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도취” “가족 먹여라” 여야 오염수 전쟁, 총선까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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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폭탄에 윤리위 제소까지…“여론전 밀리면 총선 불리” 판단
與野, 4일 IAEA 보고서 발표에도 정쟁 이어질 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월15일 오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횟집에서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월15일 오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횟집에서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 (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당장 후쿠시마 날아가 핵오염수 마시고 가족에게도 권유하길 바란다.” (1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턱 밑까지 다가온 지금, 여야가 연일 도 넘은 조롱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전쟁’을 펼치고 있다. 여야는 오염수 여론전에서 반드시 우위를 점해야 총선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동안, 정작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조금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로를 향해 “일본 정부의 하수인” “괴담 선동” 이라고 공격해 온 여야는 지난 1일 김기현 대표의 이른바 ‘마약’ 발언으로 한층 화력을 더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부의되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을 싸잡아 이 같이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막말’이라고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측에선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3일 김 대표가 민주당을 향해 한 번 더 “‘괴담 마약’에 중독된 괴물”이라고 비난하자 민주당은 결국 김 대표를 즉각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국민의힘은 주말 사이 민주당이 장외집회를 열고 쏟아냈던 발언들을 하나하나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은 무대에 오른 임종성 의원이 “똥을 먹을지언정 오염수를 먹을 순 없다”고 발언 등을 지적하며 “15년 전 광우병 당시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던 선동이 떠오른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먹방’ ‘장외투쟁’에 국민들 ‘한숨’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선동으로 수산업계가 위축됐다며 연일 ‘횟집투어’에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 물을 떠 마시는 모습을 연출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민주당은 주말마다 장외로 나가 오염수 방류 규탄 대회를 열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장외 투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러한 여야의 극단 정치에 국민의 우려와 한숨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여전히 국민 78%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된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정치가 본질을 외면한 채 과도한 정쟁만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까지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3일 통화에서 “여야 대응에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여당은 오염수 문제에 있어 일찍이 최소한의 중립도 잃어버린 채 행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일본 편을 드는데 ‘야당의 선동’이라는 주장이 먹히겠나”라며 “회나 수조 물 먹방도 국민 수준을 가볍게 보고 정치 자체를 경박하게 끌고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을 향해선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을 내되, 장외 집회 같은 행동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 발표 이후에 시작해도 됐다”며 “‘이 때다’ 싶어 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이 같은 볼썽사나운 여야의 여론전은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모두 여론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에, 논란이 생기더라도 이를 수습하기보다 되레 더 독하게 대응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한 야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여도 야도 오염수 문제에 있어 여론을 빼앗기는 순간 총선에서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있다”며 “저쪽(여당)에서 저렇게 필사적으로 오염수를 야당 선동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을 최대한 만회하고 지지층을 더욱 결집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IAEA 보고서 발표 임박에 ‘대기령’까지

이런 가운데 4일 IEAE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한 최종 보고서를 오는 일본 정부에 제출키로 하면서 이 보고서 내용이 우리 정치권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야 모두 의원들에게 ‘국회 대기령’까지 내리며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은 IAEA의 최종 보고서 공개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IAEA 보고서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상태라며 계속해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따라서 이날 발표될 보고서 내용과 무관하게 여야 간 거친 정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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