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 허세’ 대신 ‘비관적 엄살’ 커지는 野 [신창운의 미리 보는 4·10 총선]
  •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5 17:00
  • 호수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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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우세하던 ‘정부 견제론’ 최근 들어 ‘정부 지원론’과 박빙 양상
민주당 필승카드 ‘정권 심판론’ 동력 약해져

그래서,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22대 총선까지 아직 40여 일 남았고 공천을 비롯해 돌발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판세를 정확히 예측하더라도 그게 투표 때까지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정당이나 전문가들의 총선 판세 분석이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록 틀리더라도 미래 불확실성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쪽은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적어도 2월22일 현재까지는 말이다. 반면 민주당 쪽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언제부터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낙관론적 허세가 줄어든 대신 엄살에 가까운 비관론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 대해 유불리를 달리 해석하거나 어떤 여론조사를 주목하느냐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월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월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어준·유시민이 쏘아올린 낙관론적 허세

총선에서의 민주당 판세 전망은 두 갈래다. 낙관론적 허세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 있다. 민주당 외곽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어준과 유시민이 대표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특정 여론조사에 기초해 민주당의 잘못된 판단 혹은 오만을 부추기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의 경우 1월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지역구 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이 지역에서 과반 의석 획득을 장담하고 있다. 이 조사의 가장 근본적 문제점은 조사기관 효과에 따른 응답자 편향이다. ‘여론조사 꽃’이란 진보적 성향 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 대해 이를 거절하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자 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은 반면, 한편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민주당에 호의적으로 응답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결과 해석 역시 자의적이다. 오차범위, 즉 8.8%포인트 격차로 지고 있더라도 후보만 잘 뽑으면 얼마든지 당선 가능하다는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 그래서 2020년 총선 때의 3석을 훨씬 초과하는 9석가량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꽃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선 곳은 부산진을 1곳에 불과했다. 그마저 민주당 44.2%, 국민의힘 38.9%로 오차범위 이내 격차였다.

유시민 작가도 MBC 《뉴스외전》과 《100분 토론》, 김어준의 유튜브 ‘다스뵈이다’ 설 특집 등에서 낙관적 전망을 피력하고 있다. 주로 언급하고 있는 근거가 MBC-코리아리서치 패널조사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3차 조사가 1월30일~2월3일 실시됐는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4%,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3%, 국민의힘 24%, 총선 인식은 ‘현 정부 지원 위해 여당 후보 많이 당선해야’ 29%, ‘현 정부 견제 위해 야당 후보 많이 당선해야’ 65%였다. 일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대다수 여론조사와 상당한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MBC 패널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코리아리서치 원성훈 부사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패널에 참여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관여층이 표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작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조사와 비교하는 건 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사 차수별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패널조사 특성을 감안하면, 유시민의 표정 관리와 상대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지나친 걱정은 시사 토론이라기보다 차라리 예능에 가까운 느낌이다.     

최근엔 비관적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공식적인’ 판세 전망 혹은 희망은 150석, 즉 절반을 달성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당의 공식·비공식 자료를 종합하고 있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얘기다. 지난해 12월초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제1당을 뺏길 것 같지 않다”며 “단독 과반을 하느냐, 아니면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고 자신했을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 박빙 열세”…총선 다가올수록 위기 목소리 커져

비관론에 가세하고 있는 인물엔 양대 정당의 엇비슷한 지지율에 기초해 ‘박빙 열세’를 주장했던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그리고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 등이 있다. 특히 우 의원은 제3신당, 즉 “개혁신당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는 유권자층을 분리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위험하다”고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초경합 지역이 늘어나면서 “현재로서는 박빙 열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 위기론의 근거는 다양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조국 전 장관 및 송영길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선언, 친명-친문 간 공천 잡음 등이 그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위기론을 실감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정당 지지율 혹은 정당 후보 지지율, 총선 인식 등에선 상당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다수 당선에 공감하는 비율이 오차범위 이내에서 높은 편이었고, JTBC 여론조사에선 정부·여당이나 민주당 견제보다 양당 모두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전국지표조사(NBS)의 경우엔 정부 지원론과 견제론이 비슷했고, YTN 조사에선 여당과 야당 지원론 격차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총선에서 민주당 필승카드로 생각했던 정권 심판론 동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체 판세가 흔들릴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2012년 총선 막판 때처럼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뛰어넘는 지지율 변화가 나타날 때도 있지만, 어떤 선거든 가닥이 잡히기만 하면 커다란 흐름이나 전체 구도가 대체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양당 동시 심판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기대감 반영일 뿐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2월20일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합당을 철회하고 새로운미래로 복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제3지대 빅텐트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고, 향후 총선에 미칠 이들의 영향력 역시 불투명해졌다.  

결국 변동성이 미미한 여론조사와 무관하게 낙관론적 허세와 비관론적 엄살이 민주당 진영에 공존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최종적인 결과야 그 중간 어디에 위치하겠지만, 지금은 허세적 전망에 대한 위험 신호와 준엄한 경고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총선 판세와 관련해선 엄살 쪽으로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주변에서 위기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사실이다.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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