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측근 챙기기’ 논란 정읍시 정책협력관, 홀연 사직…오묘한 시선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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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시장 당선 무효형 선고 20여일 만에 시청 떠나 ‘뒷말’
조례 개정 정책협력관직 신설…임기 2년 6개월 남겨 놓고 퇴장

단체장 측근 챙기기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북 정읍시 정책협력관이 홀연히 사직했다. 떠들썩했던 입성 때와 달리 조용히 사직서를 던지고 짐을 싸 재직하던 시청을 떠났다. 말도 많은 정책협력관으로 임명된 지 10개월만이다. 그의 갑작스런 퇴장 소식에 그 배경을 두고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의일까 타의일까, 그가 잔여 임기를 남겨 놓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요인이 뭘까.    

단체장 측근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북 정읍시 정책협력관이 전격 사직했다. 떠들썩했던 시청 입성 당시와 달리 조용히 짐을 싼 그의 갑작스런 퇴장을 두고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읍시청 전경 ⓒ시사저널
단체장 측근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북 정읍시 정책협력관이 전격 사직했다. 떠들썩했던 시청 입성 당시와 달리 조용히 짐을 싼 그의 갑작스런 퇴장을 두고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읍시청 전경 ⓒ시사저널

25일 정읍시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지난해 2월 1자로 전 전북도의원 출신 A씨를 5급 별정직인 정책협력관(이하 협력관)에 임명했다. 정책협력관은 민선 이후 처음으로 신설된 직제다. 민선 8기 역점시책 추진을 위해 ‘대외협력 기능 강화 목적’으로 A씨의 ‘능력’을 높이 사 발탁했다는 것이 정읍시의 입장이었다.

A 협력관은 지난해 12월 초 의원 면직서를 내고 시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읍시 관계자는 24일 “A 전 정책협력관이 지난해 12월 4일 일신상 사유로 의원면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별정직 공무원은 단체장과 임기를 같이한다. 그럼에도 2년 6개월 남짓의 잔여 임기를 채우지 않고 그만 둬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지방정가에선 자신을 영입한 이학수 시장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지 불과 20여일 만에 사직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는 지난해 11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학수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에서 이날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A 전 협력관은 과거 갑질과 뇌물수수 이력 때문에 채용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정의당 정읍위원회는 정읍시청 앞 가로변에 ‘갑질·뇌물수수 전력인사가 5급 정책협력관? 선 넘은 측근 챙기기! 정읍시장은 시정하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정을 촉구했다. 

전북 정읍시가 2023년 2월 신설한 정책협력관 자리에 과거 갑질과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을 임명했다며 정의당 정읍시당이 시청 건너편 도로변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정을 촉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북 정읍시가 2023년 2월 신설한 정책협력관 자리에 과거 갑질과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을 임명했다며 정의당 정읍시당이 시청 건너편 도로변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정을 촉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채용 배경도 석연치 않았다. 시장의 ‘입맛 맞춤용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주출신인 A씨는 10대 전북도의원 시절 이학수 현 시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것 외에는 거주나 근무경력 등에서 정읍과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채용 시점 또한 의혹을 샀다. A 전 협력관은 2018년 1월 재량사업비 뇌물수수 관련 형이 확정됐다. 이 때문에 5년간 공직에 임명될 수 없는데 지난 1월 중순 5년이 경과하자마자 채용된 것이다. 시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지난 2022년 12월 급하게 조례를 개정해 별정직 정원을 늘린 뒤 다음해 1월 조직개편과 함께 채용을 내정하고, 형 확정 5년이 지나자마자 자리를 내줬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공직사회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정읍시가 별정직 공무원 임용 제도를 입법취지와는 달리 측근 등 내 사람을 심는 방편으로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이 정책협력관을 별도로 채용한 것은 공직사회에 위화감 조성은 물론 공무원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무능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A 협력관의 퇴진은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자의에 따른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A씨는 임명 논란과 정치권, 시민단체 반발 과정에서 본인의 진의가 묻히고, 결과적으로 임명권자에 부담으로 작용한데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런저런 복합적인 상황이 사퇴를 결정한 배경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정치 호사가들은 그의 자진 퇴장을 두고, 변화무쌍한 정치계의 ‘염량세태(炎涼世態)’와 관련지어 오묘한 시선도 보낸다. 

정읍시는 A씨의 퇴임에 대해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채용 당시 조례까지 개정해서 정책협력관직을 마련했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A 전 협력관의 퇴임에 왠지 모르게 씁쓸함(?)도 묻어나 보이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1년이면 30명 넘게 의원면직을 한다”며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수많은 퇴직 공직자 중 한명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사저널은 A 협력관의 사퇴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직간접적인 통로를 통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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