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이 징계수위 결정?”…불붙은 ‘사당화’ 논란에 親明 전전긍긍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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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성호, ‘현근택 처분’ 논의 메시지 적발…계파 간 의견도 분분
‘공천’ 앞두고 친명 내부도 우려…“非明에 명분 생겨 분열 커질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다시금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추문 징계 수위를 두고 친명(친이재명) 핵심 정성호 의원과 나눈 텔레그램 문자메시지가 포착되면서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이 대표가 당 윤리심판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해 ‘사당화 명분’을 제공한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친명 내부에서도 최근 당 분열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까지 터지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조정식 사무총장, 고민정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조정식 사무총장, 고민정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의견 수렴” vs “월권·흥정”…또 나뉜 친명-비명

정성호 의원은 지난 9일 본회의 도중 이 대표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언론 카메라에 포착 당했다. 이 대표가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묻자, 정 의원은 “당직 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라고 말했고,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징계 수위는 민주당 윤리심판원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이 대표나 관련 당직자가 아닌 의원은 개입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정 의원에게 현 부원장의 징계여부나 윤리심판원 회부 여부가 아니라 징계수위를 ‘흥정’한 것으로 비치는 만큼, 정치권에선 민주당 윤리심판원 권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논란이 된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의견 수렴의 일종’이라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중진 의원 한 분한테 의견을 물어본 것이고, 결국은 징계 수위는 윤리감찰단에서 판단하고 최고위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며 “저도 당직을 맡지 않은 다른 의원님들하고 상의를 많이 한다. 아마 지금 병원에 계시니까 문자로 하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친명계 인사들도 사당화 논란 진화에 나섰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로서는 입원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회의라든지 공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께서 당내 의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당연한 소통”이라며 “당 윤리위원회나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 등이 10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 등이 10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 해결책은…“친명 공천 지양하는 등 모습 보여야”

반면 비명계에선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낙(친이낙연계) 모임인 ‘민주주의실천행동’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이들이 의견을 나눈 것은 징계 여부나 윤리위 회부 여부가 아니라 징계 수위에 대한 흥정”이라며 “과연 민주당에 민주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대표와 측근이 당헌‧당규를 초월해 지배하는 독재 정당, 민주적 시스템이 무너진 반헌법적 집단”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민주당에서 전격 탈당 선언을 한 ‘원칙과 상식’ 의원들도 이번 사건이 이재명 사당화의 명분을 추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민 의원은 탈당회견 직후 시사저널에 “사당화의 증거들이 나타난 것”이라며 “윤리심판원이 멀쩡하게 있는데 어떻게 징계 수위를 당대표하고 텔레그램으로 그렇게 사적으로 논의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막강한 총재 권한이 있었어도 그런 말은 안 했다”고 직격했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당 분열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친명계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병상에 있었던 특수한 경우긴 하지만 당의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이런 문자 노출 실수는 아쉽긴 하다”며 “저쪽(비명)에서 주장하는 대로 이 대표가 당내 초월적 시스템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일이 커질까봐 우려스럽다. 특히나 공천 정국에서 잡음도 많아질 건데 쉽게 해결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친명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공천이 진행될수록 분열도 커지고 탈당자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대표가 논란을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친명 위주 공천을 지양하고 현 부원장을 강하게 징계하는 등 선행 작업을 한다면 당내 분열 기류도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로 보면 이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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