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복한 중국 전기차, ‘강 건너 불’ 아니다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1: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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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출된 중국 전기차 55%가 유럽행
올해 6월 한국 진출 예상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해야

중국의 2024년 1월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12월과 비교해 37%나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미래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감소는 중국 내 관련 업체의 가격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차전지 생산업체인 CATL과 BYD는 올해 이차전기 가격을 최대 50%까지 인하할 계획임을 밝혔다. CATL 인산철리튬(LFP) 제품의 경우 kWh당 54.47달러(약 7만2548원)까지 인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는 차량당 제조원가를 약 400만원 절약할 수 있다. 중국 이차전지 가격 인하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촉진하고 있으며, 전기차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와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는 BYD의 경우 남미 시장을 겨냥해 2만3000달러(약 3000만원) 수준의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자국 내 판매 부진을 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모터쇼에서 중국 BYD 전기차를 살펴보는 관람객들 ⓒAP연합

EU 집행위, 불법 보조금 조사로 맞불

2023년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 중에서 순수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다. 2023년 중국 전기차 수출 규모는 341억 달러에 이른다. 전년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중국 전기차 수출 물량의 약 40%는 유럽연합(EU)으로 향하고 있으며, 영국 등 비(非)EU 국가로 향하는 물량도 1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체 전기차 수출의 55%가 유럽에서 소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4분기 9.3%에 이르렀다. 2019년 0.5%와 비교하면 중국 전기차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수출도 2023년 약 43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는데, 주로 브라질과 러시아에 수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각종 규제 및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을 경유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는 탁월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BYD 등 브랜드는 유럽인들에게 낯설지만, 볼보 등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2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제를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2년 무료충전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안전성의 경우 대다수 중국 전기차가 유럽 당국의 안전도 검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면서 이제는 특별한 이슈가 되지 못하고 않다. 한때 유럽에 대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자동차 운반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적재에 특화된 별도의 자동차 운반선을 확보하면서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의 대량 유입에 따른 프랑스 등 회원국의 반발이 공식화되면서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10월 중국 당국의 불법 보조금 제공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U 당국의 조사는 법적으로 최장 13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 현재 중국 내 생산업체에 대한 방문조사가 실시되고 있으며, 4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영국 정부 역시 최근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말 EU의 조사가 마무리되고 중국 전기차에 대해 기존의 10% 관세와 별도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영국으로 수출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영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신속히 조사에 착수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전기차를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고 세금 감면, 토지 제공, 에너지 비용 인하, 저리 대출 지원 등을 해왔다. 이와 별도로 중국 업체들에 대해서만 구매보조금을 지불하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을 지원해 왔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의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된 2018년부터 외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폐지했다. 테슬라와의 경쟁에 직면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경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과잉설비로 인한 초과 공급은 가동률 저하로 이어졌다. 2023년의 경우 중국 내 상위 10개 전기차 업체의 가동률은 70% 미만이었다. 과거 철강, 태양광 패널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중국은 자국 내 과잉생산 문제를 수출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각국과 무역분쟁을 겪었는데, 전기차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일단 EU 당국의 조치에 대해 노골적인 보호무역이라고 비난했고, 프랑스의 브랜디 수출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저가형 업체 퇴출을 포함한 업체 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EU 회원국 내 생산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중국 이차전지 및 전기차 업체들은 현재 헝가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헝가리 당국 역시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중국의 투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과거 일본 및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주요 시장에 대한 현지화를 통해 무역분쟁을 우회했던 방식을 중국이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PA연합

현지화 통해 EU 당국 조사 우회하기도

EU로서는 일단 조사를 통한 관세 추가 부과로 중국산 자동차의 점유율 확대를 늦추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유럽 업체들의 전기차 경쟁력이 기대만큼 향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미국의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으며, BMW를 비롯한 독일차는 4위권 이하로 처져있다.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을 통해 전통산업의 탈탄소화와 녹색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 해외 업체들의 진출 확대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벤츠의 경우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향후 10년 이상 내연기관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올해 초 계획을 수정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는 게 이유지만, 실제로는 전기차로의 전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올해 6월을 전후해 BYD의 전기 승용차가 우리나라에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전기차의 본격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우리 역시 유럽의 고민과 대응 방안을 잘 검토해 적절한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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