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훼손이나 오염 등으로 한국은행이 폐기한 지폐와 동전이 3조900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2023년 중 폐기된 손상화폐는 4억8385만 장으로, 액면가는 3조880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억1268만장·2조6414억원)보다 7117만 장(17.2%) 증가한 수치다. 이번 집계에서는 지폐와 동전 모두 '장' 단위로 통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었던 대면 상거래가 점차 회복됐고, 2009년부터 발행한 5만 원권의 유통 수명(15년 내외)이 다한 데 따라 폐기한 손상화폐가 증가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한은의 환수 금액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한은은 폐기한 화폐를 전부 옆으로 나란히 늘어놓으면 총길이가 6만2872㎞로, 경부고속도로(415㎞)를 76차례 왕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로 쌓으면 총 높이가 14만159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53배에 달한다.
화폐 종류별로는 지폐 4억2732만 장(액면가 3조8724억원)과 동전 5653만 장(79억원)이 폐기됐다. 지폐 중에는 1만원권이 2억3775만 장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다.
지폐가 손상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의 전액으로,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다만 동전은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 판결이 어려울 경우에는 교환이 불가하다. 지난해 서울에 사는 이 모 씨는 자택 화재로 탄 지폐 1910만원을, 전남에 사는 홍 모 씨는 땅속에 묻었다가 습기로 부패한 지폐 1548만원을 각각 정상 지폐로 바꿨다.
한은은 손상화폐를 대부분 소각 방식으로 폐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미술 작가의 요청을 받고 작품 재료용으로 잘게 자른 지폐 1500㎏을 지원했고, 폐기물 재활용 연구 등의 용도로 300㎏을 제공하는 등 재활용 시도에도 적극 나섰다. 손상 화폐는 콘크리트 보강재 등의 재료로 재활용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외부 기관과 협의해 손상 화폐의 재활용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