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부실규제, 현대차·기아 차량 연쇄 절도 불러왔다”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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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편집위원, 칼럼 통해 지적…“제조사에 이모빌라이저 의무화 요구하지 않아”
미국 텍사스주의 한 자동차 판매소에 주차된 차들 ⓒEPA=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자동차 판매소에 주차된 차들 ⓒEPA=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번지고 있는 현대차·기아 차량 절도가 당국의 규제 부실 탓이라는 분석이 미 유력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편집위원인 헤더 롱은 10일(현지 시각) 게재한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본인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소개했다.  

헤더 롱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기아 쏘울 승용차를 워싱턴 DC 경찰청 앞에 주차한 후 경찰 헬리콥터를 타고 관련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정작 자기 차에 누군가 절도를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그 차는 심지어 경찰차 사이에 세워져 있었다. 

그는 “도둑들은 차 뒷 유리 와이퍼를 뜯어냈다. 나중에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를 통해 와이퍼 제어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한다”며 “운전석에는 문을 따고 들어가려 한 흔적이 곳곳에 있었고, 뒷좌석 창문을 부수기 위한 흔적도 여러 군데에서 확인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워싱턴에서 지난해에만 1000여건의 차량 탈취와 6800건 이상의 차량 절도가 발생했다고 헤더 롱은 전했다. 이는 2022년보다 80% 넘게 증가한 수치다. 

헤더 롱은 “이 같은 10대들의 정신 나간 현대차·기아 차량 절도 행위는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7년부터 캐나다와 호주를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점화 이모빌라이저 부착을 의무화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를 부착할 것을 자동차 제조사에 요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모빌라이저는 차량 열쇠에 부착된 별도의 칩이 없으면 시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헤더 롱은 “이렇기에 미국의 2011~2021년식 현대차·기아 차량의 4분의1에만 이모빌라이저가 부착된 것”이라며 “이 장치가 없으면 스크루 드라이버와 USB 케이블만 있어도 1분도 안 돼 손쉽게 차량을 훔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서 지난해 1분기 기준 현대차·기아 차량 절도에 따른 보험 청구는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00% 급증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변호사 출신인 앨런 캠은 이와 관련해 “전적으로 규제의 허점이며,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NHTSA는 2016년 이모빌라이저 장착 규정 도입을 검토했으나, 그때 당시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요구하는 대신 ‘자동차 제조회사가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할 경우 캐나다의 기준과 유사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라는 변형된 규정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 차량 절도 피해가 급증한 이후 전국 단위의 리콜 요구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당국에서는 ‘규정 없음’을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에 리콜을 강제하는 것을 거부하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헤더 롱은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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