도가 지나는 경남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진주시에서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 마지막으로 합천군과 경북 고령군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올 상반기 안에 남부내륙고속철도의 노선과 역사 위치를 결정해 발표한 뒤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