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먹어 안전성 증명하겠다”…與 ‘먹방 정치’ 손익계산서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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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은 ‘해산물’, 김기현은 ‘성주 참외’ 먹방…野 괴담론 직격
與, 지지율 상승 노리나…일각선 “논점 흐리고 희화화” 우려도
왼쪽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경북 성주군 성주농산물공판장을 찾아 참외를 맛보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산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왼쪽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경북 성주군 성주농산물공판장을 찾아 참외를 맛보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산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정부여당이 최근 당면한 정치 현안들을 ‘먹방(먹는 방송) 정치’로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여당 지도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불식을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 먹방’을 선보였다. 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경북 성주를 직접 찾아 ‘참외 먹방’을 시전했다. 이를 통해 민주당 주장을 ‘괴담’으로 각인시키고 지지율 상승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선 현안의 본질을 흐리고 희화화시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을 방문해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한 상인이 “(후쿠시마 괴담으로) 선동하니까 위축이 돼서 국민이 기분도 찝찝하고 안 오는 것”이라고 토로하자 “정말 많은 우리 수산업자,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다시는 이런 괴담과 선동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 날 여당 의원들과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회 만찬’을 즐겼다. 앞서 김기현 대표도 지난 15일 취임 100일을 맞아 당 지도부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해산물 식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횟집 식사 인증을 하고 다음 의원을 지목하는 이른바 ‘횟집 가기 챌린지’까지 이어가고 있다.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적극 알리는 취지에서다.

여당은 ‘사드 논란’에 대해서도 ‘참외 먹방’으로 맞대응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6일 주한 미군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을 찾아 참외를 먹으며 농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 당시 환경영향평가가 지지부진했던 점을 거론하며 “민주당 인사들은 전자파 밑에서 몸이 튀겨질 것 같다는 섬뜩한 괴담 노래를 가발 쓰고 탬버린 치면서 불렀다”고 직격했다. 그는 25일에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진다거나 하는 허무맹랑한 괴담이 횡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건강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면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학적 설명에는 ‘삼중 수소’와 같은 전문 용어가 많이 쓰여 국민들에게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며 “일본에서 정치인들이 꾸준히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먹으며 설득에 나섰듯이 우리도 과학적 설명과 함께 친근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같은 여론전이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기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먹방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통해 민주당의 공세를 ‘괴담’으로 각인시키고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관계자는 “최근 야당이 계속 괴담을 정치현안과 억지로 연관 지으며 대정부 공세 카드로 쓰려고 하는데, 국민들도 더는 괴담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 지지율만을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지지율) 상승효과도 장기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권 일각에선 먹방 정치가 오히려 현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해산물이나 참외를 먹을 수 있냐 없냐의 논쟁은 현재 국면에서는 논제거리도 안 된다”며 “여기에 대응하는 민주당도, 정쟁으로 끌고 가는 국민의힘도 황당하다. 결국 국민들은 또 공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차원적 무능한 대처방법, 정치가 희화회되는 먹방쇼를 중단하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신머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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