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러시’에 몸값 높아진 ‘이 사람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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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이어 양향자 창당…청년정치인 모임도 활발해져
총선 앞 ‘셀럽 정치인’ 영입도 활발…김해영‧유승민 등 거론

차기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제3지대론’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다. 이외 기성 정치에 반기를 든 각 당의 비주류, 청년 정치인들 간 교류도 활발해졌다.

다만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른바 ‘빅 네임’ 정치인 없이는 대중 정당으로 올라서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오는 하반기, 원외에 머물고 있는 유명 정치인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스카웃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너도, 나도 “제3지대로 모이자”

최근 정치권엔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크게 갈린 정치판, 그 가운데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초선 양향자 의원은 지난 26일 제3지대를 표방하는 ‘한국의희망’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양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10만 명만 모이면 단숨에 양당을 위협하는 유력 정당이 된다”고 주장했다. 발기인으로는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와 탈북민인 이영관 바야흐로 대표 등이 참여했다.

같은 날 금태섭 전 의원 주도의 신당 준비 모임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도 첫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편의점 점주 곽대중(필명 봉달호)씨가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광주 출생인 곽 대변인은 전남대 31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편집장과 데일리NK 논설실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성찰과 모색 측은 향후 노동, 언론, 학계, 재계 등 각계 영입 인사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두 정당 외에도 새로운 당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친윤석열계, 친이재명계를 거부하는 각 당의 비주류 정치인들 간 원외 모임이 활발해지면서다. 이들 모임은 주로 20~40대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몸담고 있는 당도, 노선도 다른 만큼 이들이 당장 창당을 시도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기성 정당으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같은 만큼, ‘때’가 오면 포럼이나 스터디 모임이 하나의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같은 문제,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당내에서 변화를 이룰 수 없다면 방법은 ‘광야’로 나서는 것뿐”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이른바 절이 싫어 떠난 중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당장은 모임 수준이지만 신당 창당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낮은 인지도 한계에…‘유명인’ 영입 시도

과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대기업’ 틈바구니 사이 ‘스타트업’은 생존할 수 있을까. 전망은 분분하다.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지만 별개로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띄우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건 인물난이다. 쉽게 말해 당의 ‘간판’ 역할을 할 인지도 높은 정치인, 혹은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인사가 없으면 당의 ‘생존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늘어난 무당층이 제 3지대를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 정당이 성공하려면 기존 정치에 대한 대안과 더불어 조직력을 갖추고 명망있는 인사도 영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프랑스 등 소위 말하는 정치 선진국도 제3의 정당은 있지만 많은 득표를 얻지 못 한다”며 “제 3당의 출현과 별개로 그 성공 가능성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신당들이 파급력과 상징성을 갖춘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스카웃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몸값’이 오른 정치인은 원외에 머물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유 전 의원 본인은 신당 합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복수의 신당과 제3지대 포럼이 유 전 의원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주자였다는 상징성 △합리적 개혁 보수라는 확장성 △경제학 박사라는 전문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바른정당을 실패했던 경험이 되레 새로운 당의 실패확률을 낮추는 ‘약’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외 금 전 의원과 더불어 ‘조금박해’로 불렸던 조응천‧박용진 의원, 김해영 전 의원도 ‘스카웃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정계에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반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신당의 1순위 영입 후보로 분류된다. 동시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같은 정치권 OB(Old Boy‧원로)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들 모두 당내 주류와 선을 그은 ‘쓴소리꾼’으로, 이른바 ‘팬덤정치’를 비판해온 인물들이다.

일각에선 총선이 임박해 당내 공천 갈등이 벌어지면 제3지대 ‘입당 러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제3지대 창당을 시도하는 이들은) 양당 체제를 해체시켜버릴 만큼의 큰 충격을 주자는 건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현재 양당 모두에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여기에 (총선이 임박해) 공천권을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정계개편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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