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6년, 사법부 독립성 가장 약했던 시기”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30 10:05
  • 호수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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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의 대법관 ‘코드 인사’ 없어져야

김명수 대법원장의 9월24일 퇴임을 앞두고 차기 대법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법부 수장 교체니만큼 관심이 높은 것도 당연하지만, 이번에 유난히 더 관심이 높은 것은 지난 6년 동안 김명수 사법부가 보여준 색깔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성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부가 수장의 교체만으로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사법부의 독립이란,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원 밖의 개인이나 기관뿐만 아니라 법원 내에서도 판사의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신영철 전 대법관 사건’도 크게 주목받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이 바뀌어도 재판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법원장이 법원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고, 그로 인해 ‘제왕적 헌법재판소장은 없어도 제왕적 대법원장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대법원장이라 하더라도 재판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각종 재판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시사저널 박정훈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이진성 헌재소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특정 연구회 출신들 요직에 기용

특히 김명수 사법부의 색깔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법관 인사를 비롯한 법관 인사를 통해 법원 내의 분위기가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정 연구회 출신 법관들이 요직에 기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수십 년 계속된 능력과 실적에 기초한 법관 인사제도를 변경함으로써 법원 내에 큰 변화를 야기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 밖에 법원행정처의 개편, 법원장 추천제 등 김명수 사법부에 의해 도입된 법원 내의 각종 변화가 개선으로 평가될 것인지, 아니면 개악으로 평가될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김명수 사법부의 시작은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사법농단 의혹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초기에 재판 거래 의혹으로 지칭되던 것이 ‘재판 거래’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사법농단’이라는 더욱 자극적인 용어로 변경됐다. 이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심각한 비판이자 위기임에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방관 내지 묵인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 결과 국민의 사법 불신과 사법부의 권위 실추가 매우 심각해졌다.

지금 현재까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재판은 계속되고 있으며 의혹 가운데 사실로 밝혀진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사법농단’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사법부에서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른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직후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떠나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의해 주도되던 ‘사법부 길들이기’에 동조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기에 대부분의 대법관이 교체되면서 김명수 사법부에서는 특정 연구회 출신 다수가 대법관이 됨으로써 ‘사법부 코드 인사’ 논란이 시작됐다. 더욱이 여당과 대법원 사이의 ‘헌법재판관 인사 거래’ 의혹이 보도되면서 김명수 사법부와 정부·여당의 밀월관계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은 몇몇 사건에 대한 코드 판결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욱 확산됐다.

이재명 판결의 경우 당시 무죄 판결에 핵심 역할을 했던 권순일 대법관이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고, 한일 관계 경색에 기폭제 역할을 했던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 밖에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김명수 사법부의 판결이 코드를 같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는 적지 않다.

김명수 사법부의 코드 인사와 코드 판결은 코드에 맞지 않는 법관에 대한 억압으로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민주당에 의해 탄핵소추되기 전에 수술 후의 건강을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민주당의 탄핵 논의를 이유로 수리가 거부됐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경우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임성근 판사에 의해 녹취록이 공개되자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6년의 김명수 사법부를 총평하자면,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간의 사법부 중에서 가장 정부·여당과 가까웠던 사법부이며, 사법부의 독립성은 가장 약화되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이 주도했던 사법행정회의 도입안에 대해서는 법원 내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대법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밖의 대다수 사법 관련 사안들에 대해 정부·여당의 정책에 순응하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서초구 대법원 ⓒ시사저널 박정훈

“윤 대통령, 김명수의 사법부를 타산지석 삼아야”

물론 김명수 사법부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평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다수 국민의 여론보다는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우선시하는 사법부의 특성상 평가가 어려운 점도 있고, 평가의 주체에 따라 평가 기준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점도 있다.

분명한 것은 김명수 사법부 6년이 앞으로 구성될 새로운 사법부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향후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코드 인사는 없어야 한다. 이는 사법부의 본질인 공정한 재판, 그리고 이를 위한 필수적 전제인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된다. 더욱이 코드 인사로 임명된 대법관이 다수인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

둘째, 사법부 코드 인사를 막기 위해 대법원장 및 대법관에 대해 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헌법상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다. 단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에 의해 통제될 수 있을 뿐이다.

셋째, 이를 제도적으로 관철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대법원장 및 대법관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 한, 대통령이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을 막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국의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8년의 임기를 채우는 경우에도 평균 1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5년 임기의 대통령이 6년 임기의 대법관 중 평균 6분의 5를 교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포스트 김명수 사법부를 구성할 것인가? 부디 김명수 사법부의 데칼코마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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