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원희룡 ‘미니 대선’ 확정…권영세·나경원에 추미애·전현희 맞붙나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6 14:00
  • 호수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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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운동권 청산’ 주자 윤희숙은 단수공천 못 받아…대통령실 참모들도 대부분 경선
호준석·태영호, 구로에서 이인영·윤건영과 팀 대결 가능성…고민정·오신환 빅매치도 볼 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발표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여야 대진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위원장 정영환)는 2월14일부터 17일까지 권역별로 공천 후보자 면접과 함께 중간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4, 15일엔 각각 25개 지역에 단수추천 즉, 1인 전략공천을 했는데 그중 서울 19곳, 인천 5곳, 경기 14곳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은 49개 의석 중 겨우 8석, 인천은 13개 중 1석, 경기도는 59개 중 7석만 건진 절대 열세 지역이기에 한시라도 빨리 수도권 공천자를 확정해 민주당과의 본선에 대비하겠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시사저널 박은숙·임준선

총선 121석 승부처 ‘수도권 대진표’ 속속 채워져

반면 민주당 공천관리위(위원장 임혁백)는 2월6일과 7일 그리고 15일 3차례에 걸쳐 중간 공천 결과를 발표했으나 현역 의원이 압도적인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단수공천 확정자는 국민의힘에 비해 적다. 수도권 현역 의원 물갈이가 아무래도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양당의 발표와 시사저널 자체 취재를 통해 주로 수도권 관심 지역에서 예상되는 대진표를 그려봤다.

이른바 한강벨트에 속하는 서울 용산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4선 권영세 의원이 국민의힘 단수공천을 받아 건재를 확인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 ‘험지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미애 전 장관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이나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나서는 서울 동작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즉 권영세 대 추미애, 혹은 나경원 대 추미애 대결 구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얘기. 다만 나경원 전 의원 상대자로 민주당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떠나 무주공산이 된 서울 중·성동갑. 민주당에서 친문 주자이자 이재명 대표의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출마를 선언하자 ‘이재명 대 문재인 공천 격돌’의 상징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의 적임자로 지목한 윤희숙 전 의원의 단수공천이 무산됐다.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중·성동을 역시 지상욱 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로 빈 곳이 되었는데,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이 경선을 한다. 다만 당내에선 이들의 출마 지역 재배치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4선 안규백 의원이 아성을 쌓은 동대문갑에서 국민의힘은 포천에서 이동한 김영우 전 의원,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한강벨트 중에서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민주당 주축인 마포갑(정청래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점찍었던 김경율 회계사의 출마가 불발됨에 따라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 의원의 지역구에서 바람을 일으킬 사람이 국민의힘 쪽에서 별로 없어 보인다. 마포을엔 뇌물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의 영입인사인 반면 신지호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윤석열-한동훈 공천 전쟁’이 재연될지도 관심거리다.

4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을 꺾었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광진을 지역에 국민의힘에선 오 시장 밑에서 서울시 부시장을 지냈고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오신환 전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서초을, 신동욱·박성중 경선 승자가 홍익표 의원과 본선

국민의힘은 험지 중 험지로 꼽히는 구로갑·을 지역에 각각 인지도가 높은 호준석 전 YTN 앵커와 강남갑 노른자위에서 이탈한 태영호 의원을 공천 확정했다. 두 지역은 각각 민주당 이인영·윤건영 의원이 지키고 있다. 이·윤 의원 둘 다 문재인 정부 때 각각 통일부 장관·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NL계열 운동권 출신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운동권 청산’ 총선 슬로건에 따라 보수적인 개신교 장로인 호준석 전 앵커, 평양의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이 단수공천됐다.

다만 민주당의 두 현역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최종 낙점을 받을지는 미지수이기에 ‘팀 대결’을 예단하기는 섣부르다.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대문갑에서 민주당은 후계자를 확정 짓지 못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전북 남원 출신인 이용호 의원을 단수로 공천 확정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연세대 의대 교수인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출마를 기대했으나 인 전 위원장이 고사했다고 한다. 인요한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 쪽으로 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돌멩이 피습 사건을 당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송파을 자리를 지켰다. 이웃 지역인 송파갑에서도 배 의원이 지원하는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가 단수추천돼 ‘배현진 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TV조선의 간판 앵커였던 신동욱 전 앵커는 서초을에서 현역 박성중 의원 등과 경선을 벌이게 됐다. 둘 가운데 승자가 지역구를 바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본선에서 맞붙는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남을엔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공천 신청을 했는데,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은 전략공천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럴 경우, 이 전 비서관은 국민의힘이 최근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경기남부 즉 수원 지역에 징발될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대결 구도가 확정됐다. 여기에 ‘대장동 증인’으로 재판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에 입당해 출마하게 됐다. 이로써 이재명 대 원희룡의 ‘미니 대선’ 성격에 더해 계양을은 ‘대장동 공방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기도의 주요 관심 지역은 수원이다. 민주당세가 강한 수원갑(김승원 초선 의원)·병(김영진 재선 의원)·정(박광온 3선 의원)에 국민의힘이 각각 김현준 전 국세청장,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 이수정 전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를 단수공천했다. 한 석이라도 국민의힘이 교두보를 확보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밖에 경기 고양병엔 ‘한동훈의 사람’인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 국민의힘에서 단수추천됐다. 현역인 민주당 홍정민 의원과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수원과 고양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시절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했던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꿔 남양주병에 전략공천됐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대진표가 확정되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성남분당갑에서 단수공천에 성공한 반면 분당을엔 ‘윤석열의 사람’인 김은혜 전 홍보수석의 단수추천이 불발됐다. 김 전 수석과 김민수 당 대변인, 이상옥 전 영사 중 경선 승리자가 민주당 현역인 김병욱 의원과 본선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경우 세간의 비판 대상이 됐던 ‘검찰 출신 공천’ ‘대통령실 우대 공천’이 최대한 배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검찰과 대통령실 출신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송파갑에 공천 신청을 했던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컷오프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 한동훈의 공천 충돌은 수도권 내에선 아직 가시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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