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이저리거 야수의 새 역사, 최지만이 쓴다
  • 이창섭 야구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4 14: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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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보는 안목 탁월한 탬파베이에서 기량 만개
커리어 하이·월드시리즈 우승 ‘두 마리 토끼’ 노린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독보적인 팀이다.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항상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지난해에도 팀 연봉 순위는 30개 구단 중 28위였다. 올해도 팀 연봉은 26위에 불과하지만, 리그 선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인 선수 분석 시스템에 있다. 몸값이 비싼 선수는 데려올 수 없지만, 몸값이 비싼 선수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선수의 잠재력을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코칭 능력이 훌륭하다. 탬파베이와 선수 트레이드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6월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 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에서 탬파베이의 최지만이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6월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 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에서 탬파베이의 최지만이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탬파베이의 선택’ 최지만, 올해 타구의 질 달라져

최지만(30)도 2018년 6월 탬파베이가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2016년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네 차례나 팀을 옮겼던 최지만은 탬파베이에 와서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2019년 127경기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뒤 올해 개인 최고 시즌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올해 최지만은 늦게 팀에 합류했다.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5월 중순에야 돌아왔다. 6월초에도 사타구니 통증으로 또 한 번 부상자 명단에 올랐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현재 성적은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시즌 첫 경기였던 5월17일 뉴욕 메츠 경기에서 3안타를 때려냈던 최지만은 시즌 첫 홈런도 두 번째 경기 만에 쏘아올렸다. 6월 중순 사타구니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에는 타격감이 다소 떨어졌지만, 6월말 LA 에인절스와의 시리즈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6월26일(현지시간) 시리즈 2차전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4안타 경기를 해냈고, 이튿날 3차전에서는 팀에 리드를 안겨주는 스리런 홈런까지 터뜨렸다.

올해 최지만은 타구의 질이 달라졌다. 이전보다 타구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메이저리그 기록을 제공하는 ‘스탯캐스트’는 타구 속도 95마일 이상을 강한 타구(Hard Hit)로 분류한다. 올해 최지만은 95마일 이상 타구 비중이 48.2%다(2020년 39.3%). 전체 타구 중 절반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가장 이상적인 타구로 여겨지는 배럴(Barrel) 타구의 비중도 지난해 3.4%에서 올해 16.1%로 크게 높아졌다. 배럴 타구는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가 조화를 이룬 타구로, 기대 타율이 0.500, 기대 장타율은 1.500 이상이다.

타구의 질이 좋아진 비결은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지난해 최지만은 패스트볼 계통(포심·투심·커터·싱커)의 공을 상대했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1할대였다(0.196). 그런데 올해는 패스트볼 계통 상대 타율이 0.313, 장타율이 0.521로 만족스러운 성적이다. 선구안을 앞세워 많은 볼넷을 골라내는 최지만에게는 상대 투수들이 유인구를 잘 던지지 않는다. 올해도 패스트볼 비중이 60.7%로, 패스트볼 대처가 좋아진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최지만의 최대 장점은 선구안이다. 나쁜 공에 좀처럼 방망이를 내지 않는다. 최근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6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는 245명. 이 가운데 최지만보다 타석당 볼넷률이 높은 타자는 18명밖에 없다(최지만의 타석당 볼넷률은 13.5%). 올해도 타석당 볼넷률이 14.9%인 최지만은 올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쫓아간 비율이 작년보다 떨어진 19.9%다(지난해 22.2%). 그런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방망이에 맞힌 비율이 51.2%로 높아졌다(지난해 38.2%).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잘 속지도 않지만, 설령 방망이를 돌린다고 해도 콘택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더 까다로운 타자가 된 것이다.

그동안 최지만은 좌완을 마주했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커리어 하이였던 2019년에도 좌완 상대 타율이 0.210에 그쳤다. 지난해 스위치히터로 깜짝 변신하면서 좌완에게 홈런을 친 적도 있었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내면서 아쉬움을 남겼다(지난해 좌완 상대 17타수 2안타 0.118). 이에 최지만은 좌완이 나오면 플래툰 시스템(두 명의 선수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 내보내는 기용법)이 적용돼 경기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다르다. 이번 시즌 좌완을 상대한 28타석에서 타율 0.333, 장타율 0.500을 기록하고 있다. 5월24일 경기에서는 류현진(토론토)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최지만은 6월27일 에인절스전에서 좌완 호세 퀸타나와 호세 키하다에게 안타를 뽑아냈다. 좌완 상대 멀티히트 경기는 통산 세 번째인데, 각기 다른 좌완에게 안타 두 개를 친 건 처음이었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좌완을 상대로 꾸준하게 안타를 치면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자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은 좌완이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도 최지만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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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야수로는 월드시리즈 무대 처음 밟아

올해 최지만은 책임감이 커졌다. 구단과의 연봉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연봉 조정심판까지 가야 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연봉인 245만 달러(약 27억6000만원)를 받게 됐지만, 연봉이 높아진 만큼 성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부상을 당하면서 많은 경기를 놓쳤다.

항상 긍정적인 최지만은 지나간 일은 담아두지 않는다고 했다. 부상에 대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최지만은 부상을 딛고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최지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린 시절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오랫동안 견뎠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도 팀을 여러 번 옮겨 다녔다. 결코 쉬운 길만 걷지 않았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끝에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다.

지난해 최지만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첫 번째 한국인 야수가 됐다. 추신수도 월드시리즈는 뛰어보지 못했다. 김병현과 박찬호, 류현진은 모두 투수였다. 월드시리즈 이전까지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월드시리즈에서 12타석 9타수 1안타(0.111)로 부진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탬파베이뿐만 아니라 최지만도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올해도 탬파베이는 우승이 목표다.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준 높은 야구를 선보이면서 우승에 다가서고 있다. 탬파베이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최지만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최지만 역시 개인 최고 성적을 통해 팀의 주역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비교적 조명을 받지 못했던 최지만이 ‘개인 성적’과 ‘팀 우승’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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