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어 급히 월세로”…고도위반 ‘입주 불가’에 날벼락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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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 63~69㎝ 넘긴 김포 고촌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분통
조합 “시공사, 알고도 안 알렸다”…최소 2개월 내 입주 불가 전망
김포시 “시공사·감리단, 준공 보고서 허위 제출로 고발 방침”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김포고촌역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고도제한 규정보다 63cm 높게 지어져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았다. ⓒ시사저널 강윤서
고도제한 규정보다 63㎝ 높게 지어져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시사저널 강윤서

“당장 갈 곳이 없어 근처에 단기로 월세 계약까지 했다.”

고도제한 규정보다 63㎝ 높게 지어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파트의 사용 허가가 ‘불발’되면서 입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김포 고촌읍 신곡리의 한 지역주택조합 A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 개시일(12일)이 닷새 지난 이날까지 이사를 하지 못한 채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 하고 있다. 

전날 찾은 A 아파트는 전 세대에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조합원 뒤로 일부 시공사 관계자들만 지나다니는 적막한 분위기였다.  

이달 14일이 입주예정일이었던 임효순(62)씨는 “혹시 모른다는 마음에 어제(14일) 이사짐센터 트럭과 함께 아파트에 찾아갔다가 헛걸음 쳤다”고 전했다. 현재 지인 집에서 지내고 있는 임씨는 “당장 집이 없으니 3살, 5살 된 손자들 돌보던 것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사짐 보관도 문제였다. 몇 톤씩 나가는 이사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이사짐센터에 5톤당 하루 1만원씩 내고 맡기는 입주민도 있었다. 일부 입주민에게는 대출 상환, 학교 입학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포고촌역지역주택조합(조합원)과 Y건설(시공사)이 공동사업으로 시행한 이 아파트는 총 8개 동 399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중 55세대는 60일(1월12일~3월11일) 이내 이사하겠다고 신청한 상태였지만 입주 직전 고도제한 위반으로 ‘입주 불가’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이곳은 김포공항과 3~4km 떨어져 있어 공항시설법상 고도제한에 따라 57.86m 이하 높이여야 하지만 8개 중 7개 동의 높이가 규정을 63~69cm 초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22일 김포시에 “해당 건축물의 높이는 장애물 제한 표면을 침투하여 설치할 수 없다”며 사용검사 승인을 반대했다. 이후 김포시는 조합원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조합원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시 시공사 측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시공사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고도제한 위반 문제를 알고 있었더라”며 “그럼에도 저희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태를 미리 말해주기만 했어도 주민들 입주 스케줄을 예약 받을 필요가 없지 않았겠느냐”며 지적했다.

조합 측은 15일 시공사와 대책회의을 연 후 “김포시청에서 임시사용 승인을 불허했기에 재시공을 확정했다”며 “시공사 측이 재시공 기간과 방법 등에 대해서 16일까지 알려주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입주민 피해 보상에 대해 조합은 “시공사가 조합원 측에서 피해 비용과 해결책 등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공사가 고도제한에 맞춰 아파트 높이를 낮추려면 승강기 탑과 관련한 재시공이 필요해 빨라도 2개월 뒤에나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소속 화물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항 사진 ⓒ연합뉴스

김포시, 시공사·감리단 고발…시공사 “재시공 추진”

김포시는 해당 시공사를 주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김포시는 2020년 3월 사업계획을 승인할 당시 제한높이 이하로 건축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시공사와 감리단이 12차례에 걸쳐 제출한 감리·준공 보고서에서 고도제한 기준을 이행한 것처럼 허위 보고한 것이다.

이에 지난 11일 김포시는 “문제점 미보고와 준공 보고서의 허위 제출사실에 대해 고발, 입찰제한 등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시공사가 제시한 이사계약 위약금 보상, 이사짐 보관 비용, 임시 숙박 금액 지원 등 보상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할 계획”을 밝혔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주부터 재시공을 추진할 것”이라며 “실무자들이 현장에 상주해 높이제한을 낮추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착공 당시 고도제한 기준을 인지했다”면서도 “구체적인 건 현장 실무자가 알겠지만, 한 층 한 층 쌓일 때마다 높이 등 상황을 전달받은 건 아니나 공사과정에서 (고도제한 규정 위반) 문제에 대해 지적된 적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 관계자는 완공 이후 고도제한으로 인해 사용 불허가를 받는 경우에 대해 “흔치 않은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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