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런 ‘깜깜이 선거’는 또 없었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7 10: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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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국면의 3대 변곡점…이준석 파동, 김건희 리스크, 그리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제20대 대통령선거는 많은 점에서 이전 선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코로나19 환경이라는 전대미문의 감염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특수성이 있지만, 선거 양상부터가 이전 선거와 다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2002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통령선거는 투표일로부터 100일 전 판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2002년은 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선거 판세 변화의 변곡점이 되었다. 역대 대선을 망라하더라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와서 그것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 선거 판세가 요동친 대선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선거 국면이 자주 요동친 가장 큰 이유는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다.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으로 평가받는 이번 대선은 후보와 후보 배우자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장동 부동산 개발특혜 의혹, 여배우 스캔들 논란, 아들 도박 혐의 논란, 배우자 김혜경씨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의혹 등으로 선거 내내 시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검찰 고소장 사주 의혹,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경력 논란, 장모의 경제활동 불법 논란, 각종 말실수에 따른 논란 등이 뒤따랐다.

후보나 배우자 또는 가족과 관련된 의혹은 지지율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3월3일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극적 단일화 합의에 이르기까지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면을 돌아볼 때 후보의 지지율과 관련된 주요한 변곡점은 어느 때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월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후보 버금갈 정도로 지지율에 영향

첫 번째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파동’이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대선후보를 제외하고, 아니 대선후보에 버금갈 정도로 영향이 큰 인물이었다. 윤석열 후보의 2030세대 지지율, 특히 청년 남성 지지율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선거 전반을 돌아보면 이 대표로 인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영향을 받는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지난해 11월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본선 후보로 확정되고 난 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선대위 운영 관련 충돌이 있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의 핵심 관계자)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는 지방으로 잠적해 부산·여수·순천 등을 거쳐 제주까지 행보를 이어갔고, 가까스로 울산에서 윤 후보와 만나 충돌과 갈등을 봉합하게 된다. 이날이 지난해 12월3일이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선대위 총괄상임위원장으로 영입되는 결정이 내려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윤 후보가 본선 후보로 결정되고 난 시점에 실시된 조사(2021년 11월5~6일)에서 43%였던 지지율은 이 대표 파동으로 40.6%까지 내려갔고, 이재명 후보는 42%까지 올라갔다(그림①).

대선 지지율의 두 번째 변곡점은 ‘배우자 김건희씨 파동’이었다. 한 방송사가 허위 경력과 수상 기록을 보도하면서 촉발된 김씨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이준석 대표와 충돌한 후유증에다 배우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1월7~8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35.2%까지 곤두박질쳤다. 1월16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녹취록이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보도되었다. 윤 후보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뜻밖에도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반전 상승세로 나타났다. 방송 직후인 1월21~22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43.8%로 이 후보를 10%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그림①).

이번 선거는 유난히 배우자 리스크가 많은 선거다. 설 명절을 전후해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무단 사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후보 또한 배우자 리스크에 직면했다. 상승세였던 이 후보의 지지율을 주춤하게 만든 악재가 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변곡점의 최대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후보 단일화 파동’이다. 선거 국면 초반부터 정권교체를 위해 꾸준히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 단일화 논의가 거론되었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는 구체적으로 진전되지 않았고 2월13일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직전 안 후보는 ‘국민경선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왔고 기다리다 못한 안 후보는 2월20일 완주 의사를 천명하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기 전인 2월27일 단일화 결별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3월2일 밤 마지막 TV토론을 마치고 난 후 3일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되었다. ‘단일화 파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점인 2월18~19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42.2%, 이 후보는 43.7%였다(그림①).

자동응답은 尹 우세, 전화면접은 李 우세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정권교체’ 성격이 뚜렷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부정 평가 정서가 매우 강력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4개 여론조사기관(NBS)의 자체 여론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선거의 성격’을 물어본 결과, ‘정권심판’이라는 의견이 ‘국정안정’이라는 응답보다 줄곧 높게 나타났다(그림②). 윤 후보는 이준석 파동과 김건희 파동 등 사람 리스크가 발생하는 경우 정권교체 여론에 올라타지 못하는 판세였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교체를 강조했고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갔다.

20대 대통령선거는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같은 날 다른 조사 방법으로 실시한 결과(자세한 개요는 그래표에 표시)까지 다를 정도였다. 자동응답조사는 윤석열 45%, 이재명 43.2%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났고, 면접원조사는 이재명 43.8%, 윤석열 36.1%로 나왔다(그림③). 혹자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누룽지 대선’으로 분석하고, 혹자는 이번 대선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어 ‘오리무중 대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야말로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전례 없는 파란만장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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