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권도형 행선지…美 법무부 “미국 인도 계속 추진한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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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법원 재심리 결정에 고등법원 “권씨, 한국 송환”
최종 승인은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 손에 달려
국내 피해자 모임 “100년형 가능한 美서 처벌 받아야”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5월11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5월11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몬테네그로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국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뒤집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권씨의 미국 인도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씨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모든 개인이 법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어 몬테네그로 당국의 협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5일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권씨 측 항소를 받아들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낸 데에 따른 결과다.

앞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하고,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권씨 측은 “몬테네그로 정부가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요청을 받은 날짜와 권씨의 국적 등을 중요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라며 항소했다.

당시 권씨 측은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지난해 3월29일로, 같은해 4월3일이었던 미국의 요청 시점보다 앞선 데다, 권씨의 국적인 한국인 점을 근거로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권 대표의 현지 법률 대리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그의 송환 일정에 대해 “오는 23일 형을 마치고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은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권 대표가 선고받은 4개월의 복역 기간이 끝나는 날이다.

권씨의 변호인들은 형량이 높은 미국 대신에 한국으로 송환되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맨해튼 연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한 뱅크먼 프리드에게 사기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해 6월16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제공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해 6월16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제공

현지 검찰 항소와 법무부 장관 결정에 달려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이 원심을 뒤집는 결정을 했지만 권씨의 한국 인도는 지켜봐야 한다. 몬테네그로 검찰의 항소 가능성과 함께 최종 승인은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어서다. 앞서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의 권씨 송환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에 무게를 둬왔다.

현재 국내에 있는 피해자들은 권씨의 미국행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2800여 명의 피해자가 가입한 ‘테라·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은 이날 공식 성명문을 통해 “권도형은 국내 정상급 로펌에 천문학적 수임료를 지급하고 코인사기 범죄에 면죄부를 받고자 한다”며 “제대로 처벌받을 미국으로 보내지는 게 피해자들이 바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가상화폐 사기 범죄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한국에서 1심 선고로 중형이 내려지더라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대폭 감형돼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출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제일 많고 사기 범죄자의 개별 범죄에 대한 병과주의로 100년 이상의 형의 집행이 가능한 미국에서 그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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