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짓” 교사 폭언 밝히려 자녀 가방에 녹음기…대법 “증거능력 없어”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4.01.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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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간 대화’ 해당…통신비밀보호법 따라 증거능력 부정돼야”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아동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들을 녹음했다면 녹음 파일이 증거능력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11일 대법원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 자신이 맡은 반에 전학을 온 B군에 모욕적인 발언으로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군에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바보짓 하는 걸 자랑으로 알아라”는 등의 폭언을 했고 이 같은 학대는 두 달 이상 지속됐다.

급기야 해당 학급 학생들에 “쟤랑 놀면 자기 인생만 고장 난다”며 따돌림을 조장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B군의 학부모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두면서 드러나게 됐다. B군에게서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말을 들었다’는 말을 들은 학부모는 상황 파악 및 학대행위 방지를 위해 B군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고, 이후 해당 녹음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이에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A씨의 16개 폭언 중 14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 제기 과정에서 ‘비밀리에 녹음한 부분은 위법증거수집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고 봤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4조에서는 불법검열에 의해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결국 해당 사건의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원심 판결에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녹음 등으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선례에 따라 교사의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발언을 그 상대방이 아닌 제3자 즉, 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정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관련법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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