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마저 소환…민주, 각자도생 ‘前 대표 리스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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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문재인‧이낙연’ 저격…송영길, ‘테블릿PC 조작설’ 제기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당 볼모로 자기 정치해”

더불어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점차 격화하는 양상이다. 원외에서 잠행하던 이재명 대표의 ‘선배 당 대표’들이 원내 ‘후배’들과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국정농단 수사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야권 일각에선 이들이 정치 재기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추미애 ‘文 저격’, 송영길 ‘테블릿 PC 조작’ 주장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의 입’이다. 한때 친문재인계로 분류됐던 추 전 장관이 돌연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하면서다. 추 전 장관은 과거 자신의 장관직 사퇴 전말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가 ‘오판’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3일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이 장관에서 물러날 당시 상황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 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고 지적했다.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 당시 추 전 장관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간의 이른바 ‘추-윤 갈등’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자 당시 당 대표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추 전 장관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저에게 사직의 의미는 촛불 국민에 대한 사명을 다하지 않고 약속과 대의를 저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직을 거부했고 사직서를 쓸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낸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휘말린 송 전 대표가 귀국 후 ‘국정농단 테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증거 조작이 드러날까 봐 최(서원) 씨에게 태블릿PC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돈 봉투 사건 수사와 연결된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 반부패수사 2부 김영철 부장이 한동훈 계보 같이 참여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서는 변희재씨의 영향으로 태블릿PC 조작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변씨는 태블릿PC 조작설을 꾸준히 제기해온 인물이다.

송 전 대표는 “내가 이해가 안됐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을 고발까지 하고 ‘목을 따겠다’고 떠드는 사람(변희재)을 왜 안 구속시키고 있지”라며 “지금까지 구속이 안 된 사람이 줄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씨와 변희재씨 두 사람이다. 이 두 사람만 마치 치외법권처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총선 앞 악재? “前 대표들이 자기 장사에 매몰”

전 대표들의 잇따른 ‘폭탄 발언’에 민주당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이재명 지도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연일 부각하는 가운데, 추미애‧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이 당의 화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은 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징계 정당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민주당에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징계 절차를 진행했던 사람의 말이 가장 파워풀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그걸 넘어서 문재인 대통령을 끌고 들어왔다. 그게 ‘개딸’(이재명 대표 지지층)들한테 지지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 추 전 장관에 대해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하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 주신 일등공신 두 명을 뽑으라는 저는 단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 전 장관을 꼽겠다”며 “추 전 장관이 윤 총장 직무집행 정지 등 박해 받는 이미지만 지속적으로 계속 보여줬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정치적 체중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송 전 대표가 ‘극우 유튜버’ 변희재씨와 같은 언행을 할지 몰랐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금 송 전 대표는 검찰을 절대악으로 규정을 하고 이 절대악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은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우파, 극우 유튜버 변희재씨하고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며) 생각과 행동을 같이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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