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며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줄었지만, 취약차주의 빚은 1년 새 1조2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떨어지자 빚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취약차주 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93조6000억원)과 비교해 1조2000억원 확대됐다. 취약차주 1인당 평균 대출 잔액도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증가했다. 취약자주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 가운데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말한다.

취약차주의 가계대출은 1년 동안 늘어났지만 전체 가계대출은 줄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올 1분기말 1845조3000억원으로 1년 전(1869조7000억원)보다 24조4000억원 감소했다. 1인당 평균 잔액 역시 같은 기간 9376만원에서 9334만원으로 줄었다.

한은이 2021년부터 기준금리를 3.00%포인트(p) 인상하면서 전체 가계의 부채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취약차주들은 오히려 빚을 더 낸 것으로 해석된다.

연체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7%로, 1년 전(0.5%)보다 0.2%p 올랐다. 이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청년층의 연체율은 0.4%에서 0.6%로 증가했다. 40대와 50대는 0.5%에서 0.7%로 높아졌으며, 60대 이상은 0.6%에서 0.9%까지 올랐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 채권은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규연체 차주와 신규연체 잔액을 종합했을 때 취약차주 몫이 각각 전체의 58.8%, 62.8%를 차지했다.

한은은 "취약차주와 비은행 금융기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어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지난 2020∼2021년 중 저금리 환경, 정책 지원 조치로 잠재돼있던 가계대출 부실이 현재화하고 누적돼,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