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괴담에 홀리지 않아야 한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1 15:05
  • 호수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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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일본 원전 오염수에 영향받지 않아…청정 소금이라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최근 천일염 이슈로 전국이 뒤숭숭하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에 국내에서 천일염 가격이 오르고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 해양수산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2011년부터 작년까지 286번 천일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했고,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발표했으나 민심은 여전히 불안하다. 

원전 오염수 방출이 천일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원전 오염수는 우리 소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바다에서 희석된다. 따라서 오염된 천일염을 먹게 된다는 괴담에 홀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일염이 청정 소금이라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천일염은 건강에 좋은 소금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를 만나 그 주장의 근거를 들어봤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시사저널 임준선

“2011년 천일염 괴담이 지금 다시 반복”

일본 원전 오염수는 우리 소금에 문제를 일으킬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난 2011년에도 천일염 사태가 있었다. 당시 상당한 방사성물질이 누출됐으나 우리 소금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때의 천일염 괴담이 현재 반복되고 있다. 특히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에 소금이 오염될 것이라고 한다. 삼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하며 화학적 성질이 물과 같다. 물이 증발하면 삼중수소도 증발하므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에 삼중수소는 남지 않는다.”

원전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로 온다는데 사실인가. 

“방사성물질이 해류를 타고 한국으로 온다는 주장은 잘못된 표현이다. 해류는 방사성물질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흩어놓는 역할을 한다. 커피를 강에 뿌리면 흐트러지는 것과 같다. 후쿠시마 앞바다에는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구로시오해류가 있다. 이는 태평양 북쪽으로 갔다가 캐나다·미국 쪽으로 내려오고 다시 남쪽을 돌아서 일본으로 오는 환태평양 해류다. 방사성물질은 이 해류를 타고 가면서 흩어져 희석된다.”

희석된 방사성물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2011년에는 후쿠시마 앞바다의 우럭과 넙치 등이 오염됐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2년간 수산물 채취를 금지했다. 이 조치는 먼바다부터 조금씩 풀렸고 2021년 전면 해제됐다. 우리 원자력학회도 확인했듯이 당시 누출된 오염수는 12년 동안 세계 바다로 흩어져서 희석됐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당시 원전에서 방사성 파편들이 바다로 나왔는데 대부분 원전 바로 앞, 그러니까 방파제 안쪽에 가라앉아 계속 방사능을 내뿜는다. 현재 그 지역 수산물이 오염됐다면 그 파편들 때문이지 오염수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소금 중 유독 천일염에 관한 괴담이 떠도는 배경은 무엇인가.

“천일염은 청정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말려 얻은 ‘자연 소금’이라는 환상 때문이다. 재제염은 천일염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끓여서 얻은 소금이고, 정제염은 바닷물을 끌어와서 여과 장치로 걸러낸 후 끓여서 얻은 소금이다. 이런 과정을 공장에서 하다 보니 재제염과 정제염은 ‘화학 소금’이라는 잘못된 이미지가 생겼다. 재제염과 정제염 모두 천일염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위생적인 소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연합뉴스
6월21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농수산물안전성검사팀이 천일염의 방사성물질을 검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일염, 전통 소금 아니고 식용도 아니었다”

천일염이 깨끗한 자연 소금이라는 것은 환상인가.

“국내 천일염의 90%는 전남 신안에서 나온다. 그곳 염전에 몇 차례 가봤는데, 염전 작업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5분 이상 걸어 나와야 할 정도로 넓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갈매기 배설물과 각종 벌레도 염전에 쌓인다. 염전으로 들어오는 바닷물 자체도 중금속과 배출물질 등으로 오염돼 회색빛이다. 그렇게 불순물이 많은 바닷물이 증발한 후 남은 소금은 거무튀튀하다. 그 소금을 모으기 위해 염전 바닥을 긁기 때문에 개흙(고운 진흙)까지 더해져 소금은 더 짙은 회색이 된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천일염을 체에 밭쳐 수돗물로 씻어 먹는 풍경까지 생겼다.” 

일부 염전 바닥에는 타일이나 비닐장판을 깔지 않나.

“청정 갯벌을 망치는 행위인데 아무튼, 벽돌이나 타일을 깔아 생산한 소금을 토판염이라고 하고, 검은 비닐장판을 깔아 만든 소금을 장판염이라고 한다. 벽돌이든 타일이든 비닐장판이든 강한 직사광선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고 찢긴다. 작업자가 그 바닥을 박박 긁기도 해서 그 조각들은 더 잘게 부서져 소금과 섞인다(2018년 국내 유통된 모든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염전에서 눈에 보이는 불순물을 거르기도 하지만 작은 불순물은 그대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천일염이 아닌 자염을 먹었다.”

우리 전통 식용 소금은 자염인가.

“천일염은 우리 전통 소금이 아니고 식용도 아니었다는 게 팩트다. 고려시대부터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생산해온 자염이 전통 식염이다. 바닷가 모래에 구덩이를 파고 바닷물을 모아 농축시켰다. 이 물을 진흙으로 만든 가마솥에 넣어 끓여 얻은 소금이 자염이다. 참고로, 죽염도 전통 소금이 아니다. 죽염이 잿빛인 것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여러 차례 태우면서 생긴 대나무 재 때문이다.”

전통 소금인 자염 대신 천일염을 먹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일제 강점기인 1907년 일본이 대만의 소금 생산 방식을 들여왔다. 당시 인천 주안과 부산 동래에서 그 방식으로 생산한 소금이 천일염이다(당시 천일염은 자염에 비해 쓴맛이 강해 우리 조상은 ‘왜염’이라고 부르며 천대했다). 땔감으로 바닷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는 천일염은 자염보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이 주로 먹었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 때 황해도와 평안도 사람 중 일부는 전라도로 이주했다. 그곳은 땔감으로 쓸 나무가 없어 자염을 생산할 수 없었고 대신 천일염을 생산했다. 당시 천일염을 먹기는 했지만 천일염은 광물로 관리했었다.” 

천일염을 어떤 분야에 사용한 것인가. 

“소금은 많은 산업에 필요하다. 예전부터 불순물이 많은 천일염은 양잿물을 만드는 등 알칼리 산업에 활용됐다. 최근에는 태양열발전소, 락스 제조, 나트륨 이온 전지 생산 등에도 사용한다.”

광물인 천일염은 어떻게 식용이 됐나. 

“1970년대 알칼리 산업용수를 만들던 한주라는 회사가 그 부산물로 소금을 생산한 것이 식용 소금의 시초다. 한주 소금은 비싸서 부자의 전유물이었고 서민은 여전히 천일염을 먹었다. 1990년대 정부는 위생 문제가 대두된 천일염전을 없애기로 하고, 대신 정제염과 재제염을 식용으로 삼았다. 천일염을 물에 녹여 여과·침전·재결정·탈수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한 재제염이 최초의 합법적인 식용 소금이다. 흔히 꽃소금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해양수산부는 전남 신안의 천일염을 명품으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대학에 천일염연구소를 설치해 천일염의 우수성을 밝히겠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이때 ‘천일염=좋은 소금’이라는 엉터리 이미지가 생겼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식약처가 천일염을 식용으로 분류했다.”

 

“천일염은 대부분 산업용, 외국선 먹지 않아”

천일염이 많이 짜지 않아서 좋은 소금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천일염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수분이 많아서다. 재제염·정제염의 함수량은 9%인데 천일염은 20~30%다. 재제염·정제염에는 0.02% 이하만 허용되는 불순물 함량도 천일염에는 0.15%까지 허용된다. 천일염으로 음식의 간을 맞추려면 재제염·정제염보다 더 많은 양을 넣어야 한다. 정제염·재제염이 짜서 문제라는 지적은 황당한 것이다.”

미네랄이 많아서 천일염을 건강한 소금으로 보기도 한다.

“소금 자체가 미네랄인데, 소금에 미네랄이 많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마그네슘과 칼슘 등 다른 성분이 있어 건강에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그네슘 때문에 천일염은 강한 쓴맛이 난다. 그래서 오랜 기간 천일염을 수챗구멍에 놔둬 간수를 빼서 쓴맛을 제거하기도 한다. 즉 마그네슘을 빼는 것인데, 미네랄이 좋다면서도 미네랄을 없애는 셈이다. 칼슘도 다른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는데 굳이 불순물이 많은 천일염을 먹을 이유는 없다.”

다른 나라는 천일염을 먹지 않나.

“티베트 히말라야 지역에는 염정이 있다. 소금 우물에서 물을 퍼다가 염전에 부어 말려 천일염을 얻는다. 그런데 염전 윗부분에서 살살 모은 소금만 식용으로 쓰고, 바닥에 있는 소금, 즉 토염은 가축용으로 쓴다. 그 외에 천일염을 식용으로 먹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위생적으로 처리한 암염·정제염·재제염 등을 먹는다. 천일염은 대부분 산업용이다. 오래전부터 천일염을 생산해온 대만은 2001년 위생 문제로 천일염 생산을 금지했고 일부 천일염은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정도다. 천일염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호주에는 염전이 아니라 염호가 있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호수에 생긴 소금을 트랙터가 밀고 가면서 천일염을 모은다. 갯벌이 아니어서 불순물이 많지 않지만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도 천일염을 먹지 않는다.”

명품 천일염이라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은 어떤가.

“게랑드 소금은 염전에 맺힌 소금 결정을 손으로 하나하나 따서 채취한 꽃소금이다. 비교적 깨끗하지만, 위생 문제가 있어 프랑스 정부는 이 소금 생산을 거의 중단시켰다. 1000년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해서 일부만 문화관광상품으로 비싸게 판매한다.”

천일염을 깨끗하게 생산할 수는 없을까.

“염전 자체가 위생적이지 않지만, 아무튼 게랑드 소금처럼 사람이 손으로 소금 결정을 채취하면 그나마 깨끗한 소금을 얻을 수는 있다. 그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소금은 전통적으로 저렴한 식품이어서 생산업자의 수익성이 낮다. 인력을 많이 못 쓰기 때문에 염전 노예 문제까지 생긴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염전 노예 문제의 해결이었을 정도다.”

이번 천일염 괴담을 어떻게 넘겨야 할까. 

“원전 오염수로 우리 소금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므로 천일염 괴담에 홀리지 말아야 한다. 또 천일염이 청정 소금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하거나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천일염 가격이 오른 데는 중간업자들이 물량을 풀지 않은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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