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일종 ‘다발성 골수종’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0 12:05
  • 호수 177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장 기능 저하나 단백뇨일 때 발병 의심
농부·벌목공·가죽제품 생산자에게 잘 생겨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면역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해 주로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간혹 뼈나 다른 장기에서 고형 종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에선 10만 명당 2.5명 정도에서 생기고, 발병 평균연령은 60대 후반이다. 50대 이상이 80% 이상, 70대 이상이 30%를 차지한다.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상승하고 있는 병이다. 우리 몸 안에서는 감염 등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그 일을 B-세포가 한다. 이 세포나 그 세포의 복제본(클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특정 질환(단클론감마병증)이 발생한다. 이는 대개 몸에 해롭지 않으나 일부는 장래에 다발성 골수종이나 다른 혈액암으로 진행된다. 

다발성 골수종은 통증과 같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 보통 건강검진을 통해 알게 된다. 신장 기능 저하, 고칼슘혈증, 빈혈, 골다공증과 같은 뼈 이상 소견이 발견되어 이후 추가 검사를 통해 진단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형질세포가 골수에서 증식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고 피로, 어지럼, 호흡 곤란과 같은 증상이 생긴다. 고칼슘혈증이 생기면 구역, 구토, 의식 상태 변화 등이 생길 수 있다. 신장 기능 저하로 신장 수치가 올라가거나 소변에서 단백뇨가 확인되기도 한다. 뼈 통증이나 골절, 골다공증도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특히 허리 통증이나 뼈의 밀도 감소로 인해 골절이 쉽게 생길 수 있다. 또한 실제 기능을 해야 하는 항체의 감소로 인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감염이 잘 생기거나 출혈이 잘 발생하는 증상도 생긴다. 

초음파 검사로 종양을 확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초기 치료 전략이 중요

발병 원인은 불명확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핵에 노출된 사람에게 수십 년 후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제초제나 벤젠, 유기용제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농부, 벌목공, 가죽제품 생산 노동자에게서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발성 골수종은 초기 치료 전략이 중요한데, 보통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연령 그리고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가능성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조혈모세포란 한마디로 혈액 세포를 만드는 세포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환자는 유도요법 단계, 조혈모세포 채집 및 보관 단계, 고용량 항암치료요법 단계, 조혈모세포 이식 단계를 거쳐 유지요법 치료를 받는다. 유도요법 시 여러 항암제(프로테아좀억제제, 면역조절 치료제, 단클론항체 치료제, 스테로이드)를 조합해 사용한다. 이러한 항암제는 다발성 골수종 세포를 줄이고, 최적의 조건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집하기 위함이다. 이후 조혈모세포를 채집해 보관하고 멜팔란과 같은 약제를 통해 암세포를 최대한 제거한다. 이후 조혈모세포를 재주입해 파괴된 골수를 복구하고 약물(레날리도마이드)로 유지요법을 시행한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렵거나 권장되지 않는 환자는 보통 고령이거나 기저질환 혹은 다른 건강 문제로 인해 이식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다. 이 경우 세포독성 항암제(알킬화제)를 포함한 요법 등을 사용한다. 

다발성 골수종의 경과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일반적으로 병의 경과가 더 좋다. 진행 단계나 위험도에 따라 경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또 몇몇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병의 경과가 좋지 않다. 초기 치료에 빠르게 반응하는 환자는 일반적으로 생존 기간이 더 길다. 초기 치료 이후에 병이 재발하는 경우, 관해(질병이라고 판정할 수 없는 상태) 유지 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발성 골수종은 아직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다. 하지만 최근 신약 개발로 인해 치료 성적이 개선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