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잡아” 대규모 러 시위대, 이스라엘發 여객기 습격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0.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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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팔레스타인 시위대, 공항 활주로 난입…부상자 2명 위독 “공항 폐쇄”
이스라엘 “심각한 사건” 우려…러에 이스라엘인 보호·단호한 대응 촉구
30일(현지 시각)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 난입한 시위대가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오후 마하치칼라 공항에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여객기가 착륙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난입했다. ⓒAP=연합뉴스
30일(현지 시각)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 난입한 시위대가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오후 마하치칼라 공항에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여객기가 착륙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난입했다. ⓒAP=연합뉴스

반(反)이스라엘 시위대가 이스라엘에서 이륙해 러시아 공항에 착륙한 여객기를 습격했다고 AFP·AP 통신이 29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경찰과 민간인 2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을 출발한 여객기가 러 서남부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 착륙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난입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모인 사람들이 반이스라엘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또 “마하치칼라 뿐 아니라 이웃 마을 등에서 수천 명이 모였고, 남성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출입문을 부수고 공항 국제선 청사를 습격, 문 등을 부수고 이스라엘에서 도착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급기야 이들 중 일부는 비행기 활주로로 난입했고, 다른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차량의 탑승자까지 수색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일부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공격하기도 했다.

시위대 중 상당수는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알라후 아크바르’는 ‘신은 위대하다’는 뜻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조직원들이 테러 때 외치는 구호이기도 하다.

현지 당국은 이번 소동으로 발생한 부상자 10명 중 경찰 1명과 민간인 1명은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항공청은 비행장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며 다음 달 6일까지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공항을 폐쇄한다고 말했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는 텔레그램에서 “상황은 통제되고 있고 법집행 기관이 현장에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북캅카스 연방관구 내무부는 CCTV 영상을 확인해 공항에 난입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보할 것이며 관련자들은 처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자지구를 지지하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는 시민들에게 이러한 시위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연방 당국과 국제기구들이 가자 주민들에 대한 휴전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파괴적인 집단의 도발에 굴복하거나 사회에 공황 상태를 조성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오늘 마하치칼라 공항에 모인 사람들의 행동은 심각한 법 위반”이라며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외무부는 “우리는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이번 시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외무부는 “주모스크바 이스라엘 대사가 러시아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시민의 안전을 보호해줄 것을 러시아 측에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러시아 법률 집행 당국이 모든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폭도들의 거친 선동에 대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성명을 통해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는 러시아에서 국영 TV, 전문가, 당국에 의해 전파되는 타국 증오 문화의 일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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