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원픽’된 올리브영…쿠팡과의 ‘화장품 대전’서 던질 승부수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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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 ‘화장품 즉시 배송’으로 성장…매장-온라인 연계
LG생건 손잡은 쿠팡…고급화 라인업 늘려 경쟁 돌입
쿠팡-CJ간 경쟁 구도 지속…‘옴니채널’ 시너지 확대 나서

이재현 CJ그룹(CJ) 회장이 5년 만의 계열사 방문 첫 번째 목적지로 CJ올리브영(올리브영)을 택하면서 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로 올라선 데다 ‘공정위 리스크’라는 난제까지 떨쳐낸 올리브영이 올해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에서 ‘날던’ 올리브영은 이제 ‘고급화’, ‘가성비’ 등 각각의 장점을 무기로 쥐고 화장품 전쟁에 참전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맞닥뜨렸다. 특히 쿠팡이 최근 LG생활건강(LG생건)과 손을 잡고 화장품 라인업을 대폭 늘리면서 본격적인 ‘대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전쟁에서 최초의 승기를 잡았던 올리브영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온리원’ 성과 만든 사례”…CJ의 ‘캐시카우’로 부상

코로나19 이후 CJ 총수의 첫 번째 발자국은 그룹의 수많은 계열사 중 올리브영에 찍혔다. 10일 서울 용산구 올리브영 본사를 찾은 이 회장은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와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올해 사업계획을 점검했다. 또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 ‘온리원(ONLY ONE)’ 성과를 만든 사례”라고 언급하며 올리브영의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호평했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눈부신 성과를 보이면서 CJ의 알짜 계열사로 등극했다.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 2조7971억원, 순이익 2743억원을 거뒀다. 3분기 만에 2022년도 매출(2조7809억원)을 뛰어넘었다.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는 점유율 70%를 돌파하며 날았고, 코로나19 시기 선제적으로 도입한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시장에서는 재작년 기업공개(IPO)를 무기한 연기했던 올리브영이 올 상반기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이용하는 해외 관광객의 증가세도 올리브영 성장에 힘을 보태면서, 2조~4조원으로 점쳐지던 기업 밸류(가치)는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은 지난 7년간 자회사 중 유일하게 폭발적으로 성장한 회사”라며 “중국 인바운드 효과라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당초 그룹에서 기대했던 밸류 4조원을 넘어 5조원도 가능한 상황”이라 진단했다.

CJ올리브영이 고속 성장하면서 승계를 위한 핵심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시사저널 이종현<br>
서울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시사저널 이종현

‘온라인 뷰티 왕좌’ 아직 비었다…고급화·가성비 등 무기로

성장의 과제는 ‘화장품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남아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온라인까지 시장을 확장할 경우 점유율은 10%대에 머문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공정위로부터 납품업체에 경쟁사 행사 참여 금지 강요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당초 예상했던 최대 58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온·오프라인 화장품 시장을 통틀어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보기는 불확실하다는 공정위 판단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올리브영의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 드림’에 도전장을 내고, 아직 주인이 확정되지 않은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곳들이 많다. 쿠팡이나 컬리는 특히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에 주목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쿠팡은 ‘로켓럭셔리’ 서비스를 통해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등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해 선보인다.

‘뷰티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1000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 제품을 다음 날 아침까지 ‘샛별 배송’한다. 지난해부터는 상품군 강화를 위해 로레알 코리아와도 협업했다. 그동안 ‘가성비’ 화장품에 주력해온 다이소는 지난해 말 ‘전국 익일 배송’을 선언하면서 화장품 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VT코스메틱의 ‘다이소용’ 아이템인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앰플 등은 품절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올리브영 제공

‘갑질 논란’ 둘러싼 양사 갈등도 주목 

특히 시장은 올리브영과 쿠팡의 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햇반 납품 마진률 등으로 CJ와 대립각을 세워온 쿠팡은 지난해 갈등의 범위를 올리브영까지 넓혔다. 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해왔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다.

당시 쿠팡은 올리브영의 압박으로 쿠팡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은 중소 협력사들에 쿠팡 입점을 제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쿠팡과 LG생건이 4년9개월 만에 ‘화해’하면서, 쿠팡은 LG생건의 브랜드인 오휘, 숨37, 더후 화장품을 로켓럭셔리 품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화장품 라인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만큼, 온라인 화장품 시장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리브영의 온라인 성장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올리브영은 매장과 온라인몰을 연계한 ‘옴니채널’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재 서울과 경기 권역에 있는 9곳의 도심형 물류 거점을 광역시 범위까지 확장하면서 배송 혁신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은 기존 점포의 지하 등을 리노베이션해 ‘도심형 물류창고’ 형태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오늘드림 등 온라인 채널 확장을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지난해 3분기 온라인 매출 비중이 25.9%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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