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vs 윤희숙, ‘선거의 여전사’들이 제대로 붙었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8 11: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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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수도권 ‘5대 격전지’를 가다] 서울 중·성동갑
‘터줏대감’ 임종석 빠지며 판세 오리무중…최근 4차례 선거에서도 민주 2승, 국힘 2승

“TV에서 봤어요. 잘 오셨어요!”(전현희 민주당 후보를 만난 한 성동 주민의 인사), “경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를 만난 다른 성동 주민의 인사)

여야의 ‘대표 여전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으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 중·성동갑. 둘은 모두 선거의 여전사로 불린다. 전 전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로선 험지 중 험지인 서울 강남을에서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종훈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민주당이 보수정당의 아성인 강남에 처음 깃발을 꽂은 것이다. 윤희숙 전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서울 서초갑에서 무려 62.0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민주당 이정근 후보를 눌렀다. 서초가 보수정당의 강세 지역이라고는 해도 갓 데뷔한 정치 신인으로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다. 

한강벨트의 최전선에 위치한 중·성동갑은 이제 어느 한쪽의 ‘텃밭’이 아니다. 2020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대통령, 서울시장, 구청장 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똑같이 2번씩 이기고 졌다. 각 선거에서 적게는 7%대, 많게는 20%에 가까운 득표차를 보인 만큼 민심은 엎치락뒤치락, 한 방향이 아니다. 당의 판세에 따라 한쪽으로 크게 기운 적도 있고, 특정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작용하기도 했다. 양당의 숙고 끝에 나온 중량급 여성 정치인 간 승패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중·성동갑에 출마하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3월5일 서울 성동구 한 초등학교 앞과 역 앞에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여론조사에서 임종석 땐 오차범위 내 우세…전현희는?

‘전현희 vs 윤희숙’의 지지율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까지 나온 바 없다. 다만 앞서 가상 대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33%, 윤희숙 전 의원이 30%로 오차 범위 안 접전 양상을 보였다(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2월17~19일 성인 남녀 5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임 전 실장이 39%를 기록해 윤 전 의원(37%)을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리서치앤리서치와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드마이크 의뢰로 2월13~14일 실시한 성인 남녀 501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50%, 무선ARS 전화조사 50%). 임종석 전 실장 대신 전현희 전 위원장을 매치하더라도 지지율이 유사하게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이 지역 ‘터줏대감’ 임 전 실장이 빠지면서 판세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임 전 실장이 발 벗고 나서 전현희 전 위원장 선거를 도울 가능성 또한 승패를 가를 하나의 변수로 꼽힌다. 

3월5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행사 참석을 위해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에게 명함을 내미는 파란 점퍼 차림의 전현희 전 위원장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름이 새겨진 띠에는 ‘국민 바라기’의 의미로 해바라기꽃을 붙인 채였다. 전 전 위원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알아봐주시는 주민이 많고, ‘열심히 해서 반드시 승리해라’ ‘꼭 이겨야 된다’는 응원도 많이 받았다”면서 “서울·수도권 판세를 좌우할 지역이자, 한강벨트를 방어해야 하는 사실상 최전선 지역이니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과 관련해선 “당의 공천 과정에 약간의 분열과 갈등이 있었지만, 대진표가 완성되고 나면 국민들이 물갈이와 혁신에 따른 잡음이었다는 것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윤희숙 전 의원은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채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 구두 명장들을 만났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경제 전문가를 기다렸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릴 묘법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전 의원은 상인들과 구두공방의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현 가능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곳을 찾은 시사저널 취재진에게 윤 전 의원은 “‘여전사’라고 하는데 저는 여기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왔다. 주민들은 이곳이 진즉 발전될 수 있던 곳인데, 못 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총선까지 최대 변수를 묻는 질의에 “당의 상황 등 다른 요인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뛰느냐, 내 신발 밑창이 얼마나 닳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중·성동갑은 20대(2016년) 총선 때 처음 개설된 지역구로 금호동·옥수동을 제외한 나머지 성동구 지역이다. 이름에 중구가 있지만 갑 지역구엔 중구 지역이 포함돼 있지 않다. 현역은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익표 의원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홍 의원이 13.17%포인트 격차로 크게 승리했지만, 2년 후인 대선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7.08%포인트 차로 이겼다. 같은 해 6월 치른 지방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19.76%포인트 차로 압승했고, 구청장 선거에선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21.35%포인트 차로 이겨 반전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란 신생어가 나왔듯 강북에서는 용산·마포와 함께 부동산 이슈에 특히 민감한 지역구다. 뚝섬 인근에 평당 1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민심이 많이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10 총선에서 격전지로 중·성동갑이 떠오르는 가운데 3월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일대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4·10 총선에서 격전지로 중·성동갑이 떠오르는 가운데 3월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일대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고가 아파트 들어서며 보수색 짙어져…野 구청장 호평도

시사저널이 만난 성동구 주민들에게선 현 정원오 구청장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왕십리역 광장에서 만난 성동구 주민 이아무개씨(47)는 “현 구청장이 워낙 일을 잘하고 주민들에게 평가가 좋아 총선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높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성동구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60대 남성 A씨는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현재 민주당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황을 보니 더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 “현 구청장이 일을 잘하고 있지만 총선에선 국민의힘을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후보와 상관없이 항상 국민의힘을 찍는다” “누가 뭐래도 민주당이다”라는 양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중·성동갑에도 건재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는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스윙보터’가 많았다. 성동구청에서 만난 20대 여성 B씨는 “투표는 할 테지만 누구를 뽑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공약을 보고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C씨는 “양당의 행태에 실망해 뽑고 싶은 당이 없다. 제3신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40대 남성 D씨는 “지역 상황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운명이 걸린 국회의원 선거이니만큼 정당의 정책과 움직임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유보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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