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前특검 구속 불발…‘50억 클럽’ 수사 또 지지부진 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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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박 전 특검 및 최측근 양재식 구속영장 모두 기각
‘50억 클럽’ 거론된 인물들 수사 제자리걸음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6월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6월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중심에 있는 박영수(71) 전 특별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 전 특검 신병 확보 뒤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던 '50억 클럽'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며 "구속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전 특검의 최측근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청탁과 금품수수 과정 전반에 개입하고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의심 받는 양재식(57) 전 특검보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씨 등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다.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고,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최측근인 양 전 특검보와 공모해 2014년 11∼12월 컨소시엄 출자와 여신의향서 발급 등 대가로 남씨 등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중 2015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실제 받았다고 본다. 또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뒤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5억원을 받고 향후 50억원을 약정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만배씨로부터 "2015년 1월 남씨로부터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넘겨받으면서 '박 전 특검에게 200억원을 줘야 한다'는 내용을 인수인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6월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특검 신병을 확보해 그의 딸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고, 관련 수사를 확대해 가려던 검찰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11억원을 빌렸고, 2021년 6월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는 등 약 25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박 전 특검이 약속받은 '50억원 약속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자금 성격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었다. 

50억 클럽에 거론된 다른 인물에 대한 수사도 지연될 전망이다. 박 전 특검 신병 확보 뒤 재판거래 또는 사건무마 의혹 등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됐지만 당분간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영장 기각 직후 입장문을 내고 "다수 관련자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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