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尹 정부 거듭된 정책 실패, ‘지록위마’ 같은 일 벌어지는 것 아닌가”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3 07:35
  • 호수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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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연 경기지사 “판을 바꾼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남 탓’만 하는 尹 정부에 실망…민주당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해야”

김동연은 달라져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의 인터뷰 때와 확연히 달랐다. 우선 말이 달라졌다. 메시지는 간결했고 명료했다. 도정에 관한 질문이든 정치 현안에 관한 질문이든 가리지 않고 사안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를 앞세워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였다. 정치 신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 정권은 물론 자신이 소속한 민주당을 향해서도 매섭고 묵직한 평가와 지적을 남겼다. 자신만의 또렷한 소신과 비전도 제시했다. 말 속엔 자신감이 가득 차있었다. 7월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지사와 6월27일 경기도 수원시 도청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시사저널 이종현

“돈 버는 도지사, 기후 도지사, 사람 도지사”

취임 1주년에 가장 내세울 성과는.

“먼저 ‘돈 버는 도지사’다. 한 해 동안 외자를 10조원 이상 유치했다. 진보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임기 내 100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해내겠다. 두 번째는 ‘기후 도지사’다. 지금 중앙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경기도는 가장 앞장서서 ‘경기 RE100(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비전’을 선포하고 추진 중이다. 세 번째는 ‘사람 도지사’다. 경기도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 취약계층과 어려운 분들에게 초점을 맞춘 포용과 상생의 정책을 펼쳤고 성과를 냈다.”

경기도의 ‘미래 먹거리’ 청사진은 있나.

“경기도 인구가 1400만 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7%다. ‘사람’은 경기도의 가장 큰 경쟁력이고 미래 먹거리의 원천이다. 여기에 ‘더 많은 기회’와 ‘더 고른 기회’를 제공하면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다. 신(新)경제지도와 산업지도를 그려 도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장사할 기회, 사업할 기회 등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ABCM’에 주목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바이오(Bio), 반도체(Chips), 미래 모빌리티(Mobility) 등의 발전을 위해 분야별로 미래성장산업국을 만들었다. 더 고른 기회도 중요하다. 지금 이른바 수저 색깔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가 많은데, 포용과 상생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것이다.”

‘기후 도지사’라는 표현을 썼다. 중앙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마디로 기후변화 대응에서 지금 중앙정부는 브레이크를 밟았고, 경기도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중앙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당초의 30%에서 21%로 줄였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여러 계획을 현 정부 이후로 다 미루기까지 했다. 대단히 잘못됐다. 반면 저희는 가속페달을 밟는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여기가 바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도지사로서 활발한 외교도 펼쳤다. 외교 행보에 집중한 이유는.

“외교가 경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문제가 바로 경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 미래의 큰 방향 중 하나는 ‘국제화’다. 저희는 활발한 외교를 통해 통상과 투자, 인적 교류 등 모든 측면을 키우려 한다. 경기도의 ‘덧셈 외교’다. 반면 중앙정부는 지금 ‘뺄셈 외교’를 하고 있다. 통상국가이자 개방 경제국가로서 우리는 외교의 균형이 필요한데, 어느 한쪽에 경사되게 의지함으로써 다른 쪽과 척을 지는 게 바로 뺄셈 외교다.”

김 지사는 지난 1년간 미국, 중국, 영국을 비롯해 30명이 넘는 주요국 대사와 만남을 가졌다. 특히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방한 당시 정치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김 지사와 만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을 공약했다.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대한민국의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위한 ‘히든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북부의 인구가 360만 명이고, 거기엔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해 잘 보존된 환경과 생태계가 있는데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도 경기도 북부처럼 잘 보존된 환경은 찾기 어렵다. 적절한 수준의 규제 완화와 투자를 통한 발전이 뒷받침되면 경제성장률 1~2%포인트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그동안 군사보호구역 등의 규제로 피해를 봤으니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차원, 국제적으로도 가장 경쟁력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2026년 7월1일 출범을 공언했는데 예정대로 가능한가.

“지금 상황은 도민과 소통하면서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단계다. 좀 더 정교하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생기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그림을 막바지로 그리고 있다. 이를 갖고 도민들과 소통하고, 동시에 도의회와 국회를 설득해 가급적 계획한 기간 내에 관철할 생각이다. 만약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도,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좋은 의미의 대못을 박겠다.”

ⓒ경기도 제공
김동연 지사는 4월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만남을 가졌다. ⓒ경기도 제공

“현 정부엔 자기 할 말 하는 사람 하나 없어”

정치 현안도 살펴보자. 윤석열 정부 임기 1년에 대해 ‘정치는 불통, 경제는 무능, 외교는 불안’이라는 평가를 했는데.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다. 실제 정치는 불통, 경제는 무능, 외교는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다 현 정부는 소위 ‘3탓’을 하고 있다. 남 탓, 언론 탓, 과거 정부 탓만을 하고 있다. 핵심은 결국 ‘리더십 리스크’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아까 한 말을 뒤집으면 된다. 정치는 소통을 해야 한다. 대화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경제는 기조 전환을 해야 하고, 외교는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잘해서 성공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의 대전환을 통해 성공하길, 국민을 위해 성공하길 바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입장은.

“중앙정부가 크게 잘못했다. 가장 값싼 처리 방법인 오염수 해양 방류를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신해 우리 국민을 설득하려고 한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리 정부는 지금 ‘방류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해양 방류 말고 고체화해 지하에 매립하는 방법 등 적어도 5가지 이상의 대안이 있다. 후쿠시마현 인접한 곳인 미야기현의 지사가 ‘해양 방류 말고 다른 처리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다. 일본에서도 이렇게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데, 정부는 계속 방류에 대한 설득만 한다. 일본에 다른 처리법 강구를 촉구하는 한편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유엔 해양법협약 위반으로 제소하고 방류를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청구해야 한다. 잠정조치가 받아들여지면 일종의 ‘가처분 신청’과 같은 효과가 난다. 도 차원의 신청이 가능하면 저라도 하겠는데 국가만 할 수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이 논란이 됐다. 

“본질을 잘못 짚었다. 지금의 사교육은 수능을 어떤 식으로 바꿔도 건재할 것이다.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문제의 본질인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를 건드려야 한다. 핵심을 놓고 논의해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수능 문제를 교과서에서 낸다거나, ‘킬러 문항’ 예시까지 제시하는 식으로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전부 사회적 비용이다.”

이런 혼선이 처음이 아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제 등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중앙정부에서 34년을 일했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등 국정 운영 경험이 많은 편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국정 운영의 난맥상이 심각하다고 느꼈다. 대통령이 사고를 치면 당정이나 장관들이 수습하려고 허둥댄다. 그러다가 헛발질을 한다. 대통령도 잘못할 수 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시정하면 될 텐데 지금은 그 잘못을 수습하려고 모두가 헛발질을 하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이 정부에는 도대체 자기 할 말을 하는 사람 한 명이 없지 않나 싶은 것이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하면서 청와대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등에서 세게 부딪쳤다. 할 이야기 다 하고 지냈다. 이 정부에서는 그런 목소리 하나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입시 수사를 해서 입시 전문가’라느니 ‘대통령한테 입시를 배우고 있다’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만 나온다. 한심스러운 일이다.”

반복되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중국 고사에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인데,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은 죽임을 당했다. 우리도 지금 지록위마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답답하다.”

ⓒ연합뉴스
6월9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3 제1기 경기청년예술기획단 출범식’에서 김동연 경기지사,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 등 참석자들이 청년 예술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는 부패하면 죽는다”

민주당 상황도 좋지 않다. 민주당이 민심을 회복해 총선 승리로 가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오르막길, 가파른 길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걸어온 길은 기득권을 누려온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연대하면서 서로 합의한 것이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이었다. 핵심은 우리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리부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개혁과 변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왜 실패했는지 반성과 성찰이 있었나. 백서도 안 나왔다.”

혁신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변화와 개혁이 있을 수 있다. 이게 부족하다 보니 돈봉투 의혹이니 코인 논란 등이 반복됐다. 보수는 부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진보는 아니다. 진보는 부패하면 죽는다. 민주당은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창조적 파괴까지 가야 한다. 앞으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고통스러운 길이어야 한다.”

지금 민심이 가장 바라는 바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두 가지다. 먼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싶은 것들, 대표적으로 부정부패와 내로남불 같은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주문이다. 다음으로는 노력한 만큼 걱정 없이 먹고살게 해달라는 목소리다. 다른 의견도 많지만, 이 두 가지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크다.”

마지막으로 정치인 김동연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먼저 ‘역시 김동연’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일을 잘한다는 능력은 물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진정성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지금도 김동연은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여겨주신다. 동시에 ‘판을 바꾼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50년 묵은 정치, 이제는 갈아엎어야 한다’는 말처럼 저는 판 자체를 뒤집어 바꾼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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