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사실상 전국민 상대로 만성 흡입독성 시험”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혐의로 2심서 유죄 판결을 받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가 상고장을 제출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측은 이날 2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서승렬·안승훈·최문수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안 전 대표는 홍지호(73) 전 SK케미칼 대표 등과 함께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해 98명에게 폐질환 혹은 천식 등을 앓게 하고 그 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2019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1월 1심 재판부는 CMIT와 MIT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안 전 대표 등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지난 11일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안 전 대표와 홍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면서 “불특정 다수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보는 등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지탄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 측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란,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2011년에 와서야 공론화 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작년 12월31일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691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262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