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AI 디지털교과서’ 지침에 교육계 ‘한숨’…이유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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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적응 방침 막연…학생 동기유발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최근 ‘수능 킬러 문항’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개발’ 추진 계획을 두고도 교육계에서 잡음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현직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 방침 등 핵심 내용이 지침에서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지난 6월30일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 2025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에듀테크(교육+IT기술)’ 기술을 교과별 특성에 맞게 반영해 자기 주도 학습 등을 지원하는 교과서다. 이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300개 내외 ‘디지털 선도학교’도 운영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책자 등의 형태로 교육계 현장에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오는 8월에도 추가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해당 지침에는 ▲학생 데이터 기반 맞춤 학습콘텐츠 제공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위한 화면해설과 자막 기능 제공 ▲다국어 번역 기능 제공을 골자로 한다. 또 디지털교과서의 현장 안착을 위해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의 협업 ▲교사 연수와 맞춤형 교수·학습방법 개발 추진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 실시 등 계획이 포함돼 있다.

다만 교육계 관계자들은 해당 지침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교과서를 통해 수업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돼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지침에서 수업시간에 디지털교과서 학습의 후속단계로 토론이나 논술, 보완과제를 수행한다고만 발표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하위권 학생들은 별도의 지원 학습 시스템과 학습 동기 부여나 진로개발에 대한 지원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디지털교과서를 실제로 다루는 ‘현직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이아무개(35)씨는 “지침을 보면 디지털교과서 추진에 대한 청사진 결과만 제시돼있고 중간 과정은 생략된 느낌”이라며 “교사들도 연령이나 전공이 천차만별이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공부·적응할 시간도 각자 필요할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교육부도 해당 우려에 대해 ‘교사들의 연수 기간을 더 늘리겠다’는 답변 외에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교육부는 6월8일 브리핑에서 “교사들에게 많이 달려 있다. ‘나 이것 안 하겠어’ 이러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연수가 필요한 것”이라며 “연수기간 등을 훨씬 더 길게 하고 현장체험형으로 교사들이 친숙해질 수 있도록 연수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변화의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 학생들의 학습 동기유발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최근 많이 나오는 메타버스도 아이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재미있어하는데 일정하게 지나면 지루해하거나 재미없는 경향성이 있다”며 “결국 디지털 학습이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출판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침 추진 과정에서 IT업계와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출판업계 종사자 구아무개(36)씨는 “디지털교과서의 핵심은 디지털기술을 실제 환경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근데 교육부에서 지침이 나온 후 일반 출판업계부터 먼저 OT를 진행하고 선제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느낌”이라며 “IT업계와의 역할분담이나 협업이 앞으로도 잘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디지털 만능론’에서 벗어나 정교하게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천 교수는 “기존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이 계속 나왔는데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교육부에선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통해 기초학력 부진 문제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개별 맞춤형 교육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디지털 도구가 도입돼도 교사들 간의 학습 공동체 문화가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정책이)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대인관계 속에서 누군가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정교하게 (정책)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지침만 내려서 현장에서 반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수업전략이나 교육과정을 논의하고 관련 수업 모델과 사례들을 연구해 정교한 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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