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원 횡령’ 건보공단 팀장 잡혔다…필리핀서 호화 생활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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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횡령 사건 피의자…1년4개월만 검거
지급 보류 요양급여 횡령…가상화폐로 범죄수익 은닉
마닐라 고급 리조트서 투숙하다 덜미…국내 송환 협의
건보공단 재직 당시 46억원을 횡령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최아무개(46)씨의 검거 당시 모습 ⓒ경찰청 제공
46억원을 횡령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최아무개(46)씨의 검거 당시 모습 ⓒ경찰청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4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전직 재정관리팀장이 도주 1년4개월 만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붙잡혔다.

경찰청은 요양급여 등을 횡령한 뒤 암호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최아무개(46) 전 건보공단 팀장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최씨는 2022년 4월27일부터 총 7회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2000만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뒤 해외로 도주했다. 그는 횡령한 자금을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은 2022년 9월 최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최씨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고, 동시에 수사 관서인 강원경찰청 반부패수사대, 코리안데스크(외국 한인 사건 전담 경찰부서), 경기남부청 인터폴팀으로 추적팀을 편성했다. 이후 1년4개월 간의 집중 추적을 통해 최씨가 필리핀 마닐라 고급 리조트에 투숙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추적팀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은신 중인 최씨의 동선과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세탁물 배달원 등 현지 정보원을 통해 최씨의 얼굴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원활한 검거를 위해 주필리핀 한국 대사 명의의 서한문을 법무부 장관에게 발송했고, 주필리핀 대사관 총영사가 직접 이민청장과 면담해 검거를 독려하기도 했다.

작전은 지난 9일 저녁에 이뤄졌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이 최씨의 은신처로 출동해 5시간 동안 잠복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최씨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필리핀 당국과 최씨의 국내 송환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다.

당시 건보공단은 사건을 파악한 뒤 계좌 조기동결 등 조치에 나섰고, 최씨의 계좌에 남아 있던 7억2000만원을 회수한 바 있다. 최씨의 횡령이 5개월간 이어졌음에도 공단 내부의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리 시스템 부재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건보공단은 현금·지출 관리 업무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현금 사고 발생을 차단하고 감시·감찰 제도를 강화하는 고강도 경영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단은 법적 절차를 통해 39억원을 최대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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