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여자에요”…‘제2전청조’ 주의보에 경찰 ‘사기수법 관리’ 도마 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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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조發 피해 제보 속출하는데 …경찰 “‘性사기’는 효율성 저조로 통계 無”
사기수법 고도화 추세서 ‘대응 미비’ 지적도…“강력범죄 이어진 사례 있어”

최근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42)씨 결혼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27)씨의 ‘성별 사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씨는 앞서 ‘지킬 앤 하이드’처럼 성별을 ‘선택적’으로 바꿔가며 남녀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상에서는 동일 유형 범죄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성별 사기’ 수법이 실제 얼마큼 증가했는지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 모습이다. 경찰은 흔하지 않은 수법이라 집중 통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 일각에선 성(性)을 앞세운 사기 수법이 고도화된 만큼 구체적인 통계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인 남현희씨(왼쪽)와 남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씨 ⓒ연합뉴스·SNS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인 남현희씨(왼쪽)와 남씨의 결혼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씨 ⓒ연합뉴스·SNS

性사기 미통계 이유?…경찰 “숲을 놓칠 우려”

30일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경찰 측에선 ‘성별 사기’ 등 일부 범죄 수법에 대한 유형별 통계를 집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 ‘성별 사기’ 등 일부 범죄 수법에 대한 피해 건수 통계를 요청했지만, 경찰청 차원에선 해당 수법들에 대해 법률 통계시스템에서 유형별로 분류하거나 별도로 집계한 자료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측에선 성별 사기 수법이 빈번하지 않은 만큼, 굳이 분류코드를 세분화해서 따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무적으로도 (해당 수법 등을 따로 통계로 집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평범한 사건이나 심각한 상황도 빈번하지 않고 발생건수가 적어 유의미한 크기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무에 집중해 숲이라는 큰 사건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통계를 너무 세분화해서 잘못 잡아도 각종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더 장애가 되는 것”이라며 “일각에선 최소 30건은 있어야 통계치의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전국 단위로 보면 1년에 발생하는 250만 건의 범죄 중 30건은 아무 의미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기 수법이 수없이 많아지고 진화할 것인데 그것을 의미 있는 통계로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 사기’라는 정의 자체가 애매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청조씨가 ‘성 정체성’ 신념에 따라 본인이 양성을 모두 가진 인물이라고 지칭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젠더 정체감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통계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남현희씨 같은 피해자 입장에선 성별 사칭을 한다고 하겠지만, 전씨가 본인이 양성을 모두 가진 인물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9일 로맨스 스캠 수법으로 17억원을 편취한 일당 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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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멘스 스캠’도 이슈 후 집중 대응 시작”

다만 일각에선 점차 사기 범죄 수법의 고도화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기 수법들을 단순 대분류로만 묶을 경우 범죄자의 환경이나 심리 등 요인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경찰 출신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도 “경찰당국도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샘플링하고 심층 분석해야 앞으로 발생할 신종 사기 범죄들에 대응하고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찰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시작한 ‘로멘스 스캠(SNS로 호감을 표시해 신뢰를 쌓은 후 각종 방법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도 예시로 거론해 “로멘스 스캠 같은 경우도 디지털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없었지만 사회 변화와 일부 범죄를 계기로 집중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며 “결국 경찰 수사나 통계는 범죄를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당국에서 유형별로 세분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효율성을 이유로 그냥 방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성별 사기가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통계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앞서서도 한 남성이 성별을 사칭하고 남성을 불러 ‘묻지마 살해’까지 한 경우도 있다. 또 여장을 통해 술 취한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 죽인 사건도 있었다”며 “그런 강력 범죄들이 사회적 이슈로 커진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특히 ‘제3의 성’에 대한 사회적 풍토가 변하는 분위기 속에서 관련해 야기될 수 있는 범죄 유형도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제3의 성에 대해선 굉장히 터부시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제3의성이 인정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제3의 성이나 성별 사칭과 관련해서도 강력 사건 등이 나오고 있어서 통계를 낼 필요성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미 태국을 비롯해 제3의 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나라에선 성별 사기에 대한 범죄도 당연히 따로 통계를 내고 별도의 범죄 통제를 해온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범죄자가 남자였다고 하면 남자만 용의자 군에 놓고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태국 같은 경우에는 여자라고 해도 그 사람이 트랜스젠더인지 실제 여자인지 ‘성별 사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게 1순위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씨는 남씨와 만나기 전에도 ‘성별 사기’를 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디스패치의 보도 등에 따르면, 그는 목소리 위장까지 하며 남녀 성별을 불문하고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씨 동창들의 제보나 경찰 신원조회 결과를 봐도 전씨는 여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현희씨 주장에 따르면, 전씨의 현재 성별은 ‘남성으로 성전환한 여성’이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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