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앞 ‘발등의 불’을 어찌하오리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7 12: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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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단지 구축 공언
공업용수와 전력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는 여전히 의문

정부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단지를 구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의미가 있고 한시가 급한 사업이지만 모두가 응원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의 환경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선 들린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생각할 때 지역적으로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나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022년 12월7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현장을 방문해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첫 삽 뜨기도 전에 갑론을박

어떤 이유로든 대규모 개발사업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쉽다. 국가가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해 극복해 나가야겠지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물과 전력 공급 문제다. 반도체 산업에서 안정적인 공업용수와 전력 확보는 핵심 조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공장들은 대개 하루 10만 톤 이상의 공업용수를 쓰고 있다. 1년 내내, 24시간 가동되는 팹에서 대규모로 전력을 확보하는 일 또한 필수적이다.

우선 물 문제부터 보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업용수는 최소 하루 65만 톤이다. 국내 산업단지 전체를 놓고 봐도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증설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필요한 하루 25만 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에 필요한 하루 26만 톤까지 합치면 100만 톤이 쉽게 넘어간다. 아무 물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업체들은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이른바 ‘초순수(ultrapure water)’를 공정에 투입한다. 초순수는 웨이퍼와 반도체를 씻는 세정이나 웨이퍼를 깎는 공정에 활용된다.

물론 공업용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정수해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지역에는 얕은 시내가 흐를 뿐, 물을 공급받거나 방출할 만한 곳이 따로 없다. 핵심 취수원 중 하나로 꼽히는 팔당댐 물은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이라 사용할 수 없다. 더구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남쪽에는 평택 시민들이 취수해 마시는 송탄정수장이 있다. 이 때문에 예정지의 상당 부분이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300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권한은 법률적으로는 평택시장에게 있다. 용인시는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평택시는 당연히 반대한다. 평택의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로만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민들이 먹는 상수원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보호구역을 해제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다른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 핵심사업이라고 해도 얻는 것도 없이 선뜻 물을 대줄 지역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20조원이 투입돼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원삼면의 SK하이닉스 공장도 공업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으로 1년6개월이 지연됐다. 환경부는 신규 취수는 물론이고 기존 사업장에서 쓰는 물을 돌려 쓰는 방안, 아니면 하수를 재이용하는 방안까지 놓고 고민하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 문제는 수질 보전 지원사업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는 게 전부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해야겠다.

 

2026년까지 착공할 수 있을까

전력 문제는 물보다 해결이 더 어렵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전력 소비산업이다. 계산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하루 최대 전력사용량은 7GW다. 국내 모든 발전소의 총발전 용량인 138GW의 5%에 해당한다. 여기에 신설될 SK하이닉스 용인공장과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증설까지 추가해 계산하면 앞으로 서울시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 정도라면 전력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적으로도 자체 해결이 불가능한 건 물론이다. 경기도의 전력 자급률은 60% 수준이다. 지금도 경기도에서 쓸 전기를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지역 여러 곳에 송전탑을 건설해 전력을 끌어오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력을 끌어오려면 송전탑을 비롯한 송배전 설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지역 갈등이 예상되는 일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를 건설하면서 송전탑 건설 문제로 5년이나 갈등을 겪었다. 그렇다고 최악의 재무 상태를 겪고 있는 한전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설 수도 없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을 설치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개발 단계에 불과하고 원자력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확인이 필요하다.

아무 전력이나 끌어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한다는 ‘RE100’을 선언해 놓은 상태다. RE100은 기업의 자발적인 약속이지만 북미와 유럽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RE100에서 원자력은 재생에너지가 아니고 국내 전력 중에 재생에너지 비중은 다 합쳐야 7%에 불과하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서둘러 늘린다고 해도 365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날씨와 시간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아직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공급 및 조달 계획이나 탄소 배출 계획은 없다. 산업부는 연내에 전력 공급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사업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일정한 수준의 자연 훼손도 불가피하다. 반도체는 국가가 가진 자원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전략산업이다. 웬만한 부작용은 감수할 필요도 있겠다. 그러나 가능하면 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환경이나 권리가 훼손되는 일은 줄이는 것이 옳다. 사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은 인구 밀집 지역과는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입지를 선택할 때부터 안전이나 환경오염 문제와 함께 안정적인 전력과 공업용수 공급 문제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착공이 대통령 임기 내인 2026년부터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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